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4.5세대 코어의 강탈
거대한 유리관이 산산조각 났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쏟아진 것은 단순한 냉각수나 유기 용액이 아니었다.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보존되어 온 고대 마교의 유골 데이터,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이글거리는 시뻘건 마기(魔氣)의 형상이었다.
쿠구구구구—!
신서울 최하층 심장부가 통째로 울부짖었다.
이현도와 진무극이라는 두 명의 거대 권력자가 사도이자 꼭두각시로 부리던 존재. 형체 없는 검은 안개의 거대한 의지가 찢어진 틈새로 비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인공지능이나 데이터의 파편이 아니었다. 기계와 생체, 그리고 고대 마공의 찌꺼기가 뒤엉켜 만들어낸 뒤틀린 신의 잔해였다.
“……흐음.”
강진혁의 입가에 옅은 조소가 걸렸다.
시스템의 HUD도, 보조 AI 설화의 목소리도 이제 그의 시야와 귓가에 존재하지 않았다. 완전히 척결된 메인 서버의 잔해 속에서, 진혁은 오직 자신의 심장박동과 단전에서 치솟는 뜨거운 열기만을 의지 삼아 서 있었다.
즈우우웅!
제프로스의 4.5세대 생체 코어에서 흘러나온 잔류 중력 제어 모듈의 파동이 진혁의 주변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공기가 압축되고 바닥의 강화 티타늄 합금이 짓눌려 비명을 질렀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그 중력 가속도만으로도 뼈와 내장이 사방으로 튀며 즉사할 지경의 압력.
하지만 진혁의 눈빛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초월천마경(超越天魔經)].
시스템의 허락 없이, 오직 자신의 의념과 기혈의 순환만으로 도달한 마공의 극의. 진혁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바닥 위로 칠흑 같은 마기가 소용돌이치며 얽혀들었다.
“네놈이 진무극의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주인인가.”
진혁의 목소리는 낮고 차갑았다. 검은 안개의 의지는 대답 대신 신서울 전역의 남은 전력을 끌어모아 짓누르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최하층 제어실의 천장이 무너지며 쏟아진 고압 플라즈마 파도가 진혁을 집어삼킬 듯 덮쳐왔다. 수만 와트에 달하는 열량과 파괴적인 에너지 빔. 그 순간, 진혁의 눈동자가 암흑 속에서 붉게 빛났다.
[천마마안(天魔魔眼)].
눈앞의 폭류가 흐르는 궤적이 마치 느린 슬로모션처럼 진혁의 망막에 박혔다. 에너지의 흐름, 코어의 진동수, 그리고 그 안에 잠재된 고대 마기의 파동까지.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챙기이익-!
개량된 천마검의 날끝에서 새하얀 고주파 진동과 칠흑의 마기가 동시에 뿜어져 나왔다. 진혁의 몸이 허공으로 쏘아 올려졌다.
[마영신보 - 극(極)].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스펙터 부대의 광학 왜곡 기술을 흡수해 완성한 신형 보법은 공간의 물리적 법칙을 비틀며 검은 의지의 정중앙으로 진혁을 밀어 넣었다.
콰광!
“크아아아악……!”
검은 안개의 의지가 비명을 질렀다. 진혁의 검이 플라즈마 폭류의 중심을 정확히 양단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을 쥔 손을 반 바퀴 돌리며, 진혁은 왼손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흡원천공 - 개량(改)].
지하 제어실 바닥에 박혀 있던 제프로스의 파괴된 4.5세대 생체 코어, 그리고 그 주변을 감싸고 있던 고압 중력 제어 모듈의 코어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위이이이잉— 쾅!
코어 내부의 압축된 고출력 에너지와 중력 제어 알고리즘의 데이터 스트림이 진혁의 손바닥을 통해 체내로 역류하기 시작했다. 마치 폭포수가 좁은 수로로 쏟아지듯, 거대한 에너지의 홍수가 진혁의 혈관을 타고 단전으로 밀려들었다.
“크윽……!”
전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단 한 번의 흡수로 밀려드는 출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기존 34,500 MW였던 단전의 출력이 순식간에 요동치며 폭발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35,200 MW……!]
