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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20화목차

제120화 천마 비급의 진실

콰아아앙-!

메인 양자 서버실의 거대한 돔형 천장이 두 쪽으로 쪼개지며 붕괴했다.

수만 개의 광섬유 케이블이 불꽃을 튀기며 사방으로 흩어지고, 그 중심에 서 있는 강진혁의 발치로 검은 재가 된 서버의 잔해가 소리 없이 바스러져 내렸다.

치이익…….

단전 부근에서 피어오르는 칠흑 같은 마기(魔氣)가 주위의 공기를 태우며 시각적인 왜곡을 만들어냈다.

초월천마경(超越天魔經).

시스템의 보조 HUD가 완전히 꺼진 자리, 오직 자신의 신체 감각과 뼛속까지 스며든 의념만으로 유지하는 극한의 경지.

[단전 코어 출력: 61,000 MW.]

티타늄 그룹의 양자 서버실 모체를 박살 내며 흡수한 방대한 에너지가 단전 속에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진혁의 눈빛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붕괴한 서버의 잔해 속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으며 공중에 떠 있는 하나의 데이터 구체에 닿아 있었다.

고대 천마 비급의 원본 데이터.

이현도와 진무극이 평생을 바쳐 해독하려 했으나 끝내 조각밖에 얻지 못했던, 1,000년 전 마교 수장의 모든 기록이 담긴 결정체였다.

"……이게 원본인가."

진혁이 낮게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나노머신으로 재구성된 손가락 끝이 데이터 구체에 닿는 순간, 뇌저(腦底)를 때리는 거대한 음성과 함께 방대한 양의 정보가 그의 의식 속으로 폭발하듯 밀려들어왔다.

[경고. 외부 데이터 스트림 유입.]

[데이터 무결성 검증 불가. 호환되지 않는 상위 프로토콜 감지.]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잔재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환청이 울렸다.

그러나 진혁은 눈을 감은 채 그 모든 정보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것은 단순히 텍스트나 영상 데이터가 아니었다.

1,000년 전, 천하를 호령했던 마교의 지존이 직접 겪었던 생생한 기혈의 흐름이자, 죽음을 코앞에 둔 자가 남긴 절절한 깨달음이었다.

수많은 기억의 파편이 진혁의 시야를 스쳐 지나갔다.

피비린내 나는 혈전. 하늘을 뒤덮던 혈마병(血魔兵).

그리고…… 그 끝에서 스스로의 내력에 전신이 짓눌려 붕괴하던 한 남자의 뒷모습.

‘……!’

진혁의 눈이 번쩍 떠졌다.

흡수한 데이터의 핵심, 그가 지금까지 몰랐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간에 알려진 기록이나 티타늄 그룹의 연구소에서 왜곡했던 정보와는 완전히 달랐다.

1,000년 전, 천마(天魔)가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진짜 원인은 내공의 폭주나 주화입마가 아니었다.

‘육체적 한계.’

인간의 가죽과 뼈, 그리고 혈관이라는 물리적 그릇이 고대 마공의 압도적인 출력을 견뎌내지 못해 발생한 구조적 파괴였다.

천마는 천재였다.

그는 당대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에서 온갖 마공을 창조하고 완성했다.

하지만 아무리 심법이 고차원적이고 내력이 거대해도, 그것을 담아내는 육신이 생물학적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 끔찍한 파멸이 찾아왔다.

심장이 터지고, 혈관이 사방으로 찢어지며, 단전이 스스로를 집어삼키는 자멸.

천마는 죽는 순간까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뼈와 피에 모든 기예를 압축해 유골로 남겼던 것이다.

후대의 누군가가 자신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크큭."

진혁의 입술가에 차가운 웃음이 걸렸다.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진무극과 이현도가 왜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실험체를 만들었는지, 왜 '최종 그릇'이라는 비인간적인 프로젝트에 집착했는지 이제야 명확해졌다.

그들은 1,000년 전 천마가 겪었던 그 물리적 한계를 현대의 생체 코어와 유전자 조작으로 억지로 땜질하려 했던 것이다.

인간의 육신이라는 그릇을 메가 코퍼레이션의 기계 장치와 인공 심장으로 대체하여, 마공의 출력을 억지로 버텨낼 괴물을 만들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을 완전히 오판한 멍청한 짓이었다.

"기계 따위로 육신의 한계를 덮으려 했으니…… 원본 데이터가 있어도 실패할밖에."

진혁은 손을 꽉 움켜쥐었다.

데이터 구체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미세한 파동을 일으키며 완전히 흡수되었다.

진무극과 이현도는 육체를 기계로 개조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달랐다.

