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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35화목차

제135화 스카이브릿지 봉쇄 작전

티타늄 타워의 마스터 돔이 무너져 내린 자리는 고요했다. 진무극의 육신이 말라비틀어진 껍데기가 되어 바닥에 흩어졌고, 그곳을 채우고 있던 압도적인 위압감은 이미 강진혁의 전신으로 흡수된 뒤였다. 신서울의 밤하늘은 불타는 파편들로 붉게 물들었으나, 진혁의 눈동자는 그보다 더 깊은 심연의 빛을 띠고 있었다.

시스템은 더 이상 그의 시야를 간섭하지 않았다. HUD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날것 그대로의 감각, 그리고 혈관을 타고 흐르는 100,000 MW의 폭발적인 마기(魔氣)뿐이었다.

[SYSTEM: 시스템 제어권이 사용자 ‘강진혁’에게 귀속되었습니다.]

[SYSTEM: 모든 외부 통신 채널을 ‘니르바나’ 주파수로 고정합니다.]

진혁의 망막 위로 파편처럼 흩어지는 데이터가 윤아영의 목소리와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

“진혁 씨! 들려? 티타늄 그룹의 잔당들이 상층부 물류 허브인 ‘스카이브릿지’로 쥐새끼처럼 도망치고 있어! 거기엔 기업의 마지막 비축 자금과 차세대 군사 프로토콜 데이터가 잠들어 있어. 그걸 놓치면 놈들이 다시 기반을 다질 거야!”

윤아영의 다급한 외침이 이어졌다. 놈들이 스카이브릿지를 봉쇄하고 물류 수송선을 띄우려 한다면, 신서울의 지배권은 다시금 안개 속으로 사라질 터였다.

“봉쇄한다.”

진혁의 짧은 대답과 함께 그는 마천루의 난간을 박차고 나갔다.

쿠구구구―!

발밑의 콘크리트가 비명을 지르며 붕괴했다. 수백 미터 상공, 강풍이 몰아치는 공중 회랑. 진혁의 몸이 마치 검은 화살처럼 대기권의 경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3단계 ‘천마현신’에 도달한 그에게 중력은 더 이상 제약이 아니었다. 등 뒤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검은 날개의 형상을 띠며 공기를 압축하고 있었다.

스카이브릿지. 하층과 상층을 잇는 유일한 물류 대동맥이자, 거대 기업의 부가 흐르는 혈관. 그곳으로 수천 명의 블랙 가드 잔당과 티타늄의 기술자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진혁 씨, 스카이브릿지 방어막 코드가 3중으로 암호화되어 있어! 정면 돌파는 무리야. 3분, 아니 2분 내로 놈들이 수송선 궤도를 열 거야!”

“필요 없다.”

진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멀리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강철 교량. 그 위를 가득 메운 무장 병력과 요격 포대들이 진혁의 존재를 감지했는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접근 중인 비식별 물체 확인! 요격 개시!”

화아아앙―!

수백 개의 플라즈마 레이저가 어둠을 찢고 날아들었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흔적도 없이 증발했을 맹렬한 화망. 하지만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이유가 없었다.

‘분석.’

눈앞의 레이저 궤적이 마치 정지 화면처럼 뇌리에 박혔다. 마기의 운용은 이제 본능이었다.

[기술 발동: 만법귀마(萬法歸魔)]

진혁의 손끝이 허공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가 내뿜은 마기가 파동 형태로 퍼져 나가며 레이저의 공진 주파수를 강제로 틀어버렸다.

콰아아앙!

레이저들은 서로 충돌하며 공중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연출했다. 진혁은 그 폭발의 파편 사이를 유영하듯 통과했다. 그의 움직임은 무도의 정점이었고, 동시에 기계공학적인 효율의 극치였다.

“말도 안 돼! 저건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야!”

교량 위에서 비명을 지르는 블랙 가드 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혁은 그들의 시야가 닿기도 전에 이미 교량의 중간 지점에 착지했다. 육중한 강철 바닥이 그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움푹 패였다.

“막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중장갑을 두른 블랙 가드 정예병들이 진혁을 포위했다. 그들의 손에는 티타늄 그룹이 자랑하는 고주파 진동검이 들려 있었다.

진혁은 말없이 검을 뽑았다. 천마의 검이 아닌, 방금 전 흡수한 티타늄의 기술과 자신의 마기가 결합하여 빚어낸 새로운 형태의 병기였다.

“천마(天魔)의 길은 핏줄에서 오지 않는다.”

진혁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스스로 쟁취한 힘만이 진리일 뿐.”

콰앙!

