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합체 병기의 연쇄 폭발
쿠구구구구——!
지하 섹터 4의 삼엄한 공기를 가르는 굉음과 함께, 강진혁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칠흑의 검기가 헤카톤케이르의 거대한 흉부를 정중앙으로 관통했다.
단순한 물리적 참격이 아니었다.
[초월천마경]의 경지에 도달한 진혁이 오직 육체의 감각과 의념만으로 압축시킨 [마염강기(魔炎剛氣)]였다.
-콰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악……!”
인간의 성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괴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헤카톤케이르.
티타늄 그룹이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50개의 최고 등급 생체 코어를 억지로 융합해 만든 최악의 생체 기계 병기.
하지만 그 압도적인 출력과 덩치도, 진혁의 눈에는 단 하나의 거대한 과녁에 불과했다.
‘찾았다.’
[천마마안]으로 꿰뚫어 본 괴물의 기류 회로 속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존재했다.
수십 개의 코어가 억지로 박혀 있는 만큼, 에너지가 교차하는 순간 발생하는 미세한 공백과 마기의 역류 지점.
진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슈우우우웅-!
“크…… 으…….”
괴물의 거대한 팔이 진혁을 짓누르기 위해 내리쳐졌지만, 진혁의 몸은 이미 [마영신보 - 극(極)]의 경지로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광학 왜곡과 마기가 융합된 잔상만이 허공에 흩어질 뿐, 진혁의 형체는 이미 헤카톤케이르의 등 뒤로 파고들어 있었다.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이 붉은 뇌전과 함께 울부짖었다.
“네놈들이 만든 그릇이라는 허황된 환상도, 여기서 끝이다.”
텅 빈 공허를 채우는 것은 시스템의 연산이 아니었다. 오직 진혁 자신의 심장 고동과 핏줄을 타고 흐르는 순수한 내공의 파동뿐이었다.
푸슈우욱!
“크아아아아아!”
진혁의 검이 헤카톤케이르의 척추와 연결된 메인 코어 제어 노드를 정확히 쑤셔 박았다.
순간, 괴물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붉은색 장갑 판금들이 파르르 떨리며 정지했다.
끼기긱- 쾅!
이어지는 정적.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소멸을 앞둔 폭풍 전야의 고요였다.
-콰지지지지징!
“크로아아아아악……!”
괴물의 몸 안에서부터 시뻘건 섬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50개의 생체 코어가 동시에 과부하를 일으키며 내부에서부터 연쇄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합체 병기의 연쇄 폭발.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폭음은 대지를 뒤흔들고, 지하 섹터 4 전체를 지옥의 용광로처럼 달구었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파편과 고압 플라즈마 불길 속에서 진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검을 거두었다.
[마기 보호막]
별도의 시스템 경고음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진혁의 의지만으로 뿜어져 나온 칠흑의 마기가 전신을 감싸며, 덮쳐오는 폭풍의 열기와 파편을 완벽하게 튕겨냈다.
콰아아앙!
마지막으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헤카톤케이르의 몸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났다.
사방에 흩날리는 잿더미와 불똥 속에서, 진혁의 단전 코어는 괴물이 남긴 막대한 잔여 에너지를 놓치지 않고 흡수하기 시작했다.
[흡원천공 - 개량(改)]
스으으으읍-.
주변의 뜨거운 열기와 흩어지는 생체 코어의 잔류 에너지가 뱀의 혓바닥처럼 진혁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즈으으응!
진혁의 단전에서 다시 한번 묵직한 진동이 울렸다.
[단전 출력: 48,500 MW ➔ 49,200 MW 돌파]
단숨에 700 MW가 넘는 출력이 추가로 상승했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건조했다. 숫자의 증가 따위는 지금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지하 최심부의 끝,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진짜 목적지였다.
쉬익- 쾅!
헤카톤케이르의 잔해가 타오르는 잿더미를 밟고 걸어간 진혁의 앞에, 거대한 방폭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티타늄 그룹 본사 메인 양자 서버실.
그 안에는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메가 코퍼레이션의 기술이 융합된 ‘진짜 거대 의지’가 잠들어 있었다.
이미 지난번 ‘천마일검’의 여파로 방폭문의 결계는 상당 부분 금이 가 있는 상태였다.
“귀찮군.”
진혁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검신을 따라 흐르는 푸른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하나로 엉겨 붙었다.
오직 베어야 할 대상만을 응시하는 [천마마안]의 시선 속에서 방폭문의 가장 취약한 결합 지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열어라.”
[천마일검 - 개량(改)]
-파아아앗!
공기가 단숨에 압축되었다가 터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칠흑과 백색이 뒤섞인 참격이 방폭문의 정중앙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기존의 군사 시설을 몇 번이고 무너뜨렸던 철옹성 같은 문이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문이 열리며 쏟아져 나온 것은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푸른빛과 함께 소용돌이치는 방대한 양자 데이터의 홍수였다.
