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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51화목차

제151화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의 1차 완성

철컥, 철컥.

기계적인 작동음이 신서울 지하 3,500층의 적막을 찢었다. 티타늄 그룹의 아바돈 공장 내부, 거대한 파이프라인과 냉각 설비들 사이로 강진혁을 향해 정렬한 백여 대의 양산형 광혈마(狂血魔)들이 붉은 광학 센서를 번뜩였다.

그들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나, 이미 자아는 거세된 채 티타늄 그룹의 메인 서버에 직결된 살인병기였다.

[Warning: 다수의 적 접근.]

[전투 모드 전환: 오버클럭 120%.]

시야 하단에 붉은 경고창이 점멸했다.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금껏 마기를 운용하며 나노머신을 보조 도구로 사용해왔지만, 상대는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정예 기계군단이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데이터 동기화율 88%. 한계치 도달."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검을 고쳐 잡았다.

가장 앞선 광혈마가 초고주파 진동검을 휘두르며 쇄도했다. 공기를 찢는 파열음이 진혁의 귓가를 스쳤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반응조차 하지 못했을 찰나의 속도. 하지만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혈관 속에 흐르는 마기를 폭발시켰다.

[SYSTEM: 천마 프로토콜 3.04 연산 가동.]

[경로 최적화: 근육 밀도 재구성.]

콰아아앙!

광혈마의 진동검이 진혁의 어깨를 강타했다.

보통의 생체 코어 이식자라면 팔이 통째로 잘려나갔을 일격. 그러나 진혁의 어깨는 잘리는 대신, 마치 물결처럼 요동치며 충격을 흡수했다.

'이것이… 나노머신과 마기의 동기화인가.'

진혁의 피부 표면 아래에서 은빛 회로가 뱀처럼 꿈틀거렸다.

바일에게서 흡수했던 액체 금속 나노머신이 마기와 섞여 근섬유를 일시적으로 초고밀도 액체 상태로 치환한 것이다. 충격은 뼈를 울리는 대신, 진혁의 몸을 타고 흘러 바닥으로 방출되었다.

쾅!

진혁이 발을 딛고 있던 강화 콘크리트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함몰되었다.

"흡수(吸收)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혁의 눈에 서늘한 광기가 서렸다.

그는 단순히 충격을 받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흡수된 에너지를 다시 자신의 근육을 폭발시키는 동력원으로 전용했다.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1차 완성 단계 진입.]

[현재 방어 효율: 340% 증가.]

"이제 반격이다."

진혁이 검을 휘둘렀다.

그가 휘두른 것은 단순히 강철 검이 아니었다. 마기와 나노머신의 진동수가 공명하며 발생시킨, 보이지 않는 파동의 칼날이었다.

서걱.

가장 앞에 있던 광혈마의 목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혁은 좁은 통로를 뚫고 들어온 광혈마 무리 사이로 몸을 던졌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연산 가동.]

적들의 나노 회로가 뿜어내는 전자 신호를 마기로 교란한다.

광혈마들이 0.1초간 경직되는 찰나, 진혁의 검은 춤을 추듯 그들의 생체 코어 위치를 정확히 꿰뚫었다.

투둑, 투둑.

코어가 박살 나며 전원이 꺼진 광혈마들이 쓰레기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진혁의 호흡은 가팔라졌지만, 눈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몸 안에서 돌고 있는 마기가 혈관을 찢을 듯이 날뛰고 있었지만, [천마무상체]가 그 압력을 기막히게 분산시키고 있었다.

"이 정도면… 2단계 마기융합의 다음 경지에 닿을 수 있겠군."

진혁은 피 냄새와 타는 듯한 나노머신의 매연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그의 뒤로 수십 구의 광혈마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공장의 안쪽, 더 깊은 심연에서는 더욱 기괴한 기계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주의: 아바돈 공장 중앙 제어실 가동.]

[생체 융합로 출력 안정화 진행 중.]

윤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통신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진혁 씨! 위쪽에서 닥터 베인이 차원 전송기 데이터를 백업하고 있어요! 그놈이 이걸 가지고 도망치면, 티타늄 그룹은 다른 거점을 통해 다시 괴물을 만들어낼 거예요!]

진혁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닥터 베인이 흉측한 실험체들을 조종하며 도주 경로를 확보하고 있었다.

"도망칠 곳은 없다."

진혁은 발밑의 파편을 걷어차며, 단전의 마기를 한 점으로 압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저들의 근본을 뿌리 뽑는 것뿐이다.

그때였다.

진혁의 HUD 상단에 붉은색 오류 메시지가 떴다.

[ERROR: 외부 차원 데이터 간섭 발생.]

[프로토콜의 통제권이 일시적으로 분산됩니다.]