진혁의 몸이 사라졌다. 아니, 너무 빨라 시각 정보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기술 발동: 마영신보-극(極)]

순식간에 적진의 심장부로 파고든 진혁의 검이 호선을 그렸다. 맹렬한 마기가 깃든 검날이 블랙 가드들의 중장갑을 마치 종잇장처럼 베어 넘겼다. 절단면은 녹아내렸고, 내부의 나노 회로는 마기에 의해 단락되어 불꽃을 튀겼다.

“이게…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단 한 번의 보법, 단 한 번의 검격. 포위망이 순식간에 뚫렸다. 바닥에 쓰러진 자들은 자신의 장갑이 왜 무력화되었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진혁 씨! 수송선 도킹 해제까지 30초야! 놈들이 브릿지를 폭파시키고 도망치려 해!”

윤아영의 다급한 경고음이 고막을 울렸다. 진혁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거대한 대형 수송선이 엔진을 가열하며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을 응시했다. 브릿지 곳곳에 설치된 폭파 장치가 붉은 점멸을 시작했다.

‘폭파를 막을 시간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진혁은 단전의 마기를 전신으로 끌어올렸다. 100,000 MW의 출력이 뼈마디를 타고 흐르며 근육을 팽창시켰다. 혈관이 터질 듯한 고통이 엄습했지만, 그는 그 고통마저 마기로 치환해 삼켰다.

“전부 부순다.”

진혁이 교량의 주 지지대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기술 발동: 뇌전마강-멸(滅)]

칠흑 같은 마기와 푸른 뇌전이 융합된 일격. 그 검기는 단순히 베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분자 구조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파멸의 힘이었다.

쿠우우웅―!

거대한 교량이 진동했다. 지지대가 비명을 지르며 꺾이기 시작했다. 수송선으로 연결되던 도킹 브릿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허공으로 떨어져 내렸다.

“안 돼! 추락한다!”

수송선 내부에서 들려오는 절규를 뒤로한 채, 진혁은 부서지는 잔해를 밟고 다시 한 번 허공으로 도약했다. 비상하는 수송선의 측면, 개방된 화물칸으로 향하는 그의 눈빛은 차가운 얼음처럼 냉철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저 수송선 안에 숨어 있는 티타늄의 마지막 핵심 데이터, 그리고 자신을 ‘그릇’으로 만들려 했던 자들의 유산이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이륙하는 수송선의 엔진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지옥으로 가라.”

검은 날개를 펼친 천마의 그림자가 신서울의 밤하늘을 덮쳤다. 수송선의 육중한 외벽이 진혁의 마기에 의해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수송선 내부에서 감지되는 익숙한 파동. 진무극이 남긴 최후의 장치이자, 지하 2,000층의 재앙과 연결된 무언가가 붉은 빛을 내뿜으며 진혁을 향해 조준되었다.

진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시스템이 사라진 자리, 오직 자신의 의지만이 존재하는 이곳이야말로 그가 도달해야 할 진정한 전장이었다.

[SYSTEM: 사용자 강진혁, 전투 데이터 분석 완료.]

[SYSTEM: 이제, 당신의 무공을 증명할 시간입니다.]

진혁은 검을 고쳐 잡았다. 수송선의 폭발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잔당들을 향해, 그는 다시 한 번 신천마신공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발아래, 신서울의 거대한 불빛이 마치 촛불처럼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송선의 육중한 외벽이 찢겨 나가는 소음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진혁의 검은 날개가 뿜어내는 마기가 엔진의 플라즈마 분사구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거대한 화염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진혁 씨! 기체 내부에서 비정상적인 에너지 반응이 감지돼! 그건 티타늄의 기술이 아니야. 초대 천마의 기록에서 봤던... 봉인된 심연의 파동이야!"

윤아영의 떨리는 음성이 이어졌다. 수송선 내부에서 솟구치는 붉은 안개는 진혁이 지하 2,000층에서 보았던 그것과 동일한 성질을 띠고 있었다. 단순히 기계적인 폭발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이질적인 무언가가 강제로 형상을 갖추려 하고 있었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파열된 외벽을 뚫고 수송선 내부로 진입했다. 좁은 복도에는 블랙 가드의 잔당들이 패닉에 빠진 채 총구를 겨누고 있었으나, 진혁은 그들을 살피지 않았다. 그의 감각은 오직 복도 끝, 화물칸 중앙에 놓인 거대한 금속 큐브를 향해 있었다.

"저게...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숨겨둔 열쇠인가."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큐브를 활성화했다. 그러자 큐브가 사방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뒤틀린 형상의 생체 의수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진무극이 자신의 신체를 포기하면서까지 남긴, 시스템의 연산 체계를 초월한 ‘마기 정제기’였다.

