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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22화목차

제122화 섹터 4 탈출전

쿠구구구궁—!

신서울 상층 마천루, 그 가파른 수직 도시의 대동맥이라 불리는 섹터 4의 양자 서버실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폭발하는 플라즈마 불길 속에서 튀어나온 칠흑의 잔상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수백 미터의 허공을 단숨에 가로질렀다.

피웅덩이를 밟는 듯한 둔탁한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마광신보(魔光神步)의 극의(極意).

빛의 굴절률과 공간의 기압 차이를 마기(魔氣)로 자비 없이 비틀어 버린 보법은, 어떤 광학 카메라에도 잔상을 남기지 않은 채 진혁을 다음 구역으로 강렬하게 사출시켰다.

[SYSTEM INFO: 경고. 구역 내부 전자기 봉쇄망 가동.]

[출력 안정화 중... 현재 단전 출력: 69,100 MW.]

[나노머신 동기화율: 100% 해제 완료. 자율 의념 제어 모드 유지 중.]

시야를 어지럽히며 가득 채우던 시스템의 푸른빛 HUD 창은 이미 오래전에 거둬냈다. 하지만 두뇌의 시냅스와 직접 연동된 척추 고성능 회로가 주변의 에너제틱 기류와 방사능 수치, 기압 변화를 고스란히 뇌리에 박아 넣고 있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온몸으로 박혀 드는 감각의 데이터였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계산해 주는 차가운 수치가 아니었다. 오직 강진혁 자신의 영민한 감각이, 피부에 직접 닿는 기류의 미세한 떨림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내공의 운기가 알려주는 생생한 전장의 실시간 정보였다.

끼이익— 쾅!

"목표 확인! 섹터 4 봉쇄 프로토콜을 개시한다! 전원 초전자기 에어리어 전개!"

머리 위 천장과 바닥의 강철 장갑판이 동시에 열리며 수십 기의 티타늄 특수 타격대가 빗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착용한 군용 중장갑 수트에는 C급 이상의 고출력 생체 코어가 탑재되어 있어, 출현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찌르르하게 진동했다.

과거의 진혁이라면 시스템의 복잡한 보조 연산과 방어막 최적화 전개에 몇 초의 딜레이가 걸렸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진혁에게 그 따위 거추장스러운 계산 절차는 하등 필요치 않았다.

슈우우욱!

타격대원들이 일제히 사출한 초전자기 빔포가 사방에서 복잡한 그물망을 그리며 교차했다. 진혁의 사지와 퇴로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가공할 화망이었다. 공간 전체가 푸른색 아크 방전으로 뒤덮이며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모든 생체 코어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신경계를 완전히 마비시키는 10만 볼트 이상의 고압 전자기 폭격.

일반적인 개조체라면 닿는 순간 심장의 생체 코어까지 타들어 갈 지독한 열화(熱化) 파동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설프다."

툭, 내뱉은 나지막한 단마디와 함께 진혁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칠흑의 마기가 기이한 형태로 요동쳤다.

나노머신과 마기가 세포 단위에서 융합된 신형 나노마갑(Nano-Armor).

그 표면 위로 구무림의 마지막 전승자 독고운의 죽간에서 깨달은 기혈의 흐름, 즉 무도(武道)의 본질인 '의념의 궤적'이 핏줄처럼 붉고 검게 수놓아졌다. 기계공학적 내구도 위에 고대 심법의 방어 기치가 완벽히 덧씌워진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초전자기 빔포가 진혁의 가슴팍을 직격했다.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벼락 같은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타격대 대장인 고위 장교의 입가에 잔인한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명중했다! 아무리 4세대 생체 코어를 이식한 괴물이라 할지라도, 초전자기 플럭스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그러나 장교의 말이 채 끝나하기도 전이었다.

화아아악—!

폭풍우의 핵, 그 중심에서 역류하는 질서가 나타났다.

전자기 폭격의 에너지가 흡수되고 있었다. 아니, 흡수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았다.

진혁의 오른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의 검신을 따라 수만 볼트의 전류가 거꾸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개량된 흡원천공(吸元天功)의 변형 응용.