진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시스템의 통제가 빗나가는 순간, 그의 의지는 그보다 더 깊은 심연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1,000년 전 천마가 남긴 비극의 잔향이, 닥터 베인의 데이터 코드와 뒤섞여 꿈틀거리고 있었다.

'외부의 존재들이… 벌써 개입하기 시작했나?'

진혁은 검을 더욱 꽉 쥐었다.

시스템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 그것이 바로 진정한 천마가 도달해야 할 길이었다.

"오라고 해라."

진혁은 도약했다.

그가 밟고 지나간 바닥에는 타오르는 푸른 마기가 족적을 남겼다.

아바돈 공장의 메인 생체 융합로까지는 이제 불과 50미터.

그 짧은 거리가, 신서울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후의 무대가 되려 하고 있었다.

진혁의 검 끝이 허공을 갈랐다.

그 뒤로 천마무상체의 은빛 회로가 잔상을 그리며 흉포하게 휘몰아쳤다.

백여 대의 광혈마가 다시금 진혁을 에워쌌지만, 이제 그는 웃고 있었다.

계산(Calculation)을 넘어선, 오직 무(武)의 의지로만 점철된 진정한 살육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경고: 닥터 베인이 자폭 시퀀스를 시작했습니다.]

[융합로 폭발까지 60초.]

진혁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60초면… 너를 지옥으로 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는 더 이상 시스템의 보조를 기다리지 않았다.

스스로의 심장 박동을 엔진 삼아, 진혁은 폭풍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뒤로, 천마(天魔)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진혁의 도약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

단순한 근력으로 튀어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대기를 마기로 압축하고, 그 반동으로 나노머신이 재구성된 다리 근육을 탄환처럼 튕겨내는 방식.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킨 진혁은, 닥터 베인의 호위병으로 배치된 정예 광혈마들 위를 밟고 지나갔다.

퍼억! 퍼퍼퍽!

진혁의 발길질이 닿을 때마다 광혈마들의 머리통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찌그러졌다.

[천마무상체]의 1차 완성은 방어뿐만이 아니었다. 신체 부위 어디든 마기를 집중시켜 물리적인 타격력을 폭발시키는 '투력(鬪力) 집중'이 가능해진 것이다.

"방해하지 마라."

진혁의 일갈이 공장을 가득 메웠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허공을 십자로 갈랐다.

단순한 참격이 아니었다. 마기를 나노 입자와 융합해 고주파로 진동시키는 '마검(魔劍)'의 파동. 닥터 베인의 앞을 가로막던 강화 합금 방어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이, 이럴 수가! 데이터에 기록된 수치를 벗어났어! 시스템 오버라이드 기록이 없는데 어떻게 저런 속도가!"

닥터 베인이 비명을 지르며 제어판을 두들겼다.

그의 곁에 있던 거대 생체 병기들이 일제히 진혁을 향해 플라즈마포를 난사했다.

콰아아앙-!

공장 내부가 화염으로 뒤덮였다.

고열의 플라즈마가 진혁의 몸을 직격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혁의 피부 위로 떠오른 은빛 회로들이 맹렬하게 요동쳤다.

[천마무상체: 고열 흡수 모드 전환.]

[에너지 변환 효율: 92%.]

진혁은 불길을 뚫고 튀어 나왔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불꽃을 밀어내고, 진공 상태를 만들어냈다.

베인이 경악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으나, 진혁과의 거리는 이미 10미터도 남지 않았다.

"시스템이 너를 어떻게 정의하든 상관없다."

진혁이 낮게 뇌까리며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천마일검(天魔一劍)]의 전조.

단전의 마기가 심장을 거쳐 팔뚝으로, 다시 검 끝으로 쇄도했다.

주변의 공간마저 비틀리는 듯한 압박감이 공장을 짓눌렀다.

"나는 그저 나일 뿐이다."

콰아아아!

진혁의 검이 내리꽂혔다.

닥터 베인의 비명은 짧았다.

검기가 닥터 베인의 몸을 통과하고, 그 뒤에 있던 메인 제어반과 생체 융합로의 연결 부위를 정확히 절단했다.

찌리릿-!

공장 전체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며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Warning: 생체 융합로 냉각 시스템 정지.]

[주의: 대규모 폭주 반응 감지.]

"데이터를… 데이터만 가져가면 된다…."

상반신이 반쯤 날아간 닥터 베인이 피거품을 물며 바닥을 기었다.

그의 손에는 마지막 희망인 '기억 칩'이 쥐어져 있었다.

진혁은 묵묵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소리가 공장의 침묵 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 칩에 담긴 게 고대 마교의 진실인가?"

