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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23화목차

제123화 플라즈마와 마기의 결합

아폴론의 요새로 향하는 수직 벽면을 타고 오르는 강진혁의 발밑에서 공기가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신서울 최상층부의 대기 압력을 억누르던 중력 제어 장치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사방으로 푸른 전자기 불꽃이 튀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불야성을 이루던 상층 마천루들이 구불구불한 붉은 흉터처럼 보였다. 그 아래, 수백 미터 심연에는 300만 하층민의 생체 코어와 직결된 자폭 프로토콜 '아폴론의 심장'이 째깍거리는 카운트다운을 울리고 있었다.

잔여 시간, 단 1분 40초.

시스템의 붉은 경고창 대신 진혁의 뇌리 속에는 오직 순수한 생체 감각과 단전의 맥박만이 고요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SYSTEM INFO: 사용자 강진혁의 의념 동기화 상태 - 최상.]

[경지: 초월천마경 (심화)]

[단전 출력: 77,800 MW]

기계가 계산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요새의 최상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방벽이 아니다. 티타늄 그룹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초전자기 양자 결계이자, 고대 마교의 기혈 흐름을 역이용해 만든 거대한 에너지의 감옥이었다.

“진혁 씨! 들려요?”

통신 이어셋을 통해 윤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파열음과 함께 파고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이미 메인 서버의 잔해 속에서 마지막 남은 하위 라우터를 해킹하느라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아폴론의 요새로 진입하는 정면 챔버에 접근하지 마세요! 거기엔 최상위 군사 무기인 '플라즈마 테슬라 그리드'가 깔려 있어요. 상층부 방어 시스템의 메인 동력원인 초고온 플라즈마 발생 장치에서 직접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구조라, 잘못 닿는 순간 분자 단위로 기화될 거예요!”

플라즈마.

현대 군사 기술의 극점 중 하나이자, 초고온의 이온화된 가스가 만들어내는 파괴적인 에너지 흐름.

그것은 진혁이 지금까지 흡수해 온 고압 전류나 나노머신의 열역학적 수치와는 차원이 다른 밀도를 가지고 있었다.

“플라즈마 발생 장치인가.”

진혁의 입가에 옅은 호선이 그려졌다.

시스템의 보조 없이 오직 자신의 눈과 코, 그리고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마기로 주변의 기류를 읽어내는 진혁에게 그 경고는 오히려 새로운 깨달음의 단초가 되었다.

1,000년 전의 마공이 자연의 기운을 다루었다면, 현대의 과학은 그 기운을 수치화하고 증폭시켜 물리적 실체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에너지를 다루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전류가 마기와 섞여 '뇌전마강'이 되었듯, 초고온의 플라즈마 역학 역시 마기의 운기 경로와 결합한다면 지금까지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절기가 될 수 있었다.

챙—!

진혁이 등 뒤에 메고 있던 낡은 천마검을 뽑아 들었다.

적들의 에너지를 베어낼 때마다 검신에 새겨진 미세한 나노 회로가 붉은빛을 발했으나, 수많은 격전을 거치며 검의 내부 구조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단전 출력 77,800 MW의 마기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지금의 검으로는 부족했다.

“우진 형.”

진혁은 중얼거리며 옥상 진입로의 환기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층 슬럼가와 공업지대의 경계, 그리고 저항군이 임시로 마련한 지하 공방. 그곳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혁의 부름을 기다리는 투박한 손이 있었다.

콰쿠구구구궁-

신서울 제2구역의 낡은 군수 공장 지하.

사방으로 튀는 불꽃 속에서 천우진이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의수화된 양팔은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특수 초도전체 티타늄 합금을 두들기느라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왔나, 진혁이.”

공방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진혁을 향해 천우진이 툭 던지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과 함께 무인으로서의 뜨거운 혈기가 서려 있었다.

“위에서 들리는 소리 들었어. 아폴론의 요새가 자폭하기까지 이제 1분도 안 남았다고 하더군. 도시 전체가 날아갈 판이야.”

“시간은 충분합니다.”

진혁이 걸어가 작업대 위에 천마검을 내려놓았다.

검신을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마기의 파동에 작업대의 전등이 파르르 떨리며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검이 버티지 못합니다. 7만 8천 메가와트의 출력을 실어 나르기엔, 지금의 검은 너무 가볍군요.”

천우진은 씩 웃으며 작업대 구석에 놓인 거대한 압축 용기를 가리켰다. 그 안에서 이글거리는 푸른빛은 방금 전 상층부 관제탑에서 진혁이 흡수하고 남은 플라즈마 에너지의 파편이었다.

“아영 그 계집애가 라우터 해킹하다 건져 올린 데이터야. 상층부 군사 무기인 '플라즈마 테슬라 그리드'의 핵심 코어 압축재지. 일반적인 무기라면 근처에 가져가기만 해도 녹아내릴 물건이야.”

