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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18화목차

제118화 만법귀마의 실전 응용

콰아아아구궁-!

지하 섹터 4의 삼중 방폭문이 찢겨 나간 자리에 거대한 파도가 일렁였다.

그것은 바람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칠흑(漆黑)의 마기가 광기 어린 열기와 함께 사방으로 흩날리는 폭풍이었다.

"크르르……!"

괴물의 울음소리가 공간의 고막을 찢었다.

헤카톤케이르.

티타늄 그룹이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현대의 최첨단 생체 코어 50개를 억지로 꿰매어 만든 생체 기계의 정점. 그 거대한 몸뚱아리는 흉측하게 뒤틀린 근육과 푸른 빛을 발하는 고전압 전선, 그리고 사방으로 꿈틀거리는 촉수형 의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쿠웅! 쿠웅!

단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바닥의 타이타늄 합금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괴물의 가슴팍에 박힌 50개의 생체 코어는 저마다 다른 주파수와 출력을 뿜어내며 기괴한 공진(Resonance)을 일으키고 있었다.

즈지지지직──!

공간 자체가 왜곡되었다.

코어들이 뿜어내는 전자기적 파동은 주변의 중력장마저 비틀어 버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그 공진 파동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전신 혈관의 모세혈관이 터져나갈 터였다.

하지만 강진혁의 눈빛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그는 차가운 흑안으로 헤카톤케이르의 거대한 몸을 응시했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 OFFLINE]

[SYSTEM WARNING: 보조 연산 지원이 차단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자가 의념 및 통찰로만 상황을 분석합니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던 기계적이고 차가운 UI의 안내 음성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

이제 강진혁을 지탱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었다. 오직 그 자신이 뼛속까지 새겨온 무인의 직관, 그리고 초월천마경(超越天魔境)에 도달한 순수한 의념(意念)뿐이었다.

'귀찮은 계산 따위는 필요 없다.'

진혁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폐부를 타고 흐르는 공기는 차갑다 못해 날카로운 면도날 같았다. 하지만 그 아픔조차 지금의 그에게는 쾌감에 불과했다.

단전(丹田).

그 심장부에서 요동치는 에너지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었다.

콰르릉, 쿠구구구궁!

현재 진혁의 단전 코어 출력은 46,000 MW.

일반적인 국가 기반 시설 하나를 통째로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막대한 에너지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의 은빛 회로 선이 새겨진 목과 손목 주변으로 짙은 흑색의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크아아아아!

헤카톤케이르가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수십 개의 생체 코어 출력을 한 곳으로 응축한 플라즈마 붕괴 주먹이었다. 공기를 압축하며 날아오는 그 일격은 대기 중에서 푸른 불꽃을 일으키며 진혁을 향해 내리꽂혔다.

파지지직!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가 없었다.

"마영신보(魔影身步) - 극(極)."

슈우욱-

빛의 궤적마저 왜곡시키는 극한의 보법.

진혁의 잔상이 허공에 찢겨 나갔고, 실제 육체는 이미 헤카톤케이르의 거대한 주먹 바로 앞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콰아앙!

진혁이 서 있던 자리가 대폭발을 일으키며 방폭문 너머의 복도까지 통째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진혁의 모습은 없었다.

괴물의 거대한 눈알들이 당황한 듯 사방으로 굴러갔다.

그 순간, 괴물의 등 뒤, 즉 50개의 코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앙 제어 노드의 사각지대에 진혁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찾았다."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헤카톤케이르의 몸에 박힌 50개의 코어는 강력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서로 다른 출력과 주파수를 억지로 동기화했기 때문에, 코어와 코어가 맞물리는 이음새마다 미세한 '전자기적 공진 왜곡(Electromagnetic Resonance Distortion)'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과학 기술로는 그 수만 가지의 난수 중에서 단 하나의 결함을 찾아내는 데 몇 초의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하지만 진혁에게는 시간이 필요 없었다.

천마마안(天魔魔眼).

심법의 극의로 개안한 통찰의 안광이 괴물의 몸속을 투시했다.

50개의 코어가 내뿜는 에너지의 흐름이 마치 거미줄처럼 진혁의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졌다. 그 복잡하게 얽힌 에너지의 홍수 속에서, 단 하나의 흐름이 엇나가는 지점이 보였다.

