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화 슬럼가 총독 한 이사의 등장
콰아아아구구궁——!
신서울의 밤하늘을 찢어발기며 솟구치던 칠흑의 마기가 뇌전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다.
티타늄 타워 최상층의 비밀 벙커. 그곳을 가득 채우고 있던 강철과 강기(罡氣)의 잔해들이 마치 먼지처럼 바스러져 내렸다.
‘프로토콜 00호.’
1,000년 전 고대 마교의 유골 데이터로 빚어낸, 인간의 형상을 한 최악의 기계 마령(魔靈). 그것은 강진혁이 휘두른 한 자루의 묵직한 참격 아래 단 두 동강이 나며 차가운 철제 바닥으로 처박혔다.
스스스…… 붉은빛으로 깜빡이던 코어의 잔해들이 이내 완전히 꺼져버렸다.
[SYSTEM INFO: 목표물 '프로토콜 00호'의 생체 및 에너지 반응이 완전히 소멸되었습니다.]
[SYSTEM INFO: 사용자 강진혁의 신체 출력 안정화…… 단전 내공 15,000 MW 유지.]
시스템의 보조 HUD는 영구히 차단되었지만, 이제 강진혁에게 그런 차가운 글자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의 심장, 즉 단전의 위치에서는 거대한 태풍의 눈처럼 묵직하고 거대한 마기가 스스로 숨을 쉬며 회전하고 있었다.
신천마신공 제5단계.
[초월천마경(超越天魔經)].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 기계의 한계마저 가볍게 짓밟은 절대적인 존재. 그것이 바로 지금의 강진혁이었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검은 코트를 가볍게 털어내며 시선을 타워의 창밖으로 던졌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신서울은 거대한 괴물의 무덤처럼 어둡고 깊었다. 마천루의 상층부는 화려한 불빛으로 반짝였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저 밑바닥,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하층 슬럼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극심한 공포와 혼란에 신음하고 있었다.
비리비리——!
귀를 찢는 듯한 불길한 경보음이 진혁의 고막을 때렸다.
그것은 타워 내부의 시스템이 보내는 경고가 아니었다. 신서울 전체의 통신망을 강제로 해킹하며 울려 퍼지는, 거대 기업의 오만함이 담긴 저주스러운 방송이었다.
[——전파 수신 확인. 하층 구역 전역에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다.]
차갑고 오만한 목소리.
티타늄 그룹의 회장 진무극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백을 메우겠다는 듯 더욱 잔인하고 권위적인 목소리가 슬럼가의 메가폰들을 통해 울려 퍼졌다.
[반란군 ‘니르바나’와 하층민의 폭동은 기가 막힐 정도로 추잡하군. 회장님의 부재를 틈타 기어오르는 버러지들에게 자비란 없다. 지금 이 시간부로, 제4구역 및 하층 슬럼가 일대에 '정화 프로토콜'을 개시한다.]
"……한 이사 놈."
진혁의 흑안이 가늘어졌다.
진무극의 최측근이자, 티타늄 그룹의 실무와 하층 지배를 총괄해 온 냉혹한 관료. 한 이사였다.
그는 회장이 사라진 혼란 속에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직접 권력을 쥐기 위해 하층 슬럼가 전체를 불태울 작정을 한 것이다.
콰아아앙!
그 순간, 신서울의 지면이 울부짖듯 흔들렸다.
상층부와 하층부를 연결하는 거대한 고속 화물 엘리베이터의 레일이 박살 나며, 수천 톤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슬럼가의 중심부로 낙하했다.
쿠구구구구궁——!
시꺼먼 매연과 함께 대지가 갈라지고,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비명이 허공을 메웠다.
니르바나 저항군이 거점으로 삼았던 옛 발전소 구역이 단숨에 먼더미로 변해버렸다.
"진혁 님! 통신 들어왔어요!"
급박한 목소리와 함께, 진혁의 귓속에 내장된 통신 회로가 팟칭 소리를 내며 연결되었다.
윤아영의 목소리였다. 평소의 장난스러운 톤은 온데간데없고,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진혁 씨! 보셨어요? 상층부에서 미쳤나 봐요! 군용 중장갑 이동 요새…… '타이탄-01'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타이탄-01?"
[네!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최종형 지상 제압용 워커예요! 전장만 200미터가 넘고, 자체적으로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서 포격 한 방에 슬럼가 블록 하나를 통째로 지울 수 있어요. 게다가……!]
아영의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신서울의 밤하늘이 푸르게 질렸다.
찌지지직— 콰르릉!
슬럼가 상공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전기장이 형성되었다.
초고압 전자기 장막(EMP Field).
그것은 인간의 신경계를 태워버리고, 저항군들이 개조해 사용하던 모든 무기와 차량의 회로를 단 한 순간에 고철로 만들어버리는 사악한 장막이었다.
[크으윽……!]
