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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5화목차

제15화 티타늄 하부 추격대

쿠구구궁――!

하층가 4구역의 낡은 철골 구조물이 폭발의 여파로 무너져 내렸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콘크리트 가루와 자욱한 매연 사이로, 차가운 푸른빛을 내뿜는 광학 위장 슈트의 실루엣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티타늄 그룹 제4특수전술부대, 통칭 ‘블랙 실드’.

그들의 선두에 선 지휘관 드레이크의 눈빛이 잔인하게 휘어졌다.

“타깃의 생체 반응 포착. 소스 코어 출력은 5,100 MW를 상회한다. 수석 연구원이 왜 그토록 이 실험체를 회수하려 혈안이 되었는지 알겠군.”

드레이크의 손짓에 따라, 뒤편에 자리 잡은 중장갑 돌격병들이 일제히 어깨에 메고 있던 대형 레일건의 장전음을 울렸다. 치이익― 하는 냉각수 기화음과 함께, 공기의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괴한 진동이 슬럼가의 좁은 골목을 채웠다.

하층가의 허름한 골목길은 순식간에 군사 작전 구역으로 변모했다.

비좁은 대지 위로 깔린 열감지 스텔스 드론들이 붉은 광선을 쏘아 올리며 진혁의 위치를 낱낱이 스캔했다. 하지만 그 살벌한 포위망 속에서도, 강진혁의 표정에는 일그러짐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의 칠흑 같은 흑안은 더욱 깊고 차가운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SYSTEM INFO: 경고. 다수의 고출력 레일건 에너지 충전 감지.]

[사용자 생체 코어 출력: 5,100 MW (Gen-3 튜닝형)]

[나노머신 동기화율: 87.5%]

[대응 기동 예측 궤적 산출 중…….]

시야 구석에 떠오른 푸른빛의 HUD를, 진혁은 가볍게 무시했다.

더 이상 시스템의 계산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 이미 2단계 [마기융합]의 경지에 접어든 그의 신체는, 레일건의 탄환이 발사되는 미세한 공기의 밀도 변화마저 본능적으로 읽어내고 있었다.

진혁의 오른손이 천우진의 정비소에서 벼려낸 [천마검(프로토타입)]의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초고주파 공진형 다이아몬드 티타늄 합금으로 주조된 검신. 그 표면을 따라 흐르던 은빛 회로 선들이, 진혁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탁하고도 짙은 마기(魔氣)와 만나자마자 순식간에 칠흑 같은 검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검신 주변의 공간이 고주파 공진으로 인해 일그러졌다.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주변의 유리창들을 미세하게 진동시켰다.

“발사!”

드레이크의 서늘한 명령과 함께, 블랙 실드 부대원들의 어깨에 장착된 레일건에서 마하의 속도를 아득히 초월한 전자기 탄환들이 불을 뿜었다.

콰아아앙!

공기를 압축하며 날아온 탄환들은 일직선상에 있던 콘크리트 벽을 종이장처럼 관통해 버렸다. 폭풍 같은 충격파가 진혁이 서 있던 자리를 덮쳤고, 그 부근은 순식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래바람과 잔해로 뒤덮였다.

“……명중했나?”

부대원 중 한 명이 레일건의 총구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험악하게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잔해가 흩어지는 궤적이 이상하다.”

과연 그의 말대로였다.

모래바람이 서서히 걷히며 드러난 그 자리에는, 시커먼 연기만이 피어오르고 있을 뿐 타깃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상층의 개조 쓰레기들이 날이 갈수록 건방져지는군.”

차가운 음성이 드레이크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묵직한 살기가 척추를 타고 올랐다. 드레이크를 포함한 블랙 실드의 정예 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폭풍의 중심이었던 곳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옥상 난간 위, 강진혁이 고요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마광신보(魔光身步)]의 여파로 공간이 미세하게 뒤틀려 잔상이 일그러져 있었다. 빛의 궤적을 비틀어 잔상을 남기는 고속 보법. 그것이 한 단계 더 진화하여, 레일건의 가속 탄환마저 완벽하게 따돌린 것이다.

