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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25화목차

제125화 뇌전마강(雷電魔剛)의 창조

상층부 마천루, ‘천상관문’으로 향하는 유일한 혈로인 전자기 가속 승강장. 그곳은 이미 티타늄 그룹의 방어 병력이 깔아놓은 죽음의 회랑이었다.

위잉-!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고주파 소음과 함께 수백 대의 스텔스 드론 편대가 붉은 레이저 조준점을 진혁의 가슴팍에 박아 넣었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코어 회로가 타버리거나 나노머신이 과부하로 폭주했을 상황. 하지만 강진혁은 평온했다.

그의 단전, 아니 심장 근처에 자리 잡은 생체 코어에서 10만 MW에 달하는 에너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분석.’

눈앞의 드론 편대 사이로 푸른 디지털 파편이 튀었다. HUD는 셧다운 된 지 오래였으나, 진혁의 뇌는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초정밀 연산 장치가 되어 있었다. 적들의 비행 궤적, 탄착 지점, 그리고 나노머신의 주파수 대역까지. 모든 정보가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겨우 이 정도인가.”

진혁의 검, 천우진이 보강해준 특수 합금 검신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마기가 아니었다. 방금 전 탈취한 아폴론 요새의 플라즈마 에너지가 마기와 섞여 검 끝에서 맹렬히 회전했다.

[시스템 메시지: 경고! 에너지 출력 임계치 초과!]

시스템의 경고음은 이제 환청처럼 들릴 뿐이었다. 진혁은 그 환청을 무시하며 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

치지직-!

검 끝에서 튀어 오른 푸른 불꽃이 대기 중의 전자를 이온화시켰다.

“뇌전마강(雷電魔剛).”

그가 검을 일자로 내리그었다.

단 한 번의 참격. 그러나 그 궤적은 공간의 물리 법칙을 비웃듯 뒤틀렸다. 검신에서 뻗어 나온 칠흑의 뇌전이 0.1초 만에 드론 편대 사이를 파고들었다.

펑-! 펑펑펑펑!

공중에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났다. 단순히 드론을 부수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기에 실린 고압 전류가 드론 내부의 양자 회로를 완전히 융해시켜, 고철 덩어리조차 남기지 않고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승강장 전체가 타버린 금속의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찼다. 진혁은 검을 거두며 차갑게 식은 눈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승강장 끝, 거대한 티타늄 게이트 너머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

그것은 진무극이 남겨둔 마지막 데이터베이스이자, 신서울을 영구적인 통제 아래 두려는 ‘신마(神魔) 알고리즘’의 본체였다.

“기다려라.”

진혁이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승강장의 바닥이 그의 출력에 견디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켰다.

승강장 저편, 진무극의 비서실장인 ‘바르바토스’가 모니터 너머로 진혁을 지켜보고 있었다.

“측정 불가입니다. 현재 강진혁의 출력은… 10만 MW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와의 동기화가 이루어지면 도시 자체가 소멸할 위험이 있습니다.”

“알고 있다.”

모니터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죽은 진무극의 합성 음성이었다.

“그릇은 이미 완성되었다. 이제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가 문제지. 강진혁,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너는 결국 내 의지를 투영할 거울에 불과하다.”

그때였다.

쾅-!

거대한 티타늄 게이트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안쪽으로 튕겨 나갔다. 진혁이 나타났다. 그의 온몸에서는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눈동자는 플라즈마의 푸른빛으로 번뜩였다.

“거울이라고?”

진혁이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주인 없는 거울은 누구든 비추지. 하지만 나는 너 같은 놈을 비추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진혁의 검 끝이 바르바토스를 향했다. 바르바토스는 즉시 자신의 사이보그 팔을 변형시켜 고출력 레일건을 전개했다.

“사살하라!”

수십 발의 레일건 탄환이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조차 없었다.

마영신보(極).

진혁의 몸이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공간을 도약했다. 레일건 탄환이 통과한 것은 그저 진혁이 찰나의 순간에 남긴 ‘마기 파동’일 뿐이었다.

“너무 느려.”

진혁의 목소리가 바르바토스의 귓가에서 들렸다. 바르바토스가 황급히 몸을 돌렸지만, 이미 진혁의 손은 그의 코어를 움켜쥐고 있었다.

“으아악!”

흡원천공(吸元天功).

바르바토스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가 진혁의 손바닥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비명은 짧았다. 바르바토스의 신체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며 코어의 동력이 강제로 강탈당했다.

[단전 출력: 105,000 MW 돌파]

진혁은 말라버린 바르바토스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그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에는 신서울의 상층부, 최상위 마천루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진무극이 설계한 ‘신마 알고리즘’의 핵심 서버를 부수고, 1,000년 전 천마의 이름이 아닌, 강진혁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신천마(新天魔)를 세상에 공표하는 것뿐이다.

“윤아영, 들리나?”

통신기에 대고 진혁이 낮게 읊조렸다.

