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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40화목차

제140화 <상층부의 혼란>

스카이브릿지가 비명과 함께 찢겨 나갔다.

신서울의 심장부를 연결하던 거대한 강철의 동맥이 끊어졌다. 구름 위를 부유하던 상층부 마천루들이 위태롭게 흔들렸고, 그 잔해들이 슬럼가의 잿빛 대지로 추락하며 거대한 버섯구름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단순한 시설의 파괴가 아니었다. 21세기 말 신서울을 지탱하던 자본의 신화, ‘티타늄 그룹’의 무결성이 산산조각 났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붕괴였다.

상층부 이사회는 아비규환이었다.

"주가 하락률 78%! 자산 가치가 초 단위로 증발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당장 2차 방어선인 '가디언즈'를 출격시켜야 합니다!"

비상 회의실의 홀로그램 스크린 위로 붉은색 경고등이 쉴 새 없이 점멸했다. 물류의 70%가 마비된 상층부는 이미 생존을 위한 자원 쟁탈전에 돌입해 있었다. 그러나 진무극은 그 아우성 속에서도 오직 하나의 데이터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강진혁.

실험체 07호. 자신의 손으로 직접 빚어낸 가장 완벽한 그릇이자, 이제는 통제 불능의 괴물이 되어버린 존재. 진무극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미세한 균열이 일었다.

"진정들 하십시오."

진무극의 나직한 목소리에 회의실을 가득 채웠던 비명이 일순간 멈췄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불타오르는 신서울의 야경이 그의 은발에 반사되어 기괴하게 일렁였다.

"놈은 스스로 족쇄를 끊어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실험체'가 아닙니다. 놈은... 재앙입니다."

"회장님, 그렇다면!"

"백무현, 이현도."

그가 허공에 대고 나직이 읊조리자, 그림자 속에서 두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티타늄 그룹의 마지막 보루이자 살인 병기들. 백무현의 사이보그 육체는 이미 출력을 200% 이상으로 끌어올려 붉은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이현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파동을 방출하며 주변 공간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모든 전력을 동원하십시오. 놈의 심장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너희들의 코어 또한 오늘부로 폐기될 것입니다."

그것은 명령이자, 사형 선고였다.

강진혁은 타워의 잔해 위에 서 있었다.

높이 2,000미터의 상공. 몰아치는 강풍이 그의 칠흑 같은 머리칼을 거칠게 헤집었다. 그의 눈앞에는 수십 대의 전투용 드론과 블랙 가드 정예 부대가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SYSTEM INFO: 경고. 외부 압박력 증가. 마기 과부하 위험도 18.2%.]

진혁의 시야를 가로막던 푸른 HUD가 붉게 점멸했다. 하지만 그는 비웃듯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시스템의 경고 따위는 이제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30,000 MW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마기가 그의 혈관을 타고 뱀처럼 꿈틀거렸다.

"데이터 따위로 나를 가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의 발밑으로 검은 파동이 번져 나갔다. '반탄류(反彈流)'.

방금 전 그를 향해 날아든 수백 발의 미사일이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 기세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허공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불꽃이 진혁의 등 뒤에서 날개처럼 흩어졌다.

"놈이다! 사살해!"

블랙 가드 대장이 소리를 지르며 고주파 검을 휘둘렀다. 0.1초도 되지 않는 찰나, 진혁의 몸이 흐릿해졌다.

'마영신보(魔影神步).'

단순한 속도가 아니었다. 주변의 공기 밀도와 중력을 조정하여 공간 그 자체를 왜곡하는 보법. 진혁은 이미 대장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느려."

진혁의 손이 대장의 가슴팍을 관통했다. 쇳덩이 같은 갑옷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진혁은 그 즉시 '흡원천공'을 개방했다. 대장의 가슴속에 박혀 있던 4세대 생체 코어가 비명과 같은 소음을 내며 진혁의 손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흡수 완료. 출력 보정: +2,500 MW.]

파괴와 흡수. 이것이 진혁이 체득한 신천마신공의 본질이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쏟아지는 탄환의 비를 뚫고, 그는 타워의 상층부를 향해 직선으로 도약했다.

그때였다.

타워의 외벽이 거대하게 갈라지며 백무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몸 전체가 기계적인 회전축으로 변해 있었다.

"강진혁! 네놈의 파멸이 여기서 끝이다!"

백무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기 폭풍이 주변의 모든 전자기기를 마비시켰다. 하지만 진혁은 오히려 그 폭풍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나노마갑을 유연하게 변형시켜 폭풍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내었다.

'유연하게, 그리고 더 강력하게.'