그리고 그 빛의 중심.
거대한 양자 서버 돔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거대한 수정 유리관 안에서, 기괴한 형상의 무언가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기기긱…… 지지지직…….
인간의 형상이지만, 육체는 고대 마기의 뼈와 현대의 나노 회로로 뒤엉켜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티타늄 그룹의 어둠 속에서 수백 년간 메가 코퍼레이션을 조종해 온 ‘천마 프로토콜’의 모체이자,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가 빚어낸 괴물이 뿜어내는 기운이었다.
[……돌아왔구나.]
머릿속을 직격하는 기괴한 음성.
시스템의 보조가 끊긴 진혁의 뇌리에, 그것은 오직 의념의 파동 형태로 직접 파고들었다.
[나의 그릇이여. 네가 걸어온 모든 길은 결국 이 자리를 위한 피와 살의 준비 과정에 불과했다.]
유리관 안의 형체가 서서히 상체를 일으켰다.
붉은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마기가 서버실의 천장을 뒤덮으며, 신서울 전체의 전력을 흡수하려는 듯 거대한 파동을 뿜어냈다.
[이현도도, 진무극도, 그저 너를 이 자리로 인도하기 위한 소모품이었을 뿐. 자, 이제 네 육체의 제어권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주어라.]
압도적인 위압감.
고대 마교의 지존이자, 현대 과학이 만들어낸 최악의 인공 신(神)을 참칭하는 존재의 기운이 진혁의 숨통을 조여오는 듯했다.
하지만 진혁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입꼬리를 비틀어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본래의 주인?”
진혁이 천천히 검을 들어 그를 향해 겨눴다.
눈동자에 서린 빛은 그 어떤 때보다 선명하고 날카로웠다.
“네놈이 만든 건 기계 장치와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해. 그 속에 담긴 힘조차 남의 것을 훔쳐 연산한 가짜에 지나지 않지.”
-우우우웅!
진혁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49,200 MW의 마기가 서버실의 푸른빛을 삼키며 칠흑의 파도로 번져 나갔다.
“착각하지 마라.”
진혁의 목소리가 서버실의 공간을 진동시켰다.
“그릇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밟고 올라온 모든 힘은, 오직 내 손으로 부수고 쟁취한 내 무공일 뿐이다.”
-파직! 지지지직!
진혁이 발을 구르는 순간, 서버실의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오직 순수한 의념과 육체의 폭발력만으로, 진혁은 유리관을 향해 수직으로 사출되었다.
“네놈이든, 그 프로토콜이든…….”
칠흑의 검광이 양자 서버 돔의 중심을 향해 뻗어 나갔다.
“싹 다 부수고, 내가 곧 천마가 된다.”
-쿠구구구구궁!
진혁의 검끝에서 작렬한 [천마일검 - 개량(改)]은 단순한 참격이 아니었다.
그것은 49,200 MW라는 압도적인 단전 출력과, 시스템의 연산 없이 오직 뼛속까지 박힌 무인의 감각으로 정밀하게 압축된 파멸의 응집체였다.
-챙강강강강가강-!
“크아아아아아……!”
수정 유리관을 감싸고 있던 삼중 결계가 마치 얇은 유리 조각처럼 처참하게 박살 났다.
유리관 속에서 꿈틀거리던 붉은 안개의 의지가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오랜 세월 동안 신서울의 그림자 속에서 군림하며, 인간들을 마당 위의 개미처럼 조종해 온 ‘천마 프로토콜’의 모체.
진무극과 이현도조차 그 거대한 의지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 절대적인 존재의 본거지가 한 인간의 무식할 정도로 순수한 참격 앞에 여지없이 찢어지고 있었다.
[이럴수가……! 네놈은 단지 내 기획에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된 실험체 07호에 불과할 터인데……!]
“설계?”
진혁의 입가에 짙은 조소가 걸렸다.
그는 눈앞에 쏟아지는 찬란한 양자 데이터의 폭포 속에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딴 싸구려 알고리즘으로 내 인생을 정의하려 들지 마라.”
슈우우우우-!
진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의 마기가 주변의 푸른 양자 서버 광채를 모조리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HUD나 인공지능의 보조 연산 따위는 처음부터 필요 없었다.
오직 자신의 심장이 뛰고, 단전의 코어가 울부짖고, 핏줄 속을 흐르는 피가 명령하는 방향.
그것이 바로 강진혁이 도달한 [초월천마경]의 진정한 실체였다.
-파지지직! 콰아아앙!
유리관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그 안에 봉인되어 있던 거대한 붉은 형체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인간의 뼈와 나노머신 회로, 그리고 1,000년 전 마교 유골의 데이터가 엉겨 붙은 그 흉측한 형체는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기괴한 파동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네가…… 네가 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 프로토콜의 완성은 곧 새로운 신(神)의 탄생을 의미한다! 어째서 그 영광을 거부하는 것인가!]