진혁이 베인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베인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 속에는 인간적인 감정 따위는 없었다. 그저 창조주를 마주한 피조물의 비참한 말로만이 남아있었다.

"그건… 큭, 천마… 프로토콜의… 끝이야. 넌 결국… 그분들의…."

베인이 말을 끝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진혁은 그의 손에서 기억 칩을 낚아채듯 빼앗았다.

칩은 뜨거웠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을 직접 만지는 듯한 기묘한 온기.

[SYSTEM: 미식별 데이터 칩 분석 시작.]

[경고: 해당 데이터는 티타늄 그룹의 것이 아닙니다.]

[외부 차원의 로그가 감지됨.]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역시나, 티타늄 그룹은 그저 더 거대한 존재의 앞잡이였을 뿐이다.

그들은 1,000년 전의 천마를 이용해 자신의 차원을 확장하려는 외부의 '무언가'를 위해 길을 닦고 있었다.

진혁은 기억 칩을 자신의 목 뒤, 나노머신 접속 포트에 꽂아 넣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들.

- 천마는 죽지 않았다. 그는 단지, '전이'했을 뿐이다.

환청처럼 들려오는 목소리.

진혁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무릎을 꿇었다.

[천마무상체]가 다시금 진동하며 뇌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어벽을 구축했다.

'전이(轉移)라고?'

그것은 단순한 윤회나 환생이 아니었다.

차원 자체를 넘나드는 존재의 흔적.

진혁은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이 겪어온 이 모든 고통과 복수가, 실은 거대한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몸부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그 깨달음은 진혁을 좌절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단전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마기를 더욱 자극했다.

'바둑판 위라면.'

진혁이 핏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그의 손에 쥐어진 기억 칩이 마기에 의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데이터는 이제 진혁의 뇌 속으로 완전히 동기화되었다.

'바둑알이 아니라, 바둑판을 부수는 쪽이 되면 그만이다.'

[주의: 융합로 폭발 임박.]

[카운트다운: 5초.]

주변의 기계들이 비명을 지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진혁은 공장 중앙에 위치한 생체 융합로를 응시했다.

거대한 에너지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며,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가동.]

진혁은 도망치는 대신, 오히려 융합로의 핵을 향해 손을 뻗었다.

폭발하며 흩어질 에너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천하의 기운을 빨아들여 천마의 위엄을 세웠던 그 마공이, 현대의 초고밀도 에너지와 만나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콰아아아아아!

공장이 통째로 뜯겨 나가는 듯한 굉음.

진혁의 몸이 푸른 빛으로 가득 찼다.

융합로의 에너지가 그의 혈관을 타고 쏟아져 들어왔다.

혈관이 터지고,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이 엄습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그 모든 것을 [천마무상체]의 구조 안으로 우겨넣었다.

이것은 단순한 에너지 흡수가 아니었다.

자신의 몸을 '천마의 그릇'에서 '천마 그 자체'로 격상시키는 강제적인 진화였다.

폭발의 섬광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그 순간, 진혁의 목소리가 폭음 속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1장."

빛이 잦아들었다.

아바돈 공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곳에는 파괴된 지하 3,500층의 텅 빈 공간만이 남았다.

먼지구름이 가라앉은 자리, 그 중심에 강진혁이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깊고도 아득한, 차원을 넘나드는 우주의 심연을 담은 듯한 흑안(黑眼).

[경지: 마신경(魔神境) 진입 가속화.]

[단전 출력: 100,000 MW 돌파.]

시스템은 더 이상 경고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진혁의 의지에 종속된 채 경외심을 담은 메시지만을 띄울 뿐이었다.

[사용자 강진혁, '천마'의 격(格)에 도달하였습니다.]

진혁은 천천히 검을 칼집에 꽂았다.

텅 빈 공간을 향해, 그는 아무도 듣지 못할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제 시작이다."

지하 3,500층.

그곳은 더 이상 티타늄 그룹의 공장이 아니었다.

강진혁이라는 새로운 신화가, 그 거대한 불길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 장소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신서울의 지상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마다, 대기가 비명을 지르며 굴복하고 있었다.

이제 신서울의 모든 권력자들과, 그 너머의 외부 차원 존재들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할 것이다.

천마가, 진짜 얼굴을 드러내었으므로.

그때였다.

진혁의 HUD에 뜬금없는 신호가 잡혔다.

[긴급 호출: '니르바나' 송수연.]

[내용: 진혁 씨, 제발 받아줘요! 티타늄 그룹이… 아니,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어요!]

하늘?

지하 3,500층인 이곳에서 '하늘'을 운운하다니.

진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하늘이라."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차원의 틈새가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진혁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시시한 복수극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진정한 천마의 전쟁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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