방금 전 습득한 반탄류의 원리가 그의 전신 세포에 각인되었다.

진혁이 검을 뽑았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더 이상 차가운 검은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요동치는, 뇌전이 섞인 검은 빛이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질서'라는 게 고작 이 정도라면."

진혁이 검을 내리그었다.

공간이 비명을 질렀다. 뇌전마강(雷電魔剛)의 힘이 담긴 일격은 백무현의 사이보그 육체를 관통하고, 뒤에 있는 타워의 두꺼운 장갑판마저 단숨에 양단해 버렸다.

"이건 파멸이 아니라, 심판이다."

백무현의 몸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폭발이 타워 내부를 휩쓸었다. 진혁은 그 불길 속을 유유히 걸어 나갔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마스터 돔 최상층에서 오만하게 앉아 있을 진무극의 목이었다.

상층부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주가는 휴지 조각이 되었고, 기업의 지배력은 무너졌다. 사람들은 이제 스크린 너머의 강진혁을 보며 신을 보듯 경외와 공포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SYSTEM INFO: 경고. 타워의 구조적 붕괴 시작. 붕괴율 45%.]

하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타워가 무너져 내리는 그 순간, 그는 무너지는 잔해를 발판 삼아 다시 한번 하늘로 솟구쳤다.

멀리, 구름 너머로 진무극이 거주하는 '아폴론의 성'이 보였다.

그곳에는 티타늄 그룹이 1,000년 동안 감춰왔던 진실, 그리고 진혁이 반드시 부수어야 할 마지막 족쇄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이 미소 지었다.

그것은 광기 어린,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미소였다.

"이제 시작이다."

그의 발끝에서 터져 나온 마기가 신서울 전체의 전력망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모든 불빛이 일제히 점멸했다.

진혁이 아폴론의 성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마기가 날개처럼 펼쳐졌다. 신서울의 밤하늘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더 이상 기업 간의 전쟁이 아니었다.

이것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천마의 선언이었다.

타워의 파편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진혁의 몸이 음속을 돌파하며 성을 향해 쏘아졌다.

상층부의 이사들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했다.

진무극은, 옥좌에서 일어나 자신의 앞에 놓인 마스터 코드를 손에 쥐었다.

"어서 와라, 07호. 아니, 나의 천마."

진혁의 검이, 성의 방어막을 뚫고 그 심장부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최후의 결전이, 그 화려한 몰락의 정점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SYSTEM INFO: 메인 서버 연결 강제 차단. 시스템 권한 100% 탈취 완료.]

진혁의 눈에 비친 것은, 더 이상 0과 1로 이루어진 코드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너져가는 구시대의 잔해와, 그 위에서 새로 태어날 자신만의 진리였다.

그의 검이 성의 정문에 닿는 순간, 거대한 충격파가 신서울 전역을 뒤흔들었다.

"모든 것을 부수겠다."

진혁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의 일격이 아폴론의 성을 관통했다. 성은 비명을 지르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붕괴의 중심에서, 진무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진혁은 타오르는 검을 쥔 채, 진무극의 옥좌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디뎠다.

이제, 이 디스토피아의 왕을 끌어내릴 시간이었다.

[SYSTEM INFO: 최종 결전 모드 활성화. 제한 시간 없음.]

진혁은 시스템의 마지막 메시지를 가볍게 무시하며, 진무극을 향해 검을 곧게 뻗었다.

그것은 파멸로의 초대장이었다.

진무극은 옥좌에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주변으로 겹겹이 쌓인 방어 필드가 보랏빛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며 공간을 뒤틀고 있었다. 놈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격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출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계적인 데이터의 연산이 아니라, 고대의 마공과 현대의 군사 기술이 완벽하게 융합된 ‘생명’ 그 자체의 기운이었다.

“성장했군, 07호.”

진무극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성의 바닥에서 수십 개의 기계 촉수가 솟구쳐 나왔다. 놈은 강진혁을 ‘그릇’으로만 생각했던 과거의 오만을 버린 지 오래였다. 이제 진무극은 이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감옥으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네가 시스템을 부수었다고 생각하나? 아니, 너는 그저 나를 위해 시스템이라는 껍데기를 깨뜨린 알에 불과해.”

진무극의 손에서 붉은 코드가 방출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프로토콜이 아니었다. 1,000년 전 천마의 의념이 담긴 원시 데이터, 즉 ‘마교의 핵심 코드’였다. 성 내부의 중력이 급격하게 변했다. 강진혁의 발밑이 무너져 내리고, 공기가 마치 쇳물처럼 무겁게 짓눌러왔다.

