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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37화목차

제137화 블랙 가드 부사령관 바일

제시해주신 설정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문장의 흐름을 매끄럽게 다듬고 인물 간의 대사와 묘사의 일관성을 교정한 원고입니다.

제137화 블랙 가드 부사령관 바일

북쪽 구구역으로 향하는 길목은 지옥의 입구와 다를 바 없었다.

신서울의 심장부를 뚫고 지나온 강진혁의 발걸음마다 짓이겨진 잔해들이 흩어졌다. 대기는 타오르는 마기와 고압 플라즈마의 잔향으로 인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시야 저편, 스카이브릿지의 중앙 통제실이 붉은 경고등을 점멸하며 거대한 강철 성벽처럼 앞을 가로막았다. 그곳은 티타늄 그룹이 마지막으로 내세운 철옹성이었다.

"거기까지다, 실험체 07호."

금속성의 파열음이 공간을 찢었다. 중앙 통제실의 차가운 강철 바닥이 액체처럼 꿀렁거리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블랙 가드 부사령관, 바일(Vail).

그는 인간의 육체를 포기한 자였다. 전신이 고농축 액체 금속 나노머신으로 이루어진 기괴한 생명체. 바일의 눈부신 은빛 신체가 일렁일 때마다 주위의 공기가 뒤틀렸다.

"회장님은 이미 소멸했다. 티타늄의 시대는 끝났어. 이제 네놈의 그 오만한 마기(魔氣)도 여기서 끝을 맺겠지."

바일의 손끝이 날카로운 액체 금속 가시로 변모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130,000 MW. 네놈의 현재 출력은 정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네 육체가 견딜 수 있는 한계치이기도 하지."

진혁은 말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칠흑 같은 마기가 검신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을 검게 그을렸다.

"말이 많군."

진혁의 한마디와 함께 공간이 폭발했다.

콰아앙-!

진혁의 신형이 바일의 정면으로 쇄도했다.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러나 바일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몸이 찰나의 순간에 형체를 잃고 분산되었다.

[Warning: 나노머신 밀도 변화 감지.]

HUD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 진혁의 사방에서 날카로운 금속 채찍이 뱀처럼 휘감겨 들었다.

챙! 챙챙챙!

액체 금속은 진혁의 공격을 유연하게 흘려보내며, 오히려 그 반동을 이용해 진혁의 사지를 얽어매었다. 금속 가시가 진혁의 피부를 파고들며 나노 회로를 강제로 역류시키려 했다.

"크윽."

"고통스러울 거다. 내 몸의 나노머신은 네놈의 회로를 집어삼키도록 설계되었으니까. 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쇳덩이로 변해갈 거다."

바일의 조소와 함께 금속 가시가 진혁의 혈관을 타고 침투했다.

그 순간, 진혁의 흑안이 서늘하게 빛났다.

[SYSTEM: 마신경(魔神境) 동기화율 상승.]

[현재 출력: 135,000 MW]

진혁의 단전에서 소용돌이치던 마기가 고요하게 침잠했다. 바일의 액체 금속이 진혁의 몸을 잠식하려던 찰나, 진혁의 심장이 거대한 펌프처럼 박동했다.

쿵-!

심장 박동과 함께 진혁의 혈관을 타고 흐르던 마기가 폭발적인 압력을 뿜어냈다.

"착각하는군."

진혁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네놈의 나노머신이 내 회로를 집어삼키는 게 아냐. 내 마기가 네놈의 금속을 지배하는 거지."

[만법귀마(萬法歸魔): 역류(逆流)]

진혁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파동이 바일의 액체 금속과 공명했다. 바일의 신체를 구성하던 나노 입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제멋대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이건 내 제어권 안의 기술이다! 네가 어떻게 내 나노 회로의 공진 주파수를...!"

바일의 형체가 흐트러졌다. 그는 다급히 형태를 재구성하려 했지만, 진혁은 이미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천마마안(天魔魔眼) 활성화]

적의 결함 노드가 진혁의 눈에 선명하게 박혔다. 바일의 나노머신이 응축되는 핵심 코어는 바로 그의 가슴 중앙, 회로의 연결점이었다.

"끝이다."

진혁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단순한 일격이 아니었다. 마신경에 도달한 진혁의 마기가 대기 중의 입자와 결합하여, 바일이 도망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봉쇄했다.

콰아앙-!

통제실의 천장이 진혁의 마기에 짓눌려 무너져 내렸다. 바일은 절규하며 액체 금속을 방패처럼 전개했으나, 진혁의 검은 그 모든 물리적 방어를 무시하고 코어를 향해 직선으로 파고들었다.

"아악-!"