[36,800 MW……!]
[38,900 MW……!]
체내의 나노머신들이 끓어오르는 에너지와 반응하여 격렬하게 재조합되었다. 혈관 벽을 타고 흐르는 회색빛 회로선이 은빛을 거쳐 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4.5세대 생체 코어의 특성인 중력 가속도 흡수 메커니즘이 진혁의 근골격계와 결합하며, 신체의 물리적 내구도와 반응 속도가 한계치를 아득히 뛰어넘어 폭등했다.
쿠구구구구궁!
진혁의 발밑에서 터져 나온 압도적인 마기의 파동이 제어실 바닥을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머리카락이 역립하고, 칠흑의 마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와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41,000 MW……!]
마침내 단전의 출력이 4만을 돌파했다. 단순한 수치의 상승이 아니었다. 4.5세대 코어의 중력 제어 알고리즘이 마기 운기조식과 완벽하게 융합되면서, 진혁의 몸 주위에는 가시적인 중력 왜곡 장막이 형성되었다.
파앗!
진혁이 가볍게 손가락을 까딱이자, 사방으로 튀어 오르던 파편들이 중력장에 붙잡힌 듯 허공에 멈춰 섰다. 공간 자체가 진혁의 의지대로 짓눌리고 늘어났다.
“이게…… 4.5세대 코어의 힘인가.”
진혁이 낮게 중얼거렸다.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으로 밀려드는 에너지는 폭발적이었지만, 더 이상 몸이 찢어지는 듯한 거부감은 없었다. [초월천마경]의 경지가 그 모든 과부하를 억누르고, 오히려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이다.
그때,
콰아아앙!
진혁이 흡수하고 남은 검은 안개의 의지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사방으로 흩어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형체를 잃은 검은 잔해들이 제어실 벽면에 새겨진 고대 마교의 문양 속으로 스며들며 무언가를 남겼다.
즈릭…… 즈르륵…….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 사이로, 반쯤 녹아내린 데이터 저장 장치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이현도가 죽기 직전까지 집착했던, 그리고 진무극조차 완전히 열어보지 못했던 최상위 기밀 파일이었다.
진혁이 차가운 눈으로 걸어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시스템의 도움 없이도, 진혁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마기 파동이 데이터 장치의 암호화 회로를 직접 자극했다.
지직-!
저장 장치의 홀로그램 화면이 켜지며 몇 줄의 텍스트가 허공에 떠올랐다.
[SYSTEM WARNING: 접근 권한 확인 중……]
[경고: 해당 데이터는 '천마 프로토콜'의 모체이자, 티타늄 그룹의 최종 은닉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유자 인증: 강진혁 (실험체 07호 / 초월천마경 도달 확인)]
화면의 스크롤이 내려가며, 진혁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거기에는 신서울의 상층부, 그중에서도 가장 철저하게 봉인되어 있던 '아폴론의 양자 서버'의 위치가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보관된 것에 대한 설명이 붉은 글씨로 깜빡이고 있었다.
-- [고대 천마 비급의 원본 데이터 (The True Manual)] --
이현도와 진무극이 자신을 '최종 그릇'으로 삼아 빼앗으려 했던 진짜 이유. 그리고 1,000년 전 천마가 남긴 마공의 진정한 진실이 그곳에 있었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갈 시간이 됐군.”
진혁이 피식 웃으며 손을 꽉 쥐었다. 파직! 손에 쥔 데이터 저장 장치가 가루가 되어 부서졌지만, 이미 그 내용물은 진혁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각인되었다.
단전 출력 41,000 MW.
중력 제어 알고리즘과 융합된 초월천마경의 육체.
진혁은 뒤를 돌아보았다. 신서울 최하층의 붉은 불빛이 서서히 걷히고, 상층부로 이어지는 거대한 수직 승강구의 비상 경보등이 파랗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진혁의 몸이 검은 잔상을 남기며 상층부를 향해 수직으로 쏘아 올려졌다.
타앙-!