통신 너머에서 아영이 신음을 흘렸다. 장막의 여파가 그녀의 해킹 터미널까지 타격을 준 모양이었다.
[진혁 씨, 전자기 장막 때문에 저항군 애들의 무기와 통신이 전부 마비됐어요! 이대로 가면 타이탄-01의 발밑에 슬럼가 전체가 깔아뭉개져요! 320만 명의 목숨이……!]
아영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장막의 출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이었다.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말 올라갔다. 그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살기였다.
"지들이 밑바닥을 기어 다니니까, 세상이 다 자기들 발밑에 있는 줄 알더군."
진혁의 두 눈동자에 시커먼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이미 경지는 [초월천마경].
시스템이 꺼지고 전자기 장막이 몰아쳐도, 그의 몸 안에 흐르는 마기와 단전의 15,000 MW에 달하는 출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계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진 지금, 그의 힘은 온전히 그의 것, 그 자체였다.
콰아아아—!
진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주변의 공기를 압축하며 미세한 진동음을 토해냈다.
그가 서 있던 티타늄 타워의 강화 유리 창문이 형체도 없이 바스러지며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수백 미터 아래의 하층 슬럼가.
그 어둠을 뚫고, 지구의 지각을 씹어 삼킬 듯한 거대한 철제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대지를 진동시키며 나타난 것은 인류의 악몽 그 자체였다.
수십 개의 무한궤도 바퀴를 달고, 거대한 성채를 연상시키는 압도적인 철갑 장갑을 두른 채 전진하는 이동 요새.
티타늄 그룹의 하층 지배자, 한 이사의 승전차이자 슬럼가를 심판할 철의 괴물.
[타이탄-01].
그 거대한 요새의 최상단 관제탑 위에서, 한 이사가 마이크를 통해 슬럼가를 내려다보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의 목소리가 메가폰을 타고 온 슬럼가에 울려 퍼졌다.
[벌레 같은 하층민들, 그리고 반란군 찌꺼기들아 잘 들어라. 오늘 이 순간부터 신서울의 구태의연한 치안은 끝났다. 티타늄 그룹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 너희 모두는 이 땅의 거름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뼛조차 남기지 않고 태워주마!]
콰아아앙!
타이탄-01의 전면에 장착된 초대형 플라즈마 주포가 일제히 충전되면서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푸른빛을 내뿜었다.
주포의 총구는 정확히 니르바나 저항군이 모여 있는 슬럼가 중심부를 겨누고 있었다.
발사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슈우우웅!
티타늄 타워의 최상층, 그 아득히 높은 곳에서 작은 점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아니,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공기를 음속으로 가르며 스스로의 의지로 허공을 박차고 내려온, 칠흑의 유성(流星)이었다.
콰아아아궁——!
진혁이 낙하한 지점의 아스팔트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였다.
그 중심에, 검은 코트를 휘날리는 강진혁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푸른 뇌전과 시커먼 마기가 소용돌이치는 EX급 전용 무기, [천마검]이 들려 있었다.
"……누가 누구의 거름이 된다고?"
진혁이 고개를 들어, 아득히 거대한 이동 요새 [타이탄-01]의 관제탑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그의 흑안에서 번뜩이는 살기가 밤하늘의 별보다 더 선명하게 빛났다.
한 이사가 관제탑의 방탄 유리 너머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강진혁……?! 네놈이 어떻게 살아 있어! 프로토콜 00호가 분명 그년을……!]
"시끄러워."
진혁의 입술이 낮게 웅크렸다.
그가 무릎을 살짝 굽히자, 단전의 15,000 MW 출력이 순식간에 발목의 기혈로 집중되었다.
쿠웅!
지면이 박살 나며 진혁의 형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초당 100미터를 상회하는 극한의 보법, [마광신보 - 극(極)].
초고압 전자기 장막조차 그의 압도적인 마기 앞에 맥을 추지 못하고 사방으로 찢어졌다.
세상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강진혁은 거대한 철의 요새 [타이탄-01]을 향해 생애 가장 무자비한 도약을 시작했다.
콰르릉— 쾅!
신서울의 밤하늘이 또 한 번 두 쪽으로 갈라졌다.
강진혁의 발길질 한 번에 대지가 울부짖고, 슬럼가를 뒤덮고 있던 전자기 장막이 거대한 파도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음속을 아득히 돌파한 칠흑의 잔상은 마치 밤하늘에 그어진 죽음의 붓큠 같았다.
[중장갑 요새 타이탄-01, 외부 방어막 충돌 경고!]
[전방 회전 포탑 3호기, 에너지 급감!]
[목표물과의 거리 300미터…… 200미터…… 100미터! 접근 속도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습니다!]
타이탄-01의 거대한 관제탑 내부에서 경고등이 미친 듯이 깜빡였다.