천우진이 철제 집게로 그 푸른빛의 응축체를 집어 들었다. 그의 의수 관절이 삐걱거리며 최고 출력으로 가동되었다.

“네 녀석이 그동안 흡수해 온 마기의 성질과 현대의 플라즈마 역학이 어떻게 맞물릴지, 이 나이 먹도록 무기를 만들어 온 나도 감이 안 와. 하지만 네가 그걸 할 수 있다는 건 알지.”

“…….”

진혁은 말없이 자신의 오른손을 검의 손잡이에 갖다 대었다.

순간, 단전에서 치솟은 칠흑 같은 마기가 손바닥을 타고 흘러내려 검의 녹슨 표면을 타고 번져 나갔다.

“시작하죠.”

진혁의 눈동자가 깊고 서늘한 빛으로 물들었다.

아폴론의 요새, 최상층 돔의 외부 관측실.

바닥부터 천장까지 통유리로 된 그곳에서는 신서울 전역의 불빛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삐- 삐- 삐-

자폭 카운트다운의 전자음이 귓가를 때렸다.

잔여 시간 52초.

요새의 중앙 제어실을 가로막고 있는 양자 암호화 중력 방벽은 여전히 투명한 빛을 내뿜으며 진혁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다.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완벽한 과학의 요새.

하지만 그 요새의 정중앙, 방벽의 코어 유닛에서 미세하게 새어 나오는 에너지는 분명 상층부 군사 무기의 플라즈마 발생 장치와 맥을 같이 하고 있었다.

“분석은 끝났습니까, 아영 씨?”

이어셋 너머로 윤아영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하아…… 끝냈어요! 플라즈마 테슬라 그리드의 공진 주파수는 초당 4,500Hz예요. 그 주파수에 맞춰 마기를 역방향으로 쑤셔 넣으면 방벽의 위상 유지가 깨질 거예요. 하지만 그 주파수를 손수 조율하면서 동시에 8만 메가와트에 가까운 출력을 한 곳에 집중하는 건…… 인간의 뇌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에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면.”

진혁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시스템의 보조 HUD가 꺼진 검은 시야 속에서, 진혁은 오직 자신의 심장박동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기의 맥놀이에만 집중했다.

“내가 곧 그 기준이 되면 됩니다.”

쉬익——!

진혁이 손에 쥔 천마검이 허공을 가르며 소리를 냈다.

천우진의 공방에서 새로이 재제련된 검.

그 검신은 더 이상 붉은빛을 띠지 않았다. 백은색의 특수 티타늄 합금 위에 칠흑의 마기가 엉겨 붙었고, 그 틈새를 따라 푸른 뇌전과 초고온의 플라즈마 불꽃이 타오르듯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름하여, [신형 천마검 : 플라즈마 뇌전마강(雷電魔剛)].

콰광—!

진혁의 발밑에서 마영신보(극)가 터져 나왔다.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는 극한의 속도.

진혁의 형체는 사라지고, 오직 요새의 수직 벽면을 따라 찢어지는 공기의 폭음만이 연쇄적으로 울려 퍼졌다.

“경고! 외부 방벽의 에너지 분자 구조에 비정상적인 공진 주파수 감지!”

“방어막 출력 저하! 90%…… 60%……!”

요새 내부의 자동 방어 시스템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진혁의 몸이 중력 방벽의 정중앙에 도달한 것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단전에서 폭발하듯 솟구친 마기가 오른팔을 타고 흘러내려 천마검의 검신으로 밀려들었다. 7만 8천 메가와트의 출력이 플라즈마의 고열과 결합하며, 검 끝에는 태양의 표면을 방불케 하는 지독하게 시린 백색의 광휘가 맺혔다.

“갈라진다.”

진혁의 입술이 낮게 움직였다.

마기와 과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오직 무인의 의념만이 남은 일격.

천마일검(天魔一劍)의 응용이자, 현대의 플라즈마 에너지와 고대 마교의 극의를 하나로 융합한 최후의 참격이 요새의 심장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신서울 최상층의 밤하늘이 단번에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대기가 통째로 압축되었다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며, 아폴론의 요새를 감싸고 있던 거대한 양자 중력 방벽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파편들 사이로, 자폭 카운트다운의 마지막 숫자가 붉은 빛을 내뿜으며 멈추어 섰다.

[잔여 시간 : 0분 07초.]

츠츠츠츠츳-!

얼어붙은 붉은 숫자 아래, 요새의 심장부로 통하는 거대한 균열 사이로 새하얀 플라즈마 잔류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대기를 채우고 있던 살인적인 압력파가 걷히자마자, 진혁의 손아귀에서 불길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콰드득, 콰득.

천마검의 도신(刀身) 표면에 미세한 거미줄 형태의 균열이 흉터처럼 번져 가고 있었다.

방금 전 날려 보낸 일격은 단순한 검격이 아니었다.

7만 7천 메가와트가 넘는 단전의 칠흑 마기와 초고온 플라즈마의 4,500Hz 공진 주파수를 강제로 우겨넣은 폭발적인 융합체.

천우진이 지하 공방에서 급히 티타늄 합금을 덧대어 임시로 보강해 준 도신조차,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에너지를 온전히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한계인가.”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검신을 매만졌다.

손끝에 닿는 금속 표면은 섭씨 수천 도에 달하는 잔열로 인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만약 진혁이 [천마무상체]로 나노머신 피막을 둘러 손바닥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뼈와 살이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을 고열이었다.

“하, 하아…… 진혁 씨! 카운트다운 신호가 끊겼어요! 300만 하층민 코어와 연결되어 있던 중앙 동기화 링크가 완전히 차단됐다고요!”

통신망 너머로 윤아영의 울음 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미친 듯이 이어졌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 돼요! 외부 방벽만 깨진 거지, 아폴론 요새 심장부의 주(主) 동력로인 '하이페리온 플라즈마 코어'는 여전히 붕괴 임계 상태예요! 차단된 에너지가 역류하면 요새 전체가 소형 초신성처럼 폭발할 수도 있어요!”

“알고 있다.”

진혁은 뜯겨 나간 양자 방벽의 파편을 짓밟으며 돔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괴할 정도로 웅장했다.

축구장 세 개를 합쳐 놓은 듯한 거대한 원형 격납고의 중심, 거대한 도넛 형태의 토카막(Tokamak) 자기장 반응로가 허공에 부유하고 있었다.

그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눈부신 청백색의 플라즈마는 마치 살아 있는 거대한 번개의 용(龍)처럼 격벽을 들이받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위이이잉—!

방벽 붕괴를 감지한 요새의 최종 무인 방위 프로토콜이 가동되었다.

천장과 바닥의 격벽이 열리며, 검은색 티타늄 장갑으로 전신을 둘러싼 여덟 기의 거대 자동형 병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층부 특수 타격대의 최종 결전 병기, '아폴론 프레토리안(Praetorian)'.

그들의 흉부에는 상층부 군사 기술의 정수인 미니 플라즈마 압축 코어가 박동하고 있었고, 양팔에 장착된 초고주파 분쇄 블레이드가 살기를 번뜩였다.

“침입자 제거 모드. 출력 100% 개방.”

기계적인 음성이 격납고를 울림과 동시에, 여덟 기의 병기가 일제히 시공간을 왜곡하며 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잔상조차 포착하지 못할 극초음속의 기동.

하지만 진혁의 흑안(黑眼) 속에서는 그들의 궤적이 정지된 화면처럼 느리게 분해되고 있었다.

스륵.

진혁의 신형이 허공으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마영신보 - 극(極)].

빛의 굴절마저 집어삼키는 칠흑의 잔상이 격납고 허공을 가로질렀다.

진혁은 깨진 천마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도신의 내구도가 더 이상의 물리적 타격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진혁은 허공에서 오른손을 둥글게 틀어쥐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 파동 역류].

파지지직-!

진혁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격납고 내부를 메우고 있던 플라즈마 이온 입자들을 집어삼켰다.

기계 공학의 원리로 구속되어 있던 에너지가 고대 마공의 운기 법칙에 굴복하며 진혁의 의념 속으로 강제 정렬되었다.

“크, 큭…… 시스템 오류! 에너지 제어권 상실……!”

쇄도하던 프레토리안들의 흉부 코어가 진혁의 손짓 하나에 일제히 역공진을 일으켰다.

초고온의 플라즈마가 내부 회로를 역류하며 장갑 틈새로 검붉은 화염을 토해냈다.

퍼어어엉-! 콰콰콰콰쾅!

단 한 합의 격돌도 없이, 최첨단 전투 병기 여덟 기가 제자리에서 자폭하듯 폭발하며 금속 파편으로 흩어졌다.

타오르는 잔해 사이를 걸어 나온 진혁의 시선은, 이제 격납고 중앙의 거대한 하이페리온 반응로를 향해 있었다.

“아영 씨. 플라즈마 발생 장치의 원격 추출 코드를 전송해.”

“네, 넷! 지금 바로 전송할게요! 하지만 진혁 씨, 그걸 맨몸으로 접촉하면 아무리 마기를 둘렀어도 단전 내부의 나노 회로가 다 녹아버릴 텐데요?!”

“녹지 않는다.”

진혁이 반응로의 제어 콘솔 앞으로 다가갔다.

콘솔을 뜯어내자, 안에서 직경 1미터 크기의 초고밀도 '플라즈마 테슬라 압축 핵'이 푸른빛을 토해내며 회전하고 있었다.

상층부 전체의 전력을 통제하고, 자폭 프로토콜의 뇌관 역할을 하던 에너지의 정수.

진혁은 망설임 없이 맨손을 그 멸망의 불덩어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치이이이익-!

살이 타는 연기 따위는 나지 않았다.

진혁의 팔을 타고 흐르는 은빛 나노머신 회로가 칠흑의 마기와 융합하며 순식간에 검푸른 비늘 형태의 장갑을 구축했다.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동시에 단전 깊은 곳에서 태동한 원초적인 마도가 이질적인 현대의 에너지를 억누르며 삼키기 시작했다.

[흡원천공 - 개량(改)].

쿠구구구구궁-!

반응로 전체가 거대한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다.

초당 수만 번 진동하는 고에너지 이온의 격류가 진혁의 경맥을 타고 쏟아져 들어왔다.

극심한 열역학적 팽창. 혈관이 찢어지고 세포가 터져 나갈 듯한 격통이 온몸을 난타했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기계는 에너지를 틀에 가두어 통제하지만, 무공은 흐름을 타고 하나가 되는 것.'

진혁은 프로토콜이 제시하는 연산 공식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숫자로 계산된 주파수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다.

대신 1,000년 전 고대 무림의 마교 무인들이 거대한 자연의 벼락과 화염을 마음에 품었듯, 이 거대한 플라즈마의 성질을 자신의 '마염(魔炎)'과 '뇌전(雷電)'의 궤적으로 재해석했다.

화아아아악!

진혁의 단전 속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의 뇌전마강이 번개 같은 순발력과 관통력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 그 번개 속에 태양의 표면과 맞먹는 억겁의 초고온 마염이 융합되기 시작한 것이다.

콰르릉! 콰지지직!

진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검은색에서 점차 푸른빛이 감도는 칠흑, 그리고 눈부신 백색이 교차하는 기괴하고도 신비로운 색채로 변모해 갔다.

[SYSTEM INFO: 외생적 플라즈마 핵 에너지 전량 흡수 및 정제 완료.]

[새로운 무공 원리 확립: 플라즈마-마기 융합 심법 궤적 완성.]

[단전 출력: 77,800 MW -> 83,500 MW 돌파.]

단전의 출력이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진혁의 시선은 차분했다.

그는 손을 뻗어, 껍데기만 남아 붕괴하기 시작한 반응로의 핵에서 가장 순도 높은 초도전체 티타늄 합금 코어만을 한 줌 뜯어냈다.

치직, 치지직.

통신망에서 거친 기침 소리와 함께 천우진의 굵직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이 빌어먹을 자식……! 방금 공방 계측기가 미쳐 날뛰는 걸 봤다! 8만 3천 메가와트?! 그딴 출력을 몸뚱이에 집어넣고도 살아 있는 거냐?!”

“우진 형.”

진혁이 손에 든 검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 반응로의 에너지를 제어하는 여파만으로도, 검신은 이미 절반 이상이 하얗게 산화되어 바스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챙그랑.

마침내 한계에 도달한 검 끝이 차가운 금속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수많은 피를 마시고, 티타늄 그룹의 방어선을 뚫어내며 진혁과 함께해 온 천마검이 그 수명을 다하는 순간이었다.

“검이 죽었습니다.”

진혁의 덤덤한 목소리에 통신기 너머의 천우진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의 뒤편으로 거대한 프레스기와 나노 융합로가 가동되는 굉음이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래…… 예상하고 있었다. 네놈이 도달한 그 무식한 경지와 플라즈마의 극열을 받아낼 수 있는 쇳덩이는 이 세상에 없어.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천우진의 목소리에 무기 장인으로서의 광기 어린 집념이 묻어났다.

“하지만 네가 방금 뜯어낸 그 반응로의 초도전체 티타늄 코어, 그리고 아영이가 빼돌린 최상층의 양자 진동 설계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네놈의 내공과 나노머신을 단 1%의 손실도 없이 100% 수용할 수 있는 진짜 물건을 벼려낼 수 있어.”

진혁은 손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푸른 금속 코어를 쥐었다.

이것은 단순한 기계 부품이 아니었다.

현대 문명이 쌓아 올린 기술의 극점과, 자신이 개척해 낸 신천마의 무도가 만나는 새로운 그릇의 재료였다.

“지금 가겠습니다.”

진혁이 바닥에 버려진 부러진 검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아폴론의 요새는 침묵에 휩싸였으나,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신서울의 하늘 위, 아직도 자신을 옥죄려 드는 거대한 시스템의 잔재를 완전히 베어 넘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혼과 완벽히 동기화될 진정한 한 자루의 흉기가 필요했다.

밤하늘을 가르는 칠흑의 잔상과 함께, 진혁의 신형이 최상층의 깨진 유리벽 너머로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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