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저항군의 위기와 제프로스의 재림
핏빛 잔상이 회색 공업지대의 하늘을 갈랐다.
사위는 이미 전장(戰場)이었다.
티타늄 그룹의 본사 돔이 무너져 내리고, 신서울 전역을 통제하던 메인 서버 네트워크가 셧다운된 여파는 하층 슬럼가와 제2계급 공업지대까지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법도, 질서도, 기업의 통제력도 사라진 그 공백을 채운 것은 원초적인 약육강식의 혼돈이었다.
"크아아악!"
"도망쳐! 저 괴물 새끼가 온다!"
반(反)기업 저항군 '니르바나'의 보급선이 자리 잡았던 제3구역 화물 터미널.
철근과 콘크리트 잔해가 사방으로 흩날린 그곳에서, 붉은색 가죽 재킷을 걸친 송수연이 거대한 대형 도검을 겨눈 채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이마와 볼을 따라 흘러내린 피가 턱끝을 적시고 있었다.
탱크 장갑판을 맨손으로 찢어발기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대는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난 철의 거인이었다.
"하하하! 벌레 같은 저항군 쥐새끼들! 네놈들이 그토록 믿던 그 '천마'라는 새끼는 지금 어디에 있지?"
쿠구구궁—!
지면을 울리는 기괴한 중저음과 함께 거대한 압박감이 터져 나왔다.
파직, 파지직-!
푸른색 플라즈마 방전음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다가오는 거구.
그것은 글로벌 용병 기업 '아이언 윌'의 에이스이자, 한때 강진혁의 손에 패배해 바스러졌던 줄 알았던 '제프로스'였다.
물론, 이전에 보았던 그가 아니었다.
티타늄 그룹의 붕괴 직전, 배후의 세력이 밀어 넣은 최고급 기술의 집약체.
이름하여 4.5세대 대기갑 전술 강화수트 [골리앗-MK IV].
두께 30센티미터의 특수 티타늄 합금 장갑판이 전신을 뒤덮고 있었고, 그 틈새마다 고출력 생체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마력 플라즈마가 증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무기는 일반적인 검이나 총이 아니었다.
슈우우웅-!
초고주파 진동 파쇄 해머.
공기마저 고열로 일그러뜨리는 그 거대한 망치가 바닥을 스칠 때마다, 콘크리트 바닥은 종잇장처럼 갈라지며 용암처럼 녹아내렸다.
"큭……!"
송수연이 이를 악물며 도검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뒤편으로는 살아남은 니르바나의 대원들 수십 명이 부상을 입은 채 웅크려 있었다. 그들의 보급선은 이미 제프로스의 해머 한 방에 원자로가 박살 난 채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320만 하층민의 생명줄과도 같은 보급 물자 전체가 잿더미가 되고, 니르바나는 완전히 섬멸당할 판이었다.
"수연 대장! 물러나요! 저놈은 정상적인 코어 출력이 아니야! 족히 12,000 MW는 넘어!"
부상을 입은 부대원이 다리를 절룩이며 소리쳤다.
하지만 송수연은 물러설 수 없었다. 여기서 밀리면 하층민들은 다시 기업의 잔당들과 범죄 조직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개소리 집어치워. 여기서 도망치면 우리는 끝이야."
송수연의 눈빛에 광기가 서렸다.
그녀는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니르바나의 기술로 개량된 구형 나노머신이 혈관을 타고 흐르며 푸른빛의 투기를 뿜어냈다.
"하! 기특하군. 그 쥐꼬리만한 마기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제프로스가 입꼬리를 비틀며 흉측하게 웃었다.
그의 가슴팍에 박힌 4.5세대 생체 코어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폭음 같은 진동음을 토해냈다.
"죽어라, 벌레 새끼들!"
콰아아앙-!
제프로스가 거대한 발을 구르며 땅을 박찼다.
음속을 돌파하는 폭음과 함께, 4.5세대 수트가 품은 마기 플라즈마가 사방으로 작렬했다.
그의 손에 들린 초고주파 파쇄 해머가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단순한 물리력을 넘어선 공간 압축 파동이 송수연의 숨통을 조여왔다. 피할 수 없다. 직감적으로 깨달은 송수연이 이를 악물고 도검을 교차해 방어막을 형성했다.