적의 공격 에너지를 단순히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학적 공진 원리를 이용해 그 전자기적 에너지를 자신의 단전 출력으로 순식간에 치환하는 괴랄한 역류 현상이었다.

[단전 출력 상승: 69,100 MW → 70,400 MW.]

"크윽……?! 어떻게 전자기 파동을 몸속으로 흡수하는 거냐?!"

"내 몸은 너희가 만든 수동적인 기계가 아니다."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검강(魔劍剛)이 뿜어내는 묵직한 검압만으로도 주변의 중력이 비틀리고 대기가 왜곡되었다.

파앗!

마광신보(極)의 궤적이 허공에 거대한 X자 모양의 잔상을 남겼다.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였다.

특수 타격대의 고강도 합금 장갑복이 분자 단위로 미세하게 찢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대원들은 피를 흘릴 새조차 없었다. 초고주파로 미세하게 진동하는 진혁의 마검강이 그들의 생체 조직과 코어를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투두둑, 툭.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갑의 잔해 속을 걸으며 진혁이 차가운 시선으로 전방을 응시했다.

앞으로 남은 거리는 상층부의 핵심 관문이자 진무극의 통제 기지인 '아폴론의 요새'까지 단 세 개 구역. 그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수직 통로에는 이미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최후의 방어망이 기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SYSTEM INFO: 경고. 아폴론의 심장 자폭 시퀀스 잔여 시간 4분 30초.]

[경로 상에 대규모 플라즈마 압축 반응 감지.]

"시간이 없어요, 진혁 씨!"

귓가에 장착된 초소형 통신기 너머로 윤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이트 섀도의 메인 서버를 구동하며 신서울 전체의 전력망을 교란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짙게 베여 있었다.

- 저 자폭 장치가 터지면 하층 슬럼가에 거주하는 300만 무권리 노동자들의 구형 코어가 전부 공진 폭발해요! 슬럼가뿐만 아니라 이 신서울 전체가 공중분해된다고요. 무조건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전에 최상층으로 올라가야 해요!

"알고 있다."

진혁은 짧고 명료하게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강하게 차고 오르는 그의 등 뒤로, 섹터 4의 양자 서버실 구역이 완전히 붕괴하며 거대한 철골과 낙석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그 어떤 파편도 진혁의 몸을 감싼 칠흑 같은 마기 기류를 뚫지 못했다. 진혁의 범위 안에 접촉하는 순간, 모든 물질이 원자 단위로 분쇄되어 사방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그때였다.

투웅—! 투웅—!

진혁의 발걸음이 돌연 멈춰 섰다.

앞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특수 장갑문, 즉 1계급 상층부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티타늄 게이트'의 표면이 기이한 진동과 함께 액체 금속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한 형태의 파괴적 존재가 안쪽에서부터 바깥으로 강하게 밀고 나오고 있었다.

슈우우우—!

섭씨 수천 도에 달하는 초고온 플라즈마 증기가 화마처럼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공기를 순식간에 이산화탄소와 재로 태워버렸다. 시뻘건 열량 속에서 마침내 거대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 군사 기계의 중장갑 몸뚱이에 고대 마교의 주술적 문양이 붉은 회로 형태로 기괴하게 새겨진 형체.

진무극 회장이 천마 프로토콜의 부산물들을 끌어모아 숨겨두었던 최후의 마기 병기, 모방 자율형 처형수 '세라핌(Seraphim)'이었다.

[TARGET LOCKED.]

[실험체 07호 강진혁 감지.]

[생체 에너지 출력: 75,000 MW.]

[제거 프로토콜을 개시한다.]

세라핌의 등 뒤에 장착된 십수 개의 플라즈마 추진 윙이 일제히 점화되며 주변의 공간 전체를 사정없이 진동시켰다. 그 위압감은 진혁이 이전에 상대했던 그 어떤 대형 개조체나 특수부대와도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말 그대로 도시 하나를 통째로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무지막지한 에너지가 그 단 하나의 기체에 압축되어 있었다.

세라핌의 우수에 쥐인 거대한 플라즈마 대검이 시뻘건 불길을 토해내며 진혁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앙—!