[진혁 씨! 무사한 거죠? 지금 관제실의 모든 데이터가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어요! 상층부 마천루에서 뭔가를 가동하려는 것 같아요!]

“상관없다. 전부 다 부술 테니.”

진혁의 등 뒤로 검은 날개 형상의 마기가 펼쳐졌다. 그것은 나노머신과 마기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그야말로 현대판 천마의 현신이었다.

그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 도약했다. 신서울의 밤하늘이 진혁이 내뿜는 칠흑의 뇌전으로 인해 낮처럼 밝아졌다. 상층부 마천루, 그 최상위 층에서 무언가 거대한 기계 장치가 차가운 기계음을 내며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데이터화하여 영생을 누리려는, 진무극의 마지막 오만이 낳은 괴물이었다.

진혁은 그 거대한 괴물의 정중앙을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네 놈들의 불멸은 여기서 끝이다.”

승부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진혁이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천마일검의 자세를 잡는 순간, 신서울 전역의 전력이 일제히 단전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전 출력 110,000 MW.

그의 검이 닿는 곳마다 공간이 찢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진혁은 칠흑의 뇌전이 되어, 신서울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종 결전지로 낙하했다.

과연 그 끝에는 진무극의 의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조차도 알지 못하는 거대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인가.

진혁의 검 끝이 마천루의 정점을 향해 거침없이 꽂혔다.

“전부, 베어버린다.”

콰아아앙-!

마천루의 최상층부가 굉음과 함께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 파편들 사이로, 진혁의 칠흑 같은 그림자가 섬광처럼 흩어졌다.

마천루의 최상층부가 붕괴하며 쏟아져 내리는 파편들은 마치 검은 비처럼 신서울의 상공을 뒤덮었다. 11만 MW의 에너지를 쏟아부은 일격은 건물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선 물리적 재앙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무너지는 콘크리트 잔해를 마광신보(極)의 잔상으로 밟고 올라가며, 그는 곧장 중심부를 향해 마력을 집중했다.

그곳에는 진무극의 유산이자, 신서울 전체를 거대한 디지털 지옥으로 만들려 했던 ‘신마(神魔) 알고리즘’의 본체, 거대한 양자 서버 타워가 비정상적인 푸른빛을 발하며 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릇의 자격이 없는데, 어찌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는가.”

허공에서 합성된 진무극의 음성이 요새 전체를 진동시켰다. 동시에 서버 타워를 둘러싼 수십 개의 방어 로봇이 일제히 총구를 돌렸다. 그들은 일반적인 병기가 아니었다. 진무극의 뇌파 데이터를 강제로 입력받아 자의식을 가진 ‘강철의 망령’들이었다.

“그릇?”

진혁은 피식 웃으며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염강기(魔炎剛氣)가 주변의 공기를 순식간에 진공 상태로 만들었다.

“착각하지 마라. 그릇을 만든 건 너희들이지만, 그 안을 채운 건 나라는 인간의 의지다. 네놈들이 감히 신의 영역을 흉내 내며 짠 그 따위 코드 조각들은, 내 검 한 번에 전부 휴지 조각이 될 뿐이다.”

진혁은 검을 고쳐 잡았다.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11만 MW의 에너지가 혈관을 타고 나노머신과 완벽하게 동기화되었다. 이전까지의 출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을 증폭하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마기가 현대 공학의 물리법칙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전술 연산: 뇌전마강(雷電魔剛) 변주 – 진(眞)]

뇌전이 검신을 타고 휘감기며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렸다. 진혁이 도약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푸른 뇌흔(雷痕)이 불규칙한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며 허공에 각인되었다.

방어 로봇들이 일제히 레이저를 발사했다. 하지만 진혁은 그 레이저의 파장을 역으로 분석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적의 공격 주파수를 파악하여 자신의 마기를 덧씌우자, 공격은 탄환이 되어 적의 심장을 꿰뚫었다.

쾅! 콰광!

로봇들이 비명 같은 기계음을 내지르며 폭파했다. 서버 타워의 방어막이 찢겨나갔다. 마침내 진혁의 눈앞에 신마 알고리즘의 핵심 코어가 드러났다. 수만 개의 광섬유가 얽혀 있는 그 중심부는, 마치 인간의 뇌처럼 끔찍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경고: 신마 알고리즘과의 접속이 감지됨. 사용자 강진혁의 자아 분리 시도 중.]

뇌리에 스치는 기분 나쁜 침입. 시스템의 잔재가 여전히 진혁의 정신을 잠식하려 했다. 하지만 진혁은 눈을 감았다. 시스템에 의존하던 과거의 습관을 완전히 버리고, 오직 자신의 심장 박동과 혈관을 흐르는 마기의 흐름에 집중했다.

‘내 몸은 나만의 것. 누구의 데이터도, 누구의 기억도 내 의지를 대체할 수 없다.’

진혁의 의지가 폭발했다.

그는 검을 쥔 손에 모든 출력을 집중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의 한계를 넘어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깃들었다.