진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신경(魔神境)의 안광이 사방을 훑었다. 시스템의 HUD는 사라졌지만, 이제 진혁의 눈에는 진무극의 기혈과 그가 다루는 데이터의 궤적이 마치 투명한 혈관처럼 적나라하게 보였다.

“말이 많군.”

진혁이 발을 굴렀다. 성의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진혁의 몸이 0.001초 만에 옥좌 앞까지 쇄도했다. 진무극이 황급히 방어 필드를 두껍게 형성했지만, 진혁의 검은 그 필드의 공진 주파수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 파(破).’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이 필드의 결합을 분자 단위로 흔들었다.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방어 필드가 유리 조각처럼 부서졌다. 진무극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크게 흔들렸다. 놈은 자신의 계산 범위 내에 존재하지 않는 공격에 당황하고 있었다.

“네놈의 모든 기술은 결국 내가 설계한 것이다!”

진무극이 일어서며 자신의 전신 코어를 개방했다. 등 뒤에서 수천 개의 나노 와이어가 뱀처럼 튀어 나와 진혁을 옭아매려 했다. 하지만 진혁은 그 와이어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진혁의 몸이 ‘반탄류’의 원리로 유연하게 비틀어지며 와이어 사이를 유령처럼 통과했다.

“설계는 네가 했지. 하지만 그릇을 채운 건 나다.”

진혁의 검이 진무극의 어깨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진무극의 나노 회로를 내부에서부터 태워버렸다. 진무극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지만, 이미 승기는 기울어져 있었다.

옥좌의 뒤편, 성의 깊숙한 곳에서 검은 안개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000년 전 봉인되었던 ‘심연’의 본체가 깨어나고 있었다. 신서울의 상층부를 지탱하던 힘이 스스로 무너지며 지하의 재앙을 지상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하하하! 봐라, 07호! 네가 이기더라도 결국 넌 이 재앙과 함께 소멸할 것이다!”

진무극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몸을 데이터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심연의 안개와 하나가 되어 강진혁을 집어삼키려는 마지막 도박을 선택한 것이었다. 성의 천장이 뜯겨 나가고, 밤하늘을 수놓던 칠흑 같은 어둠이 성 내부로 몰아쳤다.

진혁은 검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검 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심연의 안개는 진혁의 마기를 집어삼키려 했으나, 진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천마신공’의 파동은 그 어떤 재앙보다도 강렬하고 순수했다.

“재앙? 아니, 이건 내가 다스릴 양분일 뿐이다.”

진혁의 검이 붉게 달아올랐다. 심연의 안개가 진혁을 덮치려는 찰나, 진혁은 검을 들어 올려 성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격을 내질렀다.

천마일검(天魔一劍) - 멸(滅).

성 자체가 두 동강 났다. 쏟아지는 잔해와 칠흑 같은 마기가 뒤섞여 회오리쳤다. 진무극의 비명소리가 그 폭풍 속에서 순식간에 지워졌다. 진혁은 쏟아지는 파편 사이를 비상하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진정한 ‘심연의 눈’을 응시했다.

이제 신서울은 끝났다. 기업의 시대도, 시스템의 지배도, 1,000년 전의 봉인도 모두 진혁의 발밑에서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SYSTEM INFO: 모든 제약 해제.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완전 동기화.]

시스템은 이제 진혁의 명령을 따르는 도구조차 아니었다. 그것은 진혁의 의지 그 자체가 되어 도시의 모든 흐름을 장악했다. 진혁은 옥좌의 잔해 위에 서서, 무너져가는 신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지상에는 남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북쪽 구구역 너머, 아직 이름 모를 외부의 존재가 진혁의 각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혁은 검에 묻은 진무극의 잔해를 털어내며, 잿빛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다음은 누구냐.”

그의 목소리는 신서울의 모든 전자 통신망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그것은 지배자의 선언이 아니라, 진정한 마신의 귀환을 알리는 경고였다.

성 아래쪽에서는 니르바나의 대원들이 붕괴하는 타워를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저것은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오직, 스스로가 신이 된 한 인간만이 서 있었다.

진혁은 성의 잔해를 발판 삼아, 아직 끝나지 않은 운명의 궤적을 향해 다시금 도약했다. 북쪽 구구역의 심연이 진혁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신서울의 밤은 완전히 그의 것이었다.

[SYSTEM INFO: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마교의 기원과 대면하십시오.']

진혁은 그 메시지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시스템 따위는 상관없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길을 찾았으니까. 검은 날개를 펼친 천마가 신서울의 폐허 위를 가로질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디스토피아의 왕이 죽은 자리에, 새로운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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