그는 천마 프로토콜의 족쇄를 스스로 부쉈고, 신체 내부를 흐르는 나노머신을 '기계'가 아니라 육체와 동화되는 '세포의 연장선'으로 다루고 있었다.

1,000년 전의 천마가 겪었던 그 물리적 한계.

혈관의 파열과 기혈의 막힘.

그것은 오직 나노머신을 통한 실시간 세포 재구성과, 극한의 심법으로 단전을 제어하는 자만이 넘을 수 있는 영역이었다.

[천마 비급 원본 데이터 분석 완료.]

[현재 사용자의 신체 상태와 데이터의 융합률을 산출합니다.]

[경고! 잔류 나노머신 회로와 고대 마기 간의 직접 동기화가 시작됩니다.]

시스템의 HUD가 강제로 꺼져 있었음에도, 진혁의 뇌리에 직접 박히는 듯한 감각과 함께 온몸의 혈관이 펄떡이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피부 표면을 따라 은빛 회로 선과 칠흑 같은 마기가 동시에 얽혀들었다.

마치 수은과 묵즙이 섞이는 것처럼, 고대 마교의 혈맥 운행법과 현대 군사 나노머신의 세포 재구성 기술이 진혁의 몸 안에서 충돌하고, 이어서 거대한 융합을 시작했다.

"크윽……!"

단 한순간,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고통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전 출력이 61,000 MW에서 널뛰듯 요동쳤다.

63,000 MW…… 65,000 MW……!

신체의 모든 근섬유가 끊어지고 다시 붙기를 반복했다.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면 세포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 죽었을 지옥 같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자신의 의념을 단전의 코어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내 안의 그릇은 기계가 아니다.’

‘나 자신이다.’

기계 장치나 자본으로 사들인 코어가 아니었다.

적들의 에너지를 찢고 빼앗으며, 치열한 사투 속에서 스스로 단련해 온 피와 살이었다.

천마가 겪었던 그 한계는, 자신에게 와서 완벽한 도약의 발판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쾅! 쾅! 쾅!

진혁의 심장이 뛸 때마다 메인 서버실의 잔해가 충격파에 밀려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방어막처럼 그의 주변을 감싸며 거대한 폭풍우를 형성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폭주하던 에너지가 거짓말처럼 뚝 끊기며, 진혁의 몸을 감싸던 칠흑의 마기가 고요하게 침전했다.

[단전 코어 출력: 68,400 MW (안정화).]

[나노머신과 고대 마기의 유기적 동기화 완료.]

[신천마신공 제5단계 '초월천마경'의 심화(深化)에 도달했습니다.]

눈을 번뜩이며 선 진혁의 눈동자 속에서 푸른 뇌전과 칠흑의 어둠이 교차했다.

더 이상 몸 안에서 에너지가 겉돌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호흡이었던 것처럼, 혈관 구석구석을 흐르는 마기와 나노머신이 완벽하게 일치되어 있었다.

이것으로 천마 비급의 모든 진실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1,000년 전 마교의 지존이 완성하지 못했던 궁극의 운기조식.

그 결함을 나노머신의 세포 재구성으로 보완해 낸 새로운 형태의 심법.

[마기-나노 융합 심법]의 토대가 완전히 구축된 것이다.

"……하."

진혁이 가볍게 숨을 내쉬자, 그 숨결마저 하얀 김이 아니라 미세한 고주파 진동을 동반한 검은 안개로 퍼져나가 방어실의 철판을 스윽 베어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의념만으로 주변의 공간을 지배하는 경지.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초월'이었다.

바스락.

그때, 무너진 양자 서버실의 비상 통로 쪽에서 미세한 기척이 들려왔다.

진혁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거기 숨어 있는 건 누구냐."

차갑고도 묵직한 목소리가 서버실의 잔해를 울렸다.

비상 통로의 어둠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걸어 나오는 것은, 티타늄 그룹 상층부의 통신망을 관리하던 수석 오퍼레이터였다.

그는 진혁의 얼굴을 보자마자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았다.

"강…… 강진혁……!"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의 손에는 황급히 인쇄된 듯한 최신 보안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본사 지하의 메인 모체와 척추 서버가 전부 박살 났는데도, 상층부의 남은 세력이 아직 움직이고 있다고?"

진혁이 낮게 묻자, 오퍼레이터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 그게 아닙니다! 티타늄 그룹의 진짜 중추는 본사 타워가 아닙니다……! 회장실 아래, 혹은 상층 마천루의 꼭대기가 아니라……."

오퍼레이터가 숨을 몰아쉬며 손가락으로 신서울의 밤하늘, 그 최상층을 가리켰다.