폭음과 함께 신서울의 밤하늘을 가르는 칠흑의 궤적이 마천루를 향해 맹렬하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수직 승강구의 두꺼운 방폭문이 강진혁의 일식(一式)에 의해 종이장처럼 찢겨 나갔다. 단전 출력 41,000 MW의 경지에 도달한 진혁의 육체는 더 이상 단순한 인간의 범주에 머물지 않았다. 주변의 중력장과 공기 밀도가 그의 의도에 따라 왜곡되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승강구 전체가 고공에서 낙하하는 듯한 진동을 일으켰다.
[마영신보 - 극(極)].
빛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칠흑의 잔상이 90층, 95층, 그리고 1계급 특권층의 구역인 상층 마천루의 경계선을 순식간에 돌파했다. 과거라면 블랙 가드의 방어선과 최정예 방공망에 가로막혀 숨을 골라야 했을 구간이었으나, 지금의 진혁에게 그들은 지나가는 모래알보다도 못했다.
피융, 피융, 피융!
“적중률 0%?! 대체 저 괴물은 뭐지?!”
“방어막을 전개해! 출력을 최대로 올려라!”
상층부 관문인 ‘천상관문’의 잔존 수호대와 자동 방어 포탑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수천 발의 고주파 레이저와 플라즈마 탄환이 진혁의 전신을 벌집처럼 쑤셔 박으려 쇄도했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휘리릭-!
진혁의 주변에 형성된 4.5세대 중력 제어 장막이 회오리처럼 회전했다. 날아오던 플라즈마 탄환들은 중력의 왜곡에 휘말려 궤도가 완전히 뒤틀렸고, 서로 충돌하며 공중에서 무력하게 산화했다. 진혁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채찍처럼 휘두르며 잔류 포탑들의 제어 회로를 박살 냈다.
콰창창창!
포탑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고철덩어리로 추락했다. 진혁은 멈추지 않고 상층부의 심장부인 '아폴론의 회주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멀리서 통신기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지친 목소리가 진혁의 고막을 때렸다.
- 진혁 씨! 제 목소리 들립니까?
윤아영의 목소리였다. 하층 도시의 화이트 섀도 기지에서 간신히 서브넷을 연결한 듯, 통신음 사이로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섞여 있었다.
“들린다. 아영아, 상황은 어때?”
- 지금 상층부 네트워크 전체가 대혼란에 빠졌어요! 티타늄 그룹의 잔당들이 숨겨놓았던 비상 양자 서버의 위치를 방금 확정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진무극이 숨겨두었던 진짜 비밀이자, '천마 비급의 원본 데이터'가 있는 곳이에요!
아영의 목소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진혁이 하층에서 최심부를 쓸어버리는 동안, 상층부의 거대 방화벽을 뚫고 데이터를 추적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진혁 씨. 그 양자 서버 주변은 일반적인 보안 시스템이 아니에요. 진무극이 사전에 심어둔…… 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고대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결합된 자율형 방어 AI, '아폴론'의 본체가 버티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진혁의 입가에 옅한 미소가 스쳤다. 그가 최하층에서 데이터 저장 장치를 부술 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였다. 이현도나 진무극 같은 인간들이 가졌던 오만함의 근원은 결국 그들이 사유하던 '시스템' 그 자체에 있었으니까.
-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식이 있어요.
윤아영의 목소리가 잠시 머뭇거렸다.
“말해라.”
- 92층에 부상당한 채 남겨져 있던…… 진세린 말이에요. 그 여자가 스스로 통신 채널을 열어서 우리 쪽으로 접속했어요.
진혁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진세린. 아버지를 향한 절대적인 충성과 프라이드로 무장했던 티타늄 그룹의 후계자. 하지만 진무극이 자신을 '소모품 그릇'으로 쓰려 했다는 잔혹한 진실을 마주한 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은 듯 92층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 진세린이 우리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제보를 해왔어요. 아폴론의 양자 서버로 향하는 가장 안전한 '보안 우회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요.
“그녀가?”
- 네. 진세린은 티타늄 그룹의 후계자로서 회장실과 주요 서버의 백도어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녀가 안내하는 길로 가면, 아폴론의 핵심 방어선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도 서버 실의 코앞까지 바로 도달할 수 있어요.