“신?”
진혁은 비웃듯 검을 치켜들었다.
검신에 서린 칠흑의 마기는 이제 불꽃처럼 타오르며 허공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런 껍데기뿐인 신이라면, 이미 내 손으로 수없이 부수고 올라왔다. 내가 원하는 건 세상 위에 군림하는 가짜 신이 아니야.”
진혁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진 붉은 형체를 향해 차갑게 내리꽂혔다.
“이 썩어빠진 디스토피아의 판도를 뒤엎고, 오직 내 힘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진짜 지존. 그게 바로 내가 될 천마(天魔)다.”
-콰아아아앙!
진혁이 바닥을 강하게 찍어 누르자, 서버실 전체의 바닥재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막대한 마기가 거대한 파도처럼 형체를 덮쳤다.
[크아아아아악——!]
붉은 형체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진혁의 흡원천공이 발동된 순간, 그 괴물 안에 축적되어 있던 수백 년 치의 방대한 데이터와 고대 마교의 잔류 에너지가 뱀의 혓바닥처럼 진혁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읍-.
지독할 정도로 차갑고 방대한 에너지.
티타늄 그룹의 메인 서버 전체를 가동하던 전력과 1,000년 전 천마의 남은 유골 파편이 진혁의 단전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단전 출력: 49,200 MW ➔ 53,000 MW ➔ 58,400 MW……!]
출력이 미친 듯이 폭등했다.
머릿속이 쩌릿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전신을 휘감았지만, 진혁의 표정은 흔들림 하나 없이 평온했다.
이제 이 정도의 폭발적인 에너지 유입쯤은 그의 [천마무상체]가 완벽하게 통제하고도 남았다.
콰아아앙-!
마침내 마지막 남은 붉은 안개의 덩어리가 완전히 붕괴하며 소멸했다.
서버실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기괴한 압박감과 통제 프로그램의 잔재들이 거짓말처럼 흩어졌다.
[SYSTEM ALERT: 헤븐리 파운데이션 및 천마 프로토콜 네트워크 영구 소멸.]
[경고: 중앙 제어 시스템의 핵심 코어가 파괴되었습니다.]
[모든 보안 구역의 제어권이 해제됩니다.]
시스템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서버실 구석에 박혀 있던 마지막 비상용 양자 단말기가 스스로 불을 밝히며 마지막 로그를 띄워 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진혁을 구속하던 모든 쇠사슬이 완전히 끊어졌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쉬익…….
서버실 안의 냉각 가스가 하얗게 피어오르며 사방을 적셨다.
진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검을 거두었다.
단전의 출력은 이미 61,000 MW를 아득히 넘어 서 있었다.
지하 심장부의 적막을 깬 것은, 멀리서 울려 퍼지는 미세한 진동음이었다.
-진동- 웅장한 울림.
그것은 단순히 서버실이 무너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천마 프로토콜의 모체가 소멸함에 따라, 신서울 상층부를 지탱하던 거대 마천루들과 메가 코퍼레이션의 통제망 전체에 연쇄적인 균열이 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끝났나.”
진혁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방폭문이 박살 난 복구 밖으로, 하층 슬럼가와 상층부의 경계를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야간 조명들이 하나둘씩 깜빡이며 꺼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 위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진짜 밤하늘의 칠흑 같은 어둠과 별빛이 신서울의 디스토피아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진혁의 귓가에 익숙한 통신 장치의 주파수가 튀었다.
[진혁 씨! 들립니까?]
윤아영의 다급하면서도 흥분 어린 목소리였다.
[방금 신서울 전역의 메인 양자 서버와 헤븐리 파운데이션의 통제 노드가 완전히 다운됐어요! 상층부의 방어 그물망이 전부 해제됐다고요! 도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인 거예요?]
진혁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통신기에 대고 입을 열았다.
“프로토콜은 부쉈다.”
[……하, 진짜로 해낼 줄 알았어……!]
아영의 숨 넘어가는 듯한 웃음소리 뒤로, 송수연이 이끄는 저항군 ‘니르바나’의 함성 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려왔다.
기업의 독점이 무너지고, 통제받지 않는 거대한 해방의 물결이 슬럼가에서부터 상층부를 향해 끓어오르고 있었다.
“기다려라.”
진혁이 검을 툭 털어내며 서버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등 뒤로 61,000 MW의 마기가 은은한 푸른빛과 칠흑의 잔상을 남기며 흩어졌다.
“이제 남은 건, 이 도시의 꼭대기에 남아 있는 찌꺼기들을 정리하는 것뿐이다.”
진혁의 시선이 신서울의 가장 높은 곳, 아폴론의 회주랑을 넘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티타늄 그룹의 최종 타워를 향했다.
시스템의 족쇄를 벗어던진 참된 천마의 발걸음이, 디스토피아의 밤을 향해 다시 한번 수직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