"신서울의 진짜 주인…… '아폴론의 심장'이라 불리는 마지막 방위 시스템이 지금 막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여기까지 올 것을 알고…… 신서울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릴 자폭 프로토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혁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자폭 프로토콜?"

"그렇습니다! 티타늄 그룹의 자본가들과 이사회 잔당들이 상층부의 마지막 요새로 도망쳤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질 수 없다면 신서울의 300만 하층민과 함께 이 도시를 완전히 지옥으로 만들 작정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르릉-!

신서울 전체가 산산조각 날 것처럼 거대한 지진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상층 마천루의 꼭대기,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결코 닿지 않는 디스토피아의 가장 높고 어두운 왕좌에서, 온 세상의 전력을 빨아들이는 듯한 거대한 푸른빛의 섬광이 밤하늘을 찢으며 피어올랐다.

티타늄 그룹의 마지막 찌꺼기들이 숨어든 '아폴론의 요새'.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광기의 파동.

진혁은 그 빛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던졌다.

입꼬리가 서서히 말려 올라가며 잔인할 정도로 차가운 미소가 그려졌다.

"자폭을 하겠다고?"

탁.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단전의 68,400 MW 출력이 대지를 가볍게 울렸다.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의 칼날 위로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폭발하듯 엉켜 붙었다.

"도시를 태우기 전에, 내가 그 콧구멍부터 박살 내주마."

쾅-!

진혁의 발이 땅을 박차는 순간, 서버실의 잔해가 완전히 가루로 부서지며 칠흑 같은 잔상만이 남았다.

신서울의 최후를 향해, 진정한 천마가 수직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치이익-!

공간을 찢고 나아가는 마영신보(魔影神步)의 궤적은 이미 시각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단전 코어 출력 68,400 MW.

나노머신과 완벽히 동기화된 기혈은 거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단 하나의 파열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슈우우욱!

신서울의 하층 구역을 관통한 진혁의 형체가 거꾸로 세워진 마천루의 철골 사이를 수직으로 치솟았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대기가 비명을 질렀고, 상층부로 향하는 관문의 철제 방어벽들이 진혁의 의념 한 번에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바스러졌다.

"방해물인가."

진혁의 눈앞을 가로막은 것은 티타늄 그룹의 최종 방위 프로그램이 사출한 자율형 사이보그 특공대 '아레스 유닛' 수십 기였다.

초고출력 플라즈마포를 겨누며 일제히 화력을 집중하려는 찰나.

콰아아앙-!

진혁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직 천마마안으로 꿰뚫어 본 유닛들의 중앙 회로 노드에 자신의 의념을 실은 마기를 쏘아 보냈을 뿐이다.

파바박!

단 0.1초 만에 최정예 아레스 유닛들의 가슴팍에 장착된 4세대 생체 코어가 내부에서부터 붕괴했다.

폭발은 소리도 나지 않았다.

에너지가 역류하며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린 잔해가 중력에 밀려 아래로 추락할 뿐이었다.

"큭…… 저, 저 괴물이……!"

통로 구석에서 진혁의 진격을 막아보려던 블랙 가드의 잔당들이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손에 들린 중화기는 이미 공포에 떨며 사격을 멈춘 지 오래였다.

진혁은 그들을 벌레 보듯 무심하게 스쳐 지나갔다.

목표는 따로 있었다.

신서울의 가장 높고 추악한 꼭대기, 모든 자본과 권력이 집결해 마지막 발악을 준비하는 '아폴론의 요새'.

우르릉쾅쾅-!

하늘을 뒤덮은 인공 구름 사이로 거대한 붉은색 경보음이 깜빡였다.

신서울 300만 하층민의 생체 코어에 연결된 자폭 프로토콜의 카운트다운이 0분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시간이 없다.’

진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진무극은 죽었지만, 그가 남긴 시스템의 독소는 여전히 디스토피아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그 썩어빠진 뿌리를 완전히 도려내지 않는 이상, 신서울의 밤하늘에 진정한 자유는 찾아오지 않는다.

투두두두-!

진혁의 발이 99층의 테라스 바닥을 강하게 찍었다.

콘크리트 바닥이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주저앉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의 마기와 뇌전이 거대한 폭풍의 형태로 치솟았다.

[마기-나노 융합 심법]의 진정한 출력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요동쳤다.

쿠구구구구궁-!

진혁의 손에 쥐인 개량형 천마검이 울부짖듯 푸른 섬광을 토해냈다.

비록 시스템의 도움은 사라졌지만, 이제 그에게는 그 어떤 인공지능보다 정확하고 완벽한 자신의 육체와 의지가 있었다.

신서울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후의 결전장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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