쾅-! 쿠구구구궁!
"크윽……!"
엄청난 충격파에 송수연의 입에서 왈칵 시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
도검의 날이 처참하게 찌그러졌고, 그녀의 무릎이 바닥을 파고들며 주저앉았다. 방어막이 깨지는 것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제프로스의 눈에 잔인한 살기가 번뜩였다.
"첫 번째 쥐새끼부터 머리통을 깨주마!"
해머가 다시 한번 치솟았다가 내리꽂히려는 바로 그 순간.
-챙각!
공간이, 일그러졌다.
아니, 공기가 비틀렸다.
소리도, 기척도 없었다.
오직 칠흑 같은 잔상 하나가 허공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파지지직-!
제프로스의 해머가 내리꽂히려던 궤도 위로, 한 줄기의 은빛 회로 선이 얽힌 칠흑의 검신이 가로막았다.
챙강-!
"크헉……?!"
제프로스의 거대한 덩치가 채비도 하지 못한 채 뒤로 밀려났다.
그의 4.5세대 수트 표면에 새겨진 고출력 마기 플라즈마 방벽이 종잇장처럼 반으로 갈라지며 찢어져 나갔다.
"누…… 누구냐!"
제프로스가 경악한 눈으로 전방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의 감지 센서와 열상 레이더는 아무것도 포착하지 못했다. 분명 허공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그 빈 공간에서, 서서히 한 사람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칠흑 같은 검은 머리.
은빛 회로 선이 목과 손목을 따라 옅게 흐르는 서늘한 인상.
그리고 세상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한 깊고 차가운 흑안(黑眼).
강진혁이었다.
"……진혁!"
바닥에 주저앉아 피를 토하던 송수연이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불렀다.
진혁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물러서 있어라."
단 네 마디였다.
하지만 그 짧은 음성 속에는 거대한 철탑을 무너뜨리고 수만 명의 군사를 도륙한 자만이 뿜어낼 수 있는 압도적인 살기와 중압감이 서려 있었다.
시스템의 HUD도, AI 설화의 보조 음성도 더 이상 그의 시야에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그의 심장 고동 소리와, 온몸을 휘감은 30,000 MW의 순수한 마기 파동만이 혈관을 따라 요동치고 있었다.
제프로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전에 마주쳤을 때보다 진혁의 마기 출력 자체는 오히려 79,000 MW에서 30,000 MW로 낮아져 있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출력이 절반 이상 떨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제프로스의 온몸에 달린 4.5세대 생체 코어의 경보 시스템이 미친 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Warning! Warning! 대상의 위협 등급 계측 불가]
[기계적 연산 회로가 대상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회피하라! 당장 회피하라!]
"이…… 이 자식이……!"
제프로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최신예 4.5세대 수트를 입고 있다. 티타늄 그룹의 비기(秘技)와 글로벌 용병 기업의 기술력이 집약된 절대 방어의 병기다. 이래 보여도 신서울 상층부를 뒤흔들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런데 왜.
저 인간의 눈앞에 서기만 해도 뼛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공포가 밀려오는 것인가.
"하, 그래! 네놈이 그 천마라는 놈이겠지!"
제프로스가 공포를 지우기 위해 고함을 지르며 4.5세대 수트의 출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쿠구구구구-!
수트 전체의 장갑판이 벌어지며 내부의 냉각수가 증기로 화해 뿜어져 나왔다. 마기 플라즈마가 태양처럼 눈부신 푸른빛으로 타올랐다.
"네놈의 그 잘난 목가지를 베어내면, 이 신서울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될 거다!"
콰아아앙!
제프로스가 거대한 해머를 치켜들고 진혁을 향해 돌진했다.
음속을 아득히 초월한 돌파력. 공간이 찌그러지고, 주변의 콘크리트 잔해들이 중력을 거스른 채 공중으로 떠올랐다. 4.5세대 수트의 전력을 쏟아부은 최후의 일격.
그것은 전면전에서 대전차 미사일 직격에 준하는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였다.