“저놈 잡아라! 전원 사격!”

드레이크의 고함과 함께 블랙 실드 전원이 일제히 진혁을 향해 총구를 겨누려 했다.

그러나 진혁은 그들에게 사격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귀찮기만 한 벌레들.”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오른손에 쥔 천마검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우우우웅――!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마기가 폭발적으로 증폭했다. 단순한 내공의 운기가 아니었다. 생체 코어의 5,100 MW 출력과 융합된 마기가 고주파 공진 다이아몬드 검신을 타고 초고속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만법귀마(萬法歸魔)]의 연산 회로가 적들의 광학 위장 슈트와 제어 코어의 공진 주파수를 순식간에 파악해 낸다.

‘찾았다.’

진혁의 눈동자가 암흑처럼 깊어졌다.

휘익―!

가볍게 휘두른 검끝에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검은 초승달 형태의 파공장이 쇄도했다.

[마검기(魔劍氣)].

그것은 단순한 베기가 아니었다. 고주파 진동 에너지와 압축된 마기가 결합하여, 공간의 물리적 밀도를 그대로 찢어발기는 절기였다.

슈파아아악!

“크윽……!”

블랙 실드의 선두에 서 있던 돌격병 두 명의 전신 방어막이 종잇장처럼 무력하게 박살 났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고성능 티타늄 장갑복조차 마검기의 궤적 앞에서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두 쪽으로 갈라졌다.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베인 단면이 너무나도 고열로 순식간에 소각되어 버린 탓이었다.

“뭐야……? 방어막 출력이 한 방에 제로가 됐다고?!”

부대원들의 얼굴에 당혹감과 공포가 동시에 서렸다. 저들은 티타늄 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정예였다. S급에 준하는 강화 시술을 받고, 최첨단 군사 장비로 무장한 그들이 단 한 번의 검격에 무력화된 것이다.

“물러서지 마라! 집중 포화로 갈아버려!”

드레이크가 허리춤에서 고출력 플라즈마 런처를 뽑아 들며 포효했다. 그의 이마에 핏발이 곤두섰다. 이대로 실험체를 놓치거나 패배한다면, 자신을 기다리는 것은 회장 진무극의 냉혹한 처분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광, 콰과광!

플라즈마 탄환들이 골목을 불바다로 만들며 진혁을 향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 사방이 화염과 폭발음으로 뒤덮였고, 건물의 잔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그 폭발의 중심에서, 진혁의 걸음걸이는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작동.

나노머신과 생체 세포가 마기와 동기화되어 피부 밀도를 순간적으로 극대화한다. 폭발의 고열과 충격파가 진혁의 옷자락을 태웠지만, 그의 맨살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오히려 폭발의 에너지를 마기로 흡수하며 진혁의 코어 출력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SYSTEM INFO: 흡수된 열에너지 및 충격파 전환율 91.2%.]

[생체 코어 출력: 5,250 MW 도달.]

“……괴물 자식.”

드레이크의 얼굴에 질린 빛이 완연했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티타늄 그룹이 수십 년간 수많은 실험체를 갈아 넣으며 만들고자 했던 ‘궁극의 병기’의 완성형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아니, 그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 진정한 마신(魔神)의 현현이었다.

진혁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철컹, 철컹.

군홧발이 부서진 콘크리트를 밟을 때마다, 블랙 실드 대원들은 본능적인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도망쳐도 소용없다.”

진혁의 입술 사이로 냉혹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차피 너희를 보낸 자의 목을 베러 올라갈 테니까.”

지하 슬럼가의 어두운 하늘 위로, 티타늄 그룹의 거대한 마천루가 오색찬란한 네온사인 빛을 뽐내며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정점에 앉아 있는 자들을 향해, 진혁은 다시 한번 천마검을 겨누었다.