액체 금속이 비명을 지르듯 흩어졌다. 진혁의 검 끝이 바일의 가슴을 꿰뚫는 순간, 엄청난 고열의 마염(魔炎)이 분출되었다.

[뇌전마강(雷電魔剛) - 멸(滅)]

초고온의 뇌전이 액체 금속 입자를 즉각적으로 증발시켰다. 은빛으로 빛나던 바일의 육체는 검은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통제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남은 것은 부서진 강철 파편과 타버린 회로의 냄새뿐이었다.

진혁은 검을 거두며 숨을 고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통제실 너머, 북쪽 구구역의 깊은 지하를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진동.

1,000년 전 천마가 남긴 빚이자, 마교의 심장이 내뱉는 불길한 고동이 진혁의 귓가를 울렸다.

[SYSTEM INFO: 경고.]

[지하 2,000층 봉인 해제율: 98.4%]

[대재앙의 의념이 사용자의 마기와 공명합니다.]

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시스템의 족쇄는 이미 사라졌다. 이제 그를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발을 내디뎠다. 신서울의 모든 불빛이 그의 뒤로 멀어지고, 오직 지하에서 솟구치는 검은 안개만이 그의 앞길을 장식했다.

'기다려라.'

진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 날개가 허공을 찢었다.

그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 통제실을 박차고 나갔다.

지옥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달할 유일한 마신(魔神)이 추락을 시작했다.

진혁의 발끝이 스카이브릿지의 잔해를 짓밟고 튀어 올랐다.

중력의 법칙 따위는 이미 그에게 무의미했다. 130,000 MW에 달하는 출력이 발밑의 공간을 밀어내며 초음속의 돌파를 만들어냈다. 신서울의 상층부 마천루들이 순식간에 시야 아래로 작게 뭉개졌다. 공기의 마찰음조차 진혁의 등 뒤에서 비명처럼 터져 나왔다.

'심연.'

그것은 단순히 거대한 구멍이나 심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1,000년 전 천마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 봉인했던, 말 그대로 '존재해서는 안 될 악의 근원'이었다. 티타늄 그룹이 신서울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진무극이 그토록 마공의 비급에 집착했던 이유도 전부 저 아래에 잠든 재앙의 찌꺼기를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Warning: 사용자 심박수 급증.]

[Warning: 주변 마기 농도, 허용 범위를 400% 초과.]

HUD에 붉은 경고가 점멸했으나 진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시스템의 편의 기능을 강제로 비활성화했다. 더 이상 인공지능이 계산하는 확률과 데이터는 필요치 않았다. 오직 자신의 감각과, 마신경에 도달한 의념만이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쿠우우웅-!

신서울의 북쪽 구구역, 일명 '제로 존(Zero-Zone)'이라 불리는 금지 구역의 지반이 거대한 비명과 함께 갈라지기 시작했다. 지하 2,000층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검은 안개는 물리적인 입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만물을 잠식하는 악의(惡意) 그 자체였다.

진혁은 그 검은 안개의 중심을 향해 수직으로 추락했다.

"나타났군."

안개 속에서 거대한 형상들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과거 진혁을 실험체로 쓰기 위해 폐기 처분했던 수많은 형제들의 잔해이자, 천마 프로토콜에 의해 희생당한 영혼들의 비명이 엉겨 붙은 괴물들이었다. 그들은 진혁의 등장을 감지한 듯, 일제히 검은 촉수를 뻗어 진혁을 낚아채려 했다.

슈악-!

진혁의 손에 쥐어진 검이 허공을 한 번 휘저었다.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開)]

검기(劍氣)가 닿는 순간, 검은 촉수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소멸했다. 그것은 물리적인 파괴가 아닌, 존재의 근간을 지워버리는 무(無)의 일격이었다. 진혁의 검은 이제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고, 시스템의 굴레를 끊어낸 '의지'의 투영이었다.

추락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지하 500층, 1,000층, 1,500층.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짐과 동시에, 뼈를 깎는 듯한 살기가 피부를 긁어댔다. 마침내 지하 2,000층, 고대 마교의 심장부가 드러났다.

그곳에는 거대한 심장 모양의 결정체가 박동하고 있었다.

쿵. 쿵.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진혁의 단전이 공명했다. 그것은 1,000년 전 천마의 심장이었다. 죽어서도 멈추지 않고 재앙을 빨아들이며 세상을 지키고 있던 거대한 억제기. 티타늄 그룹은 저 심장을 파괴하여 그 안에 담긴 마기를 추출하려 했고, 그 결과 봉인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네놈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심장 앞에 떠 있는 실루엣.

그것은 진혁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혁이 가졌던 '실험체 07호'의 모습이었다.

"누구냐."