“이것이 나의 진리다!”

검이 서버 타워의 중심부를 향해 내리꽂혔다. 그 순간, 신서울 전체의 전력이 일순간 암흑으로 변했다. 오직 진혁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뇌전만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서버 타워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다. 진무극의 의지가 담긴 방어 프로토콜이 수십 겹의 중력 방벽을 펼쳤지만, 진혁의 검은 그 중력의 공진 주파수를 정확히 파쇄하며 방벽을 가루로 만들었다.

‘뇌전마강(雷電魔剛) – 멸(滅).’

치이이익-!

건물 전체가 진동했다. 거대한 서버 타워가 내부로부터 타들어가며 푸른 불꽃을 뿜어냈다. 1,000년 전 천마의 혈통을 더럽히고, 현대 기술로 인간을 데이터의 노예로 만들려 했던 거대 악이 마침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서버 타워의 파편 사이로 무언가 붉은 빛이 일렁였다. 진무극의 홀로그램이 마지막으로 나타나 기괴하게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강진혁…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나? 시스템을 부수를 순간, 이 도시를 지탱하던 모든 생체 코어 제어망도 함께 소멸한다. 300만 명의 시민들은… 네가 구한 게 아니라, 네 손으로 죽인 거다.”

진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럴 줄 알고 있었지.”

진혁은 미리 윤아영과 나누었던 통신을 떠올렸다.

“윤아영.”

[네, 진혁 씨! 지금이에요! 니르바나의 저항군들이 모든 구역의 비상 에너지 그리드를 연결했어요! 도시가 완전히 암흑이 되기 전에, 진혁 씨의 출력으로 그 에너지를 대체하세요!]

진혁은 검을 서버 타워의 중심이 아닌, 건물 밑바닥의 거대한 에너지 송전로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흡원천공의 역류를 이용해, 자신이 파괴한 서버 타워의 방대한 데이터를 시민들의 생체 코어 유지 에너지로 변환하여 도시 전체로 방류했다.

그것은 파괴가 아닌, 강제적인 ‘동기화’였다.

티타늄 그룹이 강제로 심어놓았던 독점 프로토콜을, 진혁이 흡수한 신마 알고리즘의 원본 데이터로 덮어씌워 자유로운 에너지로 해방한 것이다.

신서울의 상층부에서부터 하층부까지, 모든 시민의 가슴 속 코어가 은은한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고통스럽던 코어의 공진음이 멈추고, 오직 평온한 동기화만이 남았다.

“크윽…!”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낸 탓에 진혁의 몸이 휘청거렸다. 11만 MW의 출력은 인간의 육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검을 지팡이 삼아 붕괴하는 타워의 잔해 위에 우뚝 섰다.

멀리서 지평선 너머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구름 틈새로 쏟아지는 진짜 태양 빛이었다.

통신기로 윤아영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혁 씨… 성공했어요. 신서울의 모든 생체 코어가… 기업의 통제에서 벗어났어요. 이젠 누구도 우리를 조종할 수 없어요.]

진혁은 말없이 옥상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등 뒤에서 펼쳐졌던 검은 마기의 날개가 서서히 흩어지며 눈처럼 흩날렸다.

하지만 승리의 여운을 즐기기도 전에, 진혁의 마안(魔眼)이 북쪽 구구역을 향해 멈췄다.

그곳은 독고운이 사라졌던 잿빛 협곡이었다.

방금 전 서버 타워가 소멸하며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 파동이, 마치 잠자던 거대한 무언가를 깨운 듯한 불길한 진동이 느껴졌다.

[시스템: 경고. 알 수 없는 외부 신호가 북쪽 구구역에서 감지됨. 이는 티타늄 그룹의 기술이 아님.]

진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티타늄 그룹의 붕괴는 끝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것은 이제 막 시작된 진짜 거대한 폭풍의 전조일지도 몰랐다.

진혁이 핏물이 밴 검을 갈무리하며 낮게 읊조렸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나.”

그의 눈동자에 투혼이 다시금 점화되었다. 이제 신서울의 하늘은 자유로워졌지만, 진혁이 짊어져야 할 운명은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심을 가로질러 북쪽을 향해 마영신보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때, 통신기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혁 씨! 큰일 났어요! 방금 들어온 보고인데, 진무극의 후사대 잔당들이 슬럼가의 핵심 보급로를 기습했어요! 니르바나 본부가 포위당했습니다!]

진혁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슬럼가.

그가 처음으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되찾았던 곳. 그리고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는 곳.

진혁은 북쪽의 불길한 기운과 슬럼가의 비명 소리 사이에서 잠시 갈등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후사대… 그놈들부터 짓밟아주고 가주지.”

진혁의 몸이 칠흑의 뇌전이 되어 다시 한번 밤하늘을 갈랐다. 신서울의 평화는 아직 안개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 안개를 걷어낼 자는, 이미 천마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결전의 서막은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무림의 무대로 옮겨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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