[천마마안(天魔魔眼)]
그의 흑안 속에서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느려졌다.
제프로스가 뿜어내는 마기의 흐름, 4.5세대 수트의 미세한 기계 회로가 작동하는 주파수, 그리고 공기의 밀도와 압력까지.
모든 것이 숫자가 아닌, 완벽한 '형태'로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슈우우웅.
진혁의 몸이 허공에서 일그러졌다.
실체는 사라지고, 칠흑의 잔상만이 사방에 흩어졌다.
새로이 개량된 신법, [마영신보(魔影神步)].
광학 은형 회로의 원리와 고대 마기의 궤적이 완벽하게 융합된 그 보법은, 기계의 센서조차 기만하는 완전한 허상(虛像)이었다.
"어…… 어디로 갔지?!"
제프로스가 경악하며 해머를 내리꽂았지만, 그가 가격한 것은 빈 공기뿐이었다.
콰아아앙-!
바닥이 박살 나며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다.
하지만 진혁은 이미 제프로스의 사각(死角), 그 거대한 철의 거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너무 시끄럽군."
진혁의 입에서 낮고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프로스가 기겁하며 등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진혁의 손에 들린 개량형 천마검.
그 검신에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 그리고 초고주파 진동 파쇄 에너지가 한 점으로 응축되었다.
시스템의 계산도, HUD의 유도도 필요 없었다.
오직 무인의 직관과 의념만으로 완성된 참격.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량(改)]
파지직-! 콰아아앙-!
세상이 단색으로 물들었다.
신서울의 흐린 하늘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거대한 검강이 칠흑의 궤적을 그리며 제프로스의 4.5세대 수트를 강타했다.
챙-강-!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금속이 부서지는 듯한 굉음이 협곡을 진동시켰다.
4.5세대 전술 강화수트 [골리앗-MK IV].
티타늄 그룹의 최신 기술과 전 세계의 자본이 집약된 절대 방어의 장갑판은, 진혁이 내리그은 단 하나의 검강 앞에서 종잇장처럼 무력하게 찢겨 나갔다.
파직, 파지지직-!
수트의 중심부에 내장되어 있던 고출력 생체 코어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푸른색 마력 플라즈마가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철갑의 거인은 멈출 수 없는 관성에 이끌려 바닥을 수십 미터나 구르며 나뒹굴었다.
"크아아아악……!"
제프로스의 입에서 비명 섞인 피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30센티미터 두께의 특수 합금 장갑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 나 있었고, 그 틈새로는 불타는 고기 냄새와 함께 시뻘건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단 한 합.
최신예 수트를 장착하고 12,000 MW의 출력을 뿜어내던 용병왕 제프로스는, 시스템의 보조조차 받지 않는 진혁의 순수한 검 끝에서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쿵, 쿵, 쿵—
진혁은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의 부츠가 자갈과 콘크리트 잔해를 밟을 때마다 나지막한 소리가 울렸을 뿐,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크윽…… 괴물…… 같은 자식……."
제프로스가 피투성이가 된 채 상체를 일으키려 바닥을 짚었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드리워진 칠흑 같은 그림자가 모든 희망을 지워버렸다. 진혁이 그의 앞에 멈춰 서서, 차갑게 가라앉은 흑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희를 배후에서 움직이는 자가 누구지?"
진혁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이미 죽은 자의 유언을 확인하는 절차에 가까웠다.
제프로스는 피로 물든 입술을 비틀며 비웃음을 흘렸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광기가 서려 있었다.
"하…… 하하! 네가 아무리 발버둥 친들……! 그분은 이미 신서울의 왕좌를 넘어, 이 대륙 전체의 어둠을 장악하셨다! 네놈이 그 거대한 그릇을 깨부순들, 진정한 지배자는……!"
푸슉-!
제프로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진혁의 손에 들린 개량형 천마검이 그의 가슴팍을 그대로 관통했다.
검신에 흐르던 초고주파 진동 파쇄 에너지가 제프로스의 남은 생체 코어를 단숨에 분자 단위로 분쇄해 버렸다.
"더 들을 필요는 없겠군."
진혁이 무심하게 검을 뽑아 올렸다.