드레이크의 안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수십 명의 반(反)기업 저항군과 강화 시술을 거친 뮤턴트들을 도살해 왔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차원이 달랐다.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강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의 재앙이 현대의 철갑을 두르고 깨어난 듯한, 압도적인 격(格)의 차이였다.

“……전원, 개별 전투 태세 해제! 가용한 모든 중화기를 집중해라! 저놈의 코어를 과부하시켜!”

드레이크의 악에 찬 고함에, 살아남은 블랙 실드 대원들이 일제히 등에 메고 있던 백팩형 에너지 제너레이터의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찌르릉――!

공기 중에 고압의 전류가 흐르며 파란색 플라즈마 아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대원들의 전신 장갑복 표면에 레이저 방어막이 겹겹이 전개되며 눈부신 섬광을 뿜어냈다.

그들이 겨눈 화기들은 하층가의 건물 몇 채를 순식간에 재로 만들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들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발악해 봤자 벌레의 몸짓일 뿐.”

진혁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한 줄기 흑기(黑氣)가 허공에서 기괴한 궤적을 그리며 흩어졌다.

[SYSTEM INFO: 마기 동기화율 89.1% 돌파.]

[경지: 2단계 마기융합 심화 완료.]

[전술 예측 시스템: 적의 릴레이 사격 타이밍 0.12초 전 캐치.]

머릿속에 떠오른 HUD의 수치 따위는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진혁의 오감은 이미 기계의 연산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적들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아니, 그들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기 직전의 미세한 근육 수축까지 진혁의 눈에는 슬로우 모션처럼 명확하게 읽히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동시에 수십 정의 레일건과 플라즈마포가 불을 뿜었다.

공간이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졌고, 초고온의 에너지 탄환들이 진혁을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골목 전체가 하얗게 타오르는 섬광 속에 휩싸였다. 콘크리트 바닥이 녹아내리며 마그마처럼 끓어올랐고, 사방으로 튀는 파편들은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주변의 벽들을 난도질했다.

“……명중했다! 완벽하게 직격이야!”

부대원 중 한 명이 희망 섞인 비명을 질렀다.

폭풍의 중심.

그곳에는 모든 것이 형체도 없이 증발해 버린 거대한 구덩이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드레이크의 얼굴에는 안도감 대신 오히려 더욱 짙은 공포가 서렸다. 그의 시선이 구덩이의 한가운데를 향해 고정되었다.

지직, 지지직…….

폭풍의 여파로 자욱해진 매연과 증기 속에서, 칠흑 같은 어둠을 품은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 어떻게……?”

진혁의 몸을 감싼 [나노마갑 lvl.3]과 [천마무상체]의 표면은 플라즈마의 고열로 인해 미세하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치명적인 손상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쏟아부은 막대한 에너지를 진혁의 단전이 생체 코어와 함께 고스란히 흡수해 버린 것을 목격하고 있었다.

[SYSTEM INFO: 적의 에너지 포격 흡수 완료.]

[생체 코어 출력: 5,450 MW 돌파.]

[임계점 도달 직전. 마기 운기 궤적 안정화 중.]

“너희가 준 에너지는 달게 받았다.”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오른손에 쥔 천마검을 가볍게 치켜들었다.

우우우웅――!

이번에는 검붉은 마기가 검신을 넘어 진혁의 팔뚝을 타고 전신으로 휘감겼다. 고주파 공진 다이아몬드 티타늄 합금으로 벼려진 검이 진동을 멈추고, 오히려 주변의 모든 빛을 삼킬 듯한 완벽한 묵색(墨色)으로 변모했다.

만법귀마의 연산이 끝났다.

적들 전신 방어막의 공진 주파수, 나노머신 회로의 취약점, 그리고 심장 부근에 박힌 생체 코어의 코딩 오류까지.

진혁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뚜렷한 ‘급소’로 시각화되어 있었다.

“받아라.”

천마검이 허공을 갈랐다.