지징──!

바로 저기다.

37번째 코어와 38번째 코어를 연결하는 고압 송전선 틈새.

거기가 바로 이 괴물의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결함 노드(Defect Node)'였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진혁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만법귀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과 기계적 원리, 그리고 무공의 파동은 결국 하나의 근원으로 통한다는 마교의 궁극적 통찰.

적의 기술이나 에너지를 단순히 부딪쳐 부수는 것이 아니다.

적의 힘이 가진 결함을 간파하고, 그 역류를 유도하여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경지.

진혁의 오른손 검지가 칠흑 같은 마기로 물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내공의 응축이 아니었다. 고주파 진동과 뇌전, 그리고 흡원천공으로 정제해 낸 파괴적 마기가 손끝에 하나의 바늘처럼 압축되었다.

슈우우욱-

"끄르륵……?"

헤카톤케이르가 뒤늦게 이상을 감지하고 수십 개의 촉수를 뒤로 휘둘렀지만, 이미 한 박자 늦었다.

진혁의 손가락이 괴물의 거대한 등짝, 정확히 37번과 38번 코어 사이의 결함 노드에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툭-

단단한 타이타늄 장갑과 생체 세포가 섞인 외피가 진혁의 손가락에 의해 버터처럼 부드럽게 뚫렸다.

그 순간, 진혁은 그 안으로 자신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순수한 마기를 주입했다.

콰르릉, 쿠구구궁-!

"크아아아아아아악──!"

헤카톤케이르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진혁이 주입한 마기는 괴물의 체내를 흐르던 고압 전력과 공진하며 폭발적인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파지지직! 즈지지직──!

37번 코어의 출력이 급격히 치솟았고, 반대로 38번 코어의 출력이 뚝 떨어졌다.

균형이 깨졌다.

50개의 코어가 상호 작용하며 유지하던 완벽한 균형이 단 한 곳의 결함 노드에 주입된 마기 때문에 순식간에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구구궁! 쿠웅!

"크윽……!"

괴물의 몸 전체가 경련을 일으키며 부풀어 올랐다.

가슴팍에 박힌 50개의 생체 코어들이 서로를 밀어내며 불꽃을 튀겼다. 전자기적 공진 왜곡이 내부에서부터 괴물의 장기를 태우고, 뼈를 조각내고 있었다.

진혁은 그 폭풍의 중심에서 차갑게 눈을 가늘 뜨며 몸을 뒤로 물렀다.

"마영신보 - 극."

다시 한 번 칠흑의 잔상을 남기며 괴물의 품에서 빠져나온 진혁.

그가 바닥에 착지한 순간, 헤카톤케이르의 거대한 몸뚱아리가 완전히 굳어버렸다.

지징……. 툭, 툭, 투두둑-

괴물의 몸 전체에서 전류가 사방으로 튀며 오작동을 일으켰다.

50개의 코어 중 첫 번째 코어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간 것을 시작으로, 연쇄적인 폭발의 서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콰르릉! 쿠구구구궁──!

지하 섹터 4 전체가 진동했다.

헤카톤케이르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거대한 폭탄으로 변해버린,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철골 덩어리일 뿐이었다.

진혁은 그 거대한 폭발의 불길을 등지며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폭풍 너머,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그곳에 또 다른 문이 존재했다.

티타늄 그룹의 본사 메인 양자 서버실.

그곳으로 향하는 마지막 방폭문이었다.

"이제 끝을 내볼까."

진혁의 입가에 짙고도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단전 출력이 46,000 MW에서 다시 한 번 끓어오르며, 그의 주변 공간을 칠흑 같은 마기가 완전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아아아구궁-!

헤카톤케이르의 내부에서 시작된 연쇄 폭발은 단순한 기계적 파괴를 넘어섰다. 50개의 생체 코어가 품고 있던 고압의 플라즈마와 마기가 뒤섞이며 거대한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크아아아악……!"

괴물의 거대한 몸체가 내부에서부터 팽창했다.

껍데기는 멀쩡하지만, 그 안의 핵심 장기와 코어들이 상호 공진의 역류를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터져 나가고 있었다. 푸른 전격과 칠흑의 마염이 뒤엉킨 불길이 철판을 녹이며 사방으로 튀었다.