제프로스의 거대한 몸뚱이가 털썩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가슴 한가운데에서는 사방으로 뿜어져 나온 마기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이스라율처럼 사라져 갔다.
이 순간, 진혁의 단전 깊은 곳에서 미세한 울림이 전해졌다.
사망한 제프로스의 4.5세대 코어에서 잔류하던 에너지가, 개량된 [흡원천공]의 궤적을 타고 진혁의 혈관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비록 시스템의 정제 과정은 없었지만, 30,000 MW에 머물던 단전의 출력은 그 에너지를 삼키며 미세하게 요동쳤다.
30,200 MW.
30,500 MW.
출력의 수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기계의 족쇄가 벗겨진 이후, 진혁의 육체와 의지가 온전히 하나로 동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진혁 대장!"
뒤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상을 입은 채 웅크려 있던 송수연이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그녀의 뒤로는 목숨을 건진 니르바나의 대원들이 경외와 두려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송수연은 눈앞에 널브러진 제프로스의 잔해와 처참하게 박살 난 전술 수트를 보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너…… 소문대로 정말 괴물이 되었구나. 상층부의 잔당들이 이 꼴을 봐야 하는데."
진혁은 피 묻은 천마검을 가볍게 털어내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보급선은 어떻게 됐지?"
"원자로는 반쯤 나갔지만, 핵심 물자는 대원들이 몸으로 막아내서 건졌어. 하지만 안전을 보장할 순 없어. 티타늄 그룹의 본사가 무너졌다고 해도, 그 잔당들이나 배후의 세력들이 하층민들의 생체 코어를 노리고 움직일 거란 정황이 포착됐거든."
송수연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티타늄 그룹의 수장인 진무극과 주요 간부들은 사라졌지만, 그들이 수백 년간 다져놓은 디스토피아의 시스템과 하부 조직들은 여전히 신서울 구석구석에 독버섯처럼 남아 있었다.
특히, 이현도가 남긴 최후의 명령 코드와 제프로스가 언급했던 '배후의 진짜 주인'은 여전히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거대한 그물을 당기고 있었다.
진혁은 고개를 들어 북쪽 구구역과 신서울 상층부의 경계선을 바라보았다.
회색빛 안개 너머로 거대한 마천루의 잔해가 거대한 묘비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놈들이 숨어 있는 곳은 마천루의 왕좌가 아니다."
진혁의 낮은 음성에 송수연이 눈을 깜빡였다.
"뭐? 무슨 소리야?"
"진무극이나 이현도 같은 자들은 그저 전면에 내세워진 꼭두각시에 불과했어. 진짜배기는…… 더 깊은 곳, 이 도시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 숨어 있다."
진혁의 흑안이 번뜩였다.
그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독고운과의 검투, 그리고 프로토콜의 메인 서버 돔을 부수며 느꼈던 기이한 마기의 흐름이 그에게 진실을 속삭이고 있었다.
1,000년 전 천마의 유골 데이터가 어떻게 현대 메가 코퍼레이션의 기술과 융합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과 같은 '그릇'들이 왜 양산되어야만 했는지.
그 모든 해답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진혁은 칼집에 천마검을 묵직하게 밀어 넣었다.
철컥, 하고 맞물리는 소리가 전장의 침묵을 깨웠다.
"니르바나의 대원들을 정비해라. 하층민들의 보급은 내가 열어주지."
"너…… 설마 혼자서 그곳으로 가겠다는 거야?"
송수연이 경악하며 가로막았다.
"혼자가 아니다."
진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가에 아주 옅고도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내 안의 마기가, 그 썩어빠진 근원을 베어내라고 소리치고 있으니까."
파아아악-!
말을 마친 진혁의 몸이 잔상조차 남기지 않은 채 허공으로 솟구쳤다.
새로이 개량된 [마영신보 - 극(極)]의 궤적을 그리며, 그는 신서울의 가장 깊은 어둠을 향해 빛보다 빠르게 수직 질주하기 시작했다.
디스토피아의 밤하늘을 가르는 칠흑의 검광.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정한 악의 정체를 향해, 참된 천마의 발걸음이 망설임 없이 내딛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