진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진세린의 변심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자신이 믿어왔던 모든 세계가 거짓이었음을 깨달은 자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파멸이거나, 혹은 복수를 위한 동조뿐이다. 그녀는 후자를 택한 모양이었다.
“좋다. 좌표를 보내라고 해라.”
- 알겠어요. 지금 바로 진혁 씨의 HUD…… 아, 맞다. 진혁 씨는 지금 시스템 HUD를 안 쓰죠? 좌표를 음성으로 불러줄게요. 92층의 중앙 회전 승강구 옆, 비상 환기 덕트로 진입하면 됩니다.
“알았다.”
통신이 끊어지자마자, 진혁은 몸을 돌려 방향을 틀었다. 칠흑의 마기가 발목을 감싸며 [마영신보]의 궤적을 수정했다.
슈우우욱!
공간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진혁의 몸은 순식간에 상층부 92층의 거대한 복도에 나타났다. 눈앞에는 아수라장이 된 회주랑의 잔해와 함께, 피투성이가 된 채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진세린. 트레이드마크였던 깔끔한 군복은 사방이 찢어져 있었고, 가슴 부근에 이식되었던 군용 생체 코어의 잔해에서는 치직거리며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는 과거의 오만함을 잃었지만, 대신 타오르는 듯한 처절한 집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진혁이 다가서는 소리에 진세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은발의 머리칼이 땀에 젖어 이마에 엉겨 붙어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묻은 피를 거칠게 닦아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올 줄 알았어, 강진혁.”
진세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네가 내 아버지의 목을 베었을 때부터, 내게 남은 건 그 영원한 거짓말의 잔해를 완전히 부수는 것뿐이니까.”
진혁은 그녀 앞에 멈춰 서서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여자 역시 티타늄 그룹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이자, 비극의 파편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동정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그런 허울 좋은 위려는 이 지옥 같은 신서울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우회로는 어디지.”
진혁의 건조한 목소리에 진세린은 품속에서 작은 데이터 패드를 꺼내 던졌다. 패드에는 아폴론의 양자 서버로 향하는 복잡한 지하 양자 회로의 맵과 함께, 시스템의 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마스터 키 코드가 깜빡이고 있었다.
“거기야. 그 서버의 코어 룸으로 들어가면, 아버지와 이현도가 숨겨두었던…… 마교의 원본 데이터가 네 눈앞에 나타날 거야.”
진세린이 패드를 던진 후, 벽에 기대어 있던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 부러지지 않은 고주파 검이 쥐어져 있었다.
“나를 죽이지 않나?”
진세린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네가 내게 적의를 품지 않는 한, 쓸데없는 데에 에너지를 쓸 생각은 없다.”
진혁의 단호한 대답에 진세린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너는 처음부터 달랐지. 시스템에 얽매이지도 않고, 그들이 만든 그릇이 되기를 거부한 유일한 놈이니까.”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벽을 짚으며 옆쪽의 숨겨진 비상 통로를 가리켰다.
“가라. 그 서버의 중심부로. 거기에 있는 걸 네가 전부 흡수한다면…… 이 신서울의 진짜 주인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진짜 괴물이 무엇인지 알게 될 테니까.”
진혁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진세린이 가리킨 비상 환기 덕트의 어두운 입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파앗-!
진혁의 몸이 칠흑의 잔상을 남기며 덕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단전 출력 41,000 MW의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상층부의 차가운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통로를 따라 수직으로 질주한 지 수 분. 마침내 진혁의 시야가 트이며, 거대한 양자 서버의 원형 돔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 개의 푸른색 광자 케이블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중앙 제어실. 그 한가운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검붉은 기운을 뿜어내는 거대한 수정 유리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관 안에서,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듯 서서히 눈을 뜨는 형체 없는 붉은 안개의 의지가 진혁을 향해 기괴한 파동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SYSTEM INFO: 최종 접근 감지.]
[경고: '천마 비급의 원본 데이터'와의 동기화 프로세스를 개시합니다.]
진혁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원래의 주인을 찾기 위해, 천 년의 역사가 담긴 진짜 마공의 극의가 지금 그의 눈앞에서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