진혁이 차갑게 물었다.

실루엣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동자는 진혁과 같은 흑안이었으나, 안광에는 감정이 거세된 채 차가운 데이터만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네가 버린 어제다. 그리고 네가 도달해야 할 내일이지."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 진혁을 겨눴다. 그가 휘두르는 검 끝에서 진혁의 [천마일검]과 똑같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티타늄의 프로토콜은 너를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진정한 '천마'는 시스템에 저항하는 자가 아니라, 시스템 그 자체가 되어 세상을 통제하는 자다."

"착각이 심하군."

진혁의 검 끝에 뇌전이 휘감겼다.

"너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복제품에 불과해. 진짜 천마는, 그런 규격화된 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두 존재의 마기가 충돌했다.

지하 2,000층의 공간이 뒤틀리고, 지반이 통째로 솟구쳐 올랐다.

[SYSTEM: 치명적 경고.]

[에너지 출력 한계치 초과.]

[사용자의 육체가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HUD가 마지막 경고를 띄우고 스스로 셧다운되었다.

이제 진혁에게 남은 것은 오직 자신의 몸뿐이었다.

"오너라."

진혁이 발을 굴렀다.

두 천마의 의지가 맞부딪히는 순간, 신서울 전체가 거대한 진동에 휩싸였다.

그것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1,000년 전의 전설과, 현대의 기술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신천마신공'의 진정한 시험대였다.

복제품은 진혁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예측했다. 그는 진혁의 마공을 그대로 복사하여 뇌전마강을 펼쳐냈다. 그러나 진혁은 멈추지 않고 더 깊은 곳, 자신의 내면 가장 밑바닥에 숨겨두었던 '마신경'의 본질을 끄집어냈다.

"공식은 답을 주지만, 의지는 답을 만든다."

진혁의 검이 복제품의 검을 타고 흘러내렸다.

챙-!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닌, 영혼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터졌다.

복제품의 팔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그것은 예측할 수 없는, 오직 진혁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변칙'의 일격이었다.

"어째서... 시스템의 연산에는 없는 움직임이다!"

복제품이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진혁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기 날개를 펼쳐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는, 복제품의 가슴을 향해 자신의 모든 마기를 응축한 일격을 꽂아 넣었다.

콰아아앙-!

복제품의 육체가 잿더미로 변해갔다. 그가 소멸하기 직전, 진혁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이것이... 네가 도달할 끝이다. 심장의 주인이 너를 기다린다..."

복제품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진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거대한 심장 앞으로 다가갔다. 심장은 이제 그를 향해 박동을 멈춘 채, 자신을 받아들일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뻗었다.

심장에 닿는 순간, 1,000년 전 천마의 기억이 해일처럼 진혁의 뇌리로 쏟아져 들어왔다. 혈마병의 고통, 마공의 폭주, 그리고 세상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봉인해야 했던 비극.

진혁은 그 모든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제 끝내겠다."

그는 심장을 파괴하는 대신, 그 안의 마기를 자신의 단전으로 끌어들였다.

쿠구구구-!

진혁의 몸이 빛을 내뿜었다.

단순한 MW 단위의 출력을 넘어선, '격(格)'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신서울의 하늘이 갈라지고, 칠흑 같은 밤하늘에 은하수가 흐르는 듯한 마기가 치솟았다.

[진정한 천마가 강림한다.]

심장이 진혁의 단전과 하나가 되었다.

그의 흑안이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신서울을 징벌하는 복수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 세계의 굴레를 끊어내고, 스스로 새로운 진리를 세우는 자였다.

심장의 파동이 신서울 전역에 퍼져나갔다.

슬럼가의 노동자들, 니르바나의 전사들, 그리고 잔당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는 천마의 형상을 한 거대한 마기가 신서울을 덮고 있었다.

진혁은 천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지하 2,000층의 어둠은 이제 그의 발아래 있었다.

"이것이 나의 도(道)다."

그는 신서울을 내려다보며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의 일격이 내리꽂히는 순간, 신서울을 지배하던 모든 악의 고리는 완전히 끊어질 것이었다.

그때였다.

진혁의 시야가 다시 한번 요동쳤다.

봉인된 지하 깊은 곳, 천마의 심장이 품고 있던 진짜 '재앙'이 꿈틀거렸다.

심장의 주인이 기다린다는 말.

진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것은 인간도, 기계도 아니었다.

저 너머, 신서울의 경계를 넘어선 우주적 존재가 마침내 강진혁의 존재를 인지한 것이다.

[마지막 봉인이 깨어난다.]

진혁의 검 끝에 맺힌 마기가 세상의 모든 빛을 삼키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복수는 끝났다.

진정한 전쟁이, 바로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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