수십 개의 모니터 화면 속에서, 강진혁이라는 작은 점 하나가 거대한 철의 산을 향해 삽시간에 파고드는 모습이 붉은색 궤적을 그리며 짓뭉개지고 있었다.
"이, 미친 괴물 자식……! 저걸 당장 갈아버려!"
관제탑의 지휘석에 앉아 있던 한 이사의 얼굴에 핏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의 손아귀에서 떨리는 마이크가 요란한 소음을 토해냈다.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최후의 지상 제압용 워커, 타이탄-01의 전면 장갑에 박힌 수십 문의 개틀링 포신과 대구경 플라즈마 캐논이 일제히 총구의 방향을 꺾었다.
찌지지직— 콰르릉!
초당 수천 발의 고주파 탄환과 플라즈마 광탄이 진혁의 전방을 융단폭격하듯 쏟아부었다.
슬럼가의 대지가 통째로 증발하며 엄청난 고열과 함께 시뻘건 화염의 폭풍이 일어났다.
그것은 인간의 육신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장갑차마저 원자 단위로 분해해 버릴 수 있는 압도적인 화력의 방벽이었다.
하지만 강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하찮군."
나지막한 저음이 폭발음 속에서도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진혁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천마무상체]의 동기화율이 99.8%를 찍으며 극한의 밀도로 수축했다.
마기와 나노머신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형성된 칠흑빛의 투명한 갑옷은, 날아오는 플라즈마 광탄의 고열마저도 우스꽝스럽다는 듯 흡수하며 오히려 단전의 출력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쿠구구궁!
진혁은 폭풍 속을 뚫고 지나가며 오른손에 쥔 [천마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지평선을 찢어발길 듯한 칠흑의 참격, [천마일검 - 개량]이 화염의 장막을 정중앙부터 두 동강 내며 뻗어 나갔다.
콰아아앙——!
타이탄-01의 우측 전면에 장착되어 있던 길이 30미터짜리 거대 플라즈마 캐논 포신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시뻘건 고열의 에너지가 역류하며 요새 내부에서 2차 기폭이 일어났다.
철의 요새 전체가 거대한 비명을 지르며 왼쪽으로 쏠렸다.
[경고! 우측 메인 포탑 파괴! 제2구역 장갑 밀도 40% 이하로 하락!]
[내부 압력 급상승! 비상 대피를 권장합니다!]
"크윽……! 저 새끼를 막아! 당장 근접 방어용 팬텀 부대를 투입해!"
한 이사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곤두섰다.
그의 명령에 따라 타이탄-01의 거대한 철갑 측면 해치가 덜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곳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티타늄 그룹의 정예 살인 병기, 전신 사이보그화된 특수 암살 부대 '팬텀'의 잔당들이었다.
그들은 고주파 진동 나이프와 중기관총을 치켜들며 진혁을 향해 굶주린 짐승처럼 뛰어내렸다.
하지만 진혁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방해물에 불과하다."
진혁의 흑안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가 검을 비스듬히 치켜들며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사방으로 방출했다.
신천마신공 제5단계, [초월천마경]의 본질이 마침내 만개했다.
파지지직—!
진혁의 주변으로 퍼져 나간 칠흑의 마기는 단순한 기운이 아니었다.
그것은 적의 나노 회로와 생체 코어의 공진 주파수를 강제로 교란하고 파괴하는 [만법귀마(萬法歸魔)]의 파동이었다.
"크아아악……!"
"시스템 다운! 에너지가…… 흡수된다……!"
공중으로 뛰어들던 팬텀 부대원들의 전신에서 푸른빛의 생체 코어 회로가 일제히 오작동을 일으키며 스파크를 튀겼다.
그들의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고, 육체를 지탱하던 나노머신들이 진혁의 마기에 이끌려 마치 빨대 꽂힌 액체처럼 허공으로 빨려 들어왔다.
흡원천공(吸性大法 - 개).
적의 무력과 에너지를 강탈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마공의 진수가 실시간으로 발동되었다.
팬텀 대원들은 검 한 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하고 바닥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들이 지니고 있던 수십 기의 생체 코어 에너지가 단숨에 진혁의 단전으로 유입되자, 그의 출력은 15,000 MW에서 단숨에 16,200 MW를 향해 치솟았다.
콰구구궁!
진혁의 등 뒤로 거대한 마기의 날개가 펼쳐진 것 같은 환영이 어른거렸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타이탄-01의 거대한 외장 장갑 표면에 발을 디뎠다.
수천 톤짜리 이동 요새의 철갑 위가 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미세하게 찌그러졌다.
"……저 자식이, 벌써 외벽에 붙었다고?!"
관제탑 내부의 모니터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이사는 경악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간의 몸으로 전차도 박살 낼 기계 요새의 외벽을 맨발로 기어오르다니. 그것은 상식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선 무력의 현신이었다.
[모든 방어 회로 집중! 요새 자체를 자폭 모드로 돌려서라도 