진혁은 그 폭풍의 파보라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옷자락을 휘날리며 서 있는 그의 눈동자에는 터져 나가는 괴물의 잔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파지직, 즈지지직──!

마지막 50번째 코어가 정점을 찍고 완전히 박살 나며 거대한 폭음이 터졌다.

콰아아아앙-

신서울 지하 섹터 4 전체가 거대한 진동에 휩싸였다.

헤카톤케이르의 거대한 몸뚱아리가 순식간에 수만 조각의 고철 덩어리와 잿더미로 분해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스스로의 모순된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멸한 생체 병기.

그 잔해 사이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뚫고, 진혁이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왔다.

터벅, 터벅.

군홧발이 부서진 타이타늄 바닥을 짓밟을 때마다 묵직한 파열음이 울렸다.

진혁의 단전에서 요동치던 에너지가 안정되기는커녕, 파괴된 헤카톤케이르의 잔여 코어 에너지를 빨아들이듯 더욱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SYSTEM INFO: 사용자 강진혁의 단전 코어 출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출력: 46,000 MW ➔ 47,200 MW ➔ 48,500 MW……!]

시스템의 보조 HUD는 꺼져 있었지만, 진혁의 육신이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에너지는 거짓이 없었다. 흡원천공의 개량형 운기조식이 공기 중에 흩어진 고순도 마기와 플라즈마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그의 혈관을 달구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진혁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폭발의 연기가 가시고 드러난 거대한 철문이었다.

티타늄 그룹 본사, 메인 양자 서버실로 통하는 최종 방폭문.

과거 이현도와 진무극이 천마 프로토콜의 모든 코드를 총괄하며 신서울의 모든 생체 코어와 네트워크를 감시하던 절대의 영역.

그 문 너머에서, 기괴한 저주파의 파동이 손바닥의 감각을 타고 전해져 오고 있었다.

웅가아아아…… 웅가아아아…….

기계의 구동음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생명체의 심장 박동 소리에 가까웠다.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현대의 양자 AI가 융합된, 진정한 의미의 '본체'가 그 문 너머에서 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으읍, 하하-.

진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폐부를 채운 차가운 공기가 온몸의 세포를 깨웠고, 나노머신과 완벽하게 동기화된 근육들이 미세하게 떨리며 폭발적인 출력을 준비했다.

"와라."

진혁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개량형 천마검의 날이 칠흑 같은 번개를 머금으며 울부짖었다.

치이익-

검강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주파 진동이 주변의 공기마저 찢어발겼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검을 치켜들었다. 복잡한 연산도, 시스템의 조준 보정도 필요 없었다. 오직 그의 의념과 단전의 폭발적인 출력만이 존재했다.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량(改)."

콰아아아궁-

단 한 번의 휘두름.

하지만 그 일격에 담긴 에너지는 단순한 참격이 아니었다.

48,500 MW의 단전 출력, 뇌전마강의 폭발력, 그리고 만법귀마로 압축된 파괴적 진동이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어 방폭문을 향해 작렬했다.

지이이잉──! 콰아아앙!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두께 수 미터의 방폭문이 중앙부터 비틀렸다.

고주파 마검강이 철판의 분자 결합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며 내부로 파고들었고, 곧이어 참을 수 없는 고음의 파열음과 함께 문이 안쪽으로 박살 나며 무너져 내렸다.

쿠구구구궁-

방폭문이 완전히 붕괴하며 드러난 메인 양자 서버실의 전경.

그곳은 푸른색과 붉은색의 홀로그램 데이터가 눈이 멀 정도로 교차하는 거대한 원형 돔 구조였다.

그리고 돔의 중앙.

수천 개의 케이블에 둘러싸인 거대한 유리 원통 안에서, 인간의 형상을 한 붉은 안개의 의지가 서서히 고개를 들어 진혁을 응시했다.

―돌아왔구나, 그릇이여.

목소리가 귀가 아닌 뇌리에 직접 박혀들었다.

기계음과 인간의 목소리가 겹쳐진 기괴한 음성.

그것은 진무극도, 이현지도 아닌, 천마 프로토콜의 기저에 숨어 있던 진짜 거대 의지의 목소리였다.

진혁은 차갑게 웃으며 검을 겨누었다.

"그릇은 부수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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