소리도 없었다. 바람을 가르는 파열음조차 마기에 삼켜져 지독한 정적만이 골목을 지배했다.

단 한 번의 휘둠.

하지만 그 검격의 여파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대기 중의 전자 회로와 적들의 생체 코어 제어 시스템까지 직접 타격했다.

슈파아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악……?!”

블랙 실드 대원들의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들이 장착하고 있던 첨단 강화복의 제어 패널들이 일제히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했다. 방어막은 기분 나쁜 파열음을 내며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내렸고, 그 안의 생체 코어들은 진혁이 뿜어낸 흡원천공의 역류에 휘말려 통제력을 상실했다.

투두둑, 툭.

선두에 서 있던 돌격병들의 몸이 정지했다.

그들의 목과 심장 부근의 장갑이 반듯하게 양단되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베인 단면은 고열로 순식간에 소각되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단지 끓어오르는 기화기만이 픽픽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이…… 이럴수가…….”

드레이크는 주저앉다시피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이끄는 부대가, 티타늄 그룹이 자랑하는 최정예 특수전술부대가, 단 한 명의 실험체에게 고작 몇 합 만에 전멸당했다.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살육을 저질렀던 그였지만, 이런 공포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것은 기술의 우위가 아니었다. 절대적인 무력 앞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본능적인 경외이자 절망이었다.

타박, 타박.

진혁의 군홧발 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천마검을 바닥에 끌며 드레이크를 향해 걸어왔다. 검끝이 콘크리트 바닥을 긁으며 붉은 불꽃과 시커먼 쇳가루를 흩뿌렸다.

“기…… 기다려라! 나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우리 위에는 회장 진무극이 있어! 그 노인네가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단 말이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드레이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군인의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죽음의 공포가 그의 이성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었다.

진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가 차가운 흑안으로 드레이크를 내려다보았다.

“진무극.”

이름을 내뱉는 진혁의 목소리에는 뼛속까지 시린 살기가 묻어났다.

“알고 있다. 그 영감탱이가 나를 어떤 용도로 만들려 했는지, 그리고 그 실험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 그렇다면 나를 살려라! 네게 티타늄 그룹 본사의 내부 보안 코드와 회장실의 방어 시스템 정보를 주겠다! 그곳은 네 혼자 힘으로는…….”

푸석.

드레이크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진혁의 손에 들린 천마검이 그의 어깨를 관통해 심장까지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정보 따윈 필요 없다.”

진혁이 드레이크의 귀에 입을 갖다 대며 낮게 읊조렸다.

“어차피 그 늙은이의 목을 베러 가는 길에 만나는 모든 것들은 전부 부수고 밟아버리면 그만이니까.”

촤아아악――!

천마검에 담긴 마기가 폭발하며 드레이크의 전신을 내부에서부터 산화시켰다.

비명조차 지를 새 없이, 드레이크의 육신은 순식간에 한 줌의 재와 싸늘한 고철 덩어리로 변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SYSTEM INFO: 적 지휘관 생체 코어 에너지 흡수 완료.]

[생체 코어 최종 출력: 5,600 MW (Gen-3 튜닝형 안정화).]

[다음 경지 도달을 위한 누적 데이터 동기화율: 90.4%]

머릿속을 스치는 시스템의 냉정한 알림창을 진혁은 무심하게 흘려보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층가의 영원히 걷히지 않는 인공 안개와 매연 너머로, 신서울의 밤하늘을 오색찬란하게 지배하고 있는 티타늄 그룹의 거대한 마천루가 눈에 들어왔다. 최상층, 회장실의 불빛이 마치 먹잇감을 기다리는 포식자의 눈동자처럼 붉고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기다려라, 진무극.”

진혁이 천마검을 가볍게 털어내며 칠흑 같은 마기를 전신으로 끌어올렸다.

[마광신보(魔光身步)].

우웅!

공간이 미세하게 뒤틀리며 진혁의 형체가 하층가의 골목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빛의 궤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신서울의 지배자를 향한 진짜 사냥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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