큐브가 작동하자 수송선 내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주위의 블랙 가드 대원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생체 코어 에너지가 강제로 추출되어 큐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큭, 괴물 같은 놈들."

진혁은 검을 낮게 깔았다. 큐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안개가 진혁의 마기와 충돌하며 공간을 뒤틀었다.

[기술 발동: 만법귀마(萬法歸魔) - 역류(逆流)]

진혁은 흡원천공의 원리를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적의 에너지를 단순히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마기의 회전 방향을 반대로 뒤집어 큐브의 에너지 공급 경로를 차단하려는 시도였다.

콰아아앙!

수송선 전체가 요동쳤다. 기체 내부의 중력 제어 장치가 붕괴하며 집기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진혁은 떠오르는 파편을 딛고 큐브를 향해 쇄도했다.

"기술로 쌓은 성벽은 무너뜨리기 쉽다. 하지만 네놈들이 가진 그 오만한 확신은 부러뜨려야 제맛이지."

진혁의 검 끝이 큐브의 핵심 노드를 정확히 관통했다. 큐브가 비명을 지르듯 고주파음을 내며 균열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큐브 내부에서 솟아오른 붉은 안개가 진혁의 검을 타고 올라와 그의 팔을 휘감았다.

차가운 마기가 신경계를 침범하려 했다.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1,000년 전 마교의 광기가 깃든 의념이었다.

'내 몸을 그릇으로 삼겠다고?'

진혁은 냉소를 지었다. 그는 팔에 깃든 안개를 억지로 떼어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전의 출력을 120,000 MW까지 폭등시키며, 자신의 몸 자체를 거대한 용광로로 만들었다. 외부의 안개마저 자신의 마기로 강제 동기화시켜버리는 미친 짓이었다.

"내 그릇은 너희 같은 찌꺼기가 담길 곳이 아니다."

진혁의 눈동자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는 큐브의 붉은 안개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수송선 내부의 붉은 빛이 일순간에 검은 빛으로 반전되었다.

쿠우우웅!

수송선 엔진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기체가 공중에서 분해되기 시작하자, 진혁은 부서지는 잔해 틈을 뚫고 수직으로 솟구쳤다.

화염 속에서 그가 나타났다. 검은 날개를 펼친 천마의 모습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지상에서 이를 지켜보던 니르바나의 대원들은 물론, 도망치던 잔당들조차 넋을 잃고 그 압도적인 광경을 바라보았다.

"진혁 씨, 상황 정리됐어? 수송선이 완전히 붕괴했어!"

"아직이다."

진혁은 수평선 너머를 응시했다. 수송선이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서울 북쪽 구구역에서 감지되던 거대한 진동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짙어지고 있었다.

[SYSTEM: 경고. 북쪽 구구역에서 고에너지 파동 감지.]

[SYSTEM: 티타늄 그룹의 비상 프로토콜이 아닌, 고대의 봉인이 해제되는 신호입니다.]

진혁의 눈이 가늘어졌다. 진무극은 단지 시작이었을 뿐이다. 그들이 두려워했던 것, 그래서 티타늄의 전력을 쏟아부어 봉인하려 했던 ‘심연’이 이제는 진혁이라는 변수를 만나 더 빠르게 깨어나고 있었다.

진혁은 공중에서 회전하며 착지했다. 발밑의 강철 지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가 검을 거두자, 흩날리던 마기가 뱀처럼 스러졌다.

"북쪽인가."

진혁이 고개를 돌렸다.

"가야겠군. 시스템이 말하는 그 끝이 어디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그의 등 뒤로, 부서진 수송선의 잔해들이 불타며 떨어져 내렸다. 신서울의 밤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이제 그 어둠을 지배하는 자는 기업의 자본도, 기계의 연산도 아니었다.

오직 스스로를 증명해 낸 인간, 강진혁뿐이었다.

진혁은 무심하게 통신기를 켰다.

"아영아. 니르바나 정예 부대를 북쪽으로 이동시켜. 오늘 밤, 신서울의 역사를 다시 쓴다."

[SYSTEM: 명령 수행. 모든 저항군 자산, 북쪽 구구역으로 진격 경로 설정 완료.]

진혁은 망설임 없이 북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지면을 울렸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천둥소리와 같았다.

이제, 시스템의 그늘을 벗어난 진정한 천마(天魔)가 심연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그가 완성한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밤은 깊어갔지만, 진혁의 검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디스토피아의 왕좌를 찬탈할 유일한 주인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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