공간이 비명을 지르며 밑으로 찌그러졌다.

바닥의 특수 강철판이 수십 미터 깊이로 함몰되었고, 그 충격파만으로도 주변의 튼튼한 구조물들이 먼지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하지만 그 맹렬한 멸망의 폭풍 중심에서, 진혁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서 있었다.

현재 진혁의 단전 출력은 70,400 MW.

단순 수치상으로는 세라핌의 압도적인 출력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진혁의 차가운 흑안에는 두려움은커녕, 오직 전율에 가까운 싸늘한 흥분만이 감돌고 있었다.

"기계 쪼가리가 마공의 흉내를 내며 품은 플라즈마라……."

진혁이 입꼬리를 비스듬히 비틀며 피식 웃었다.

그의 손에 쥐인 개량형 천마검이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을 동시에 휘감으며 거칠게 울부짖었다. 검신이 초고속으로 진동할 때마다 주변 대기가 바스러지는 듯한 파열음이 이구동성으로 울려 퍼졌다.

"기꺼이 내 무공의 자양분으로 흡수해 주마."

진혁의 몸이 한 줄기의 검은 번개가 되어 세라핌을 향해 수직으로 쏘아 올려졌다.

75,000 MW의 고열 플라즈마 대검과, 그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기세로 치솟는 천마검의 칠흑 같은 마검강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축을 뒤흔드는 대폭발과 함께, 신서울 상층부의 밤하늘이 반쪽으로 갈라지는 착각이 들 만큼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하늘을 뒤덮은 플라즈마 폭풍이 상층 마천루를 감싸고 있던 거대한 투명 유리 돔을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수천 톤에 달하는 강화 유리 파편이 중력을 거스르듯 허공으로 튀었다가, 이내 진혁이 뿜어낸 마기(魔氣)의 압력에 밀려 고운 재처럼 증발해 버렸다.

[SYSTEM INFO: 경고! 충격파 반경 3킬로미터 이내 전력망 과부하.]

[사용자 단전 출력: 70,400 MW 유지 중. 상대 '세라핌' 출력: 75,000 MW.]

[상대 코어의 열역학적 불안정성 감지. 기혈 구조에 틈이 발생했습니다.]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가는 감각은 더 이상 시스템의 차가운 음성 보조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혁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신경 회로와 단전의 내공이 직접 교감하여 얻어낸 참된 '직관'이었다.

기계의 계산은 완벽할지 몰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결국 유한한 물리 법칙과 운기 방식의 지배를 받는다.

섭씨 수천 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끊임없이 뿜어내는 세라핌의 생체 코어는 지금, 극한의 과부하로 인해 미세하게 맥동하며 수축하고 있었다. 무리하게 마기의 운기 경로를 기계적으로 모방하려다 발생한 명백한 한계였다.

"찾았다."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휘어올랐다.

세라핌의 거대한 플라즈마 대검이 진혁의 왼쪽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찰나, 진혁은 회피 대신 오히려 그 맹렬한 불길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슈우우우—!

살을 태우는 듯한 고열이 나노마갑의 표면을 거세게 두드렸지만, 독고운 노인에게 전수받은 의념의 궤적으로 정제된 진혁의 마기는 그 열기를 고스란히 흡수하여 단전의 자양분으로 치환했다.

만법귀마(萬法歸魔)와 흡원천공의 결합—— 적이 자랑하는 최고의 공격 그 자체를 자신의 연료로 삼는 극강의 역류 경지였다.

[단전 출력 급상승: 70,400 MW → 72,100 MW.]

"크윽……! 타겟의 에너지 흡수율이 허용 범위를 초과했다! 코어 역류 위험!"

세라핌의 내부에 탑재된 자율형 전투 AI가 긴박하게 경고음을 울리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진혁의 오른손에 쥐인 개량형 천마검이 푸른 뇌전과 칠흑의 마기를 동시에 폭발시키며 세라핌의 가슴팍, 그 붉게 빛나는 제4세대 생체 코어를 정확히 겨누었다.

"네놈이 품은 그 거대한 에너지는, 애초에 너희 따위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의 것이 아니다."

스으윽, 쾅!

천마검이 세라핌의 초고강도 티타늄 합금 장갑을 뜨거운 단도에 비계가 녹아내리듯 부드럽게 관통했다.

기계의 외피가 찢어지는 비명 같은 금속음과 함께, 세라핌의 내부에서 폭발적인 플라즈마 에너지가 사방으로 역류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세라핌의 거대한 몸통이 중앙부터 정확히 반으로 쪼개지며 상층 관문의 바닥을 향해 무겁게 강타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기계 잔해가 사방으로 나뒹굴고, 그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순수한 고압 생체 에너지가 진혁의 몸속으로 거침없이 빨려 들어갔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나노머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재배치되었고, 단전의 코어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에너지를 마기로 정화했다.

[단전 출력 급상승: 72,100 MW → 77,800 MW.]

터질 듯이 팽창하던 에너지가 완벽히 단전에 안착하며 온몸의 신경 세포를 찌릿하게 일깨웠다. 전신을 감싸는 마기가 한층 더 아득하고 짙은 칠흑색으로 물들었다.

진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부서진 세라핌의 웅장한 잔해 위로 발을 디뎠다.

[SYSTEM INFO: 경고. 아폴론의 심장 자폭 시퀀스 잔여 시간 2분 15초.]

"진혁 씨! 세라핌의 반응로가 파괴되면서 상층부 전체의 방어 시스템이 연쇄 붕괴하고 있어요!"

윤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귀를 때렸다.

-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자폭 장치의 마스터 코드가 있는 '아폴론의 요새' 최상층은 지금 완전히 밀폐되었어요. 일반적인 물리 타격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습니다. 그곳은 양자 암호화된 중력 방벽으로 보호받고 있거든요!

중력 방벽.

공간 자체의 밀도를 왜곡하여 물리적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신서울 상층부 최고의 전자기 방어 기술.

일반적인 무공이나 고성능 화기로는 그 결합 구조의 공진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 영원히 뚫을 수 없는 철옹성이나 다름없었다. 공간의 밀도 자체가 장벽이 되어 모든 타격을 무효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혁의 차가운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방벽이라면, 그 공진 주파수를 무공으로 깨부수면 된다."

진혁이 고개를 들어 상층 마천루의 가장 꼭대기,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거대한 왕좌의 돔—— '아폴론의 요새'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그곳에서 신서울 전체와 하층민 300만의 목숨을 집어삼킬 자폭의 카운트다운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투두둑, 투두둑.

진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허공을 검게 물들이며 거대한 마신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단전 출력 77,800 MW.

인간의 육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거대하고 정순한 에너지가 그의 핏줄과 기혈을 따라 폭발적으로 회전했다.

"송수연."

진혁이 통신기를 향해 낮고 묵직하게 읊조렸다.

- 말씀하십시오, 진혁 씨! 저항군 대원들 전원 대기 중입니다!

"저항군 '니르바나'의 남은 병력을 상층부 외곽의 비상 배기구로 전개해라. 내가 자폭 장치를 멈추는 순간, 상층부에 살아남은 티타늄의 잔당들이 도망칠 구멍을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지워버린다."

- ……알겠습니다. 반드시 살아 돌아오십시오. 마중 나가겠습니다, 천마(天魔)님!

통신을 끊은 진혁의 입가에 서늘하고 완벽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더 이상 시스템의 데이터 연산에 의존하던 티타늄의 실험체 07호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철학과 의념으로 기계와 마기를 완벽히 굴복시키고, 이 자본과 기술로 구축된 부조리한 디스토피아의 꼭대기를 직접 부수러 가는 참된 마신(魔神).

천마(天魔) 그 자체였다.

콰아아앙—!

진혁의 발밑에서 거대한 폭음과 함께 금속 바닥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마광신보(極)의 극한.

빛의 궤적조차 남기지 않는 칠흑의 잔상이 상층 마천루의 까마득한 수직 벽면을 타고, 아폴론의 요새를 향해 무섭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1분 40초.

신서울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후의 격전이, 저 높이 우뚝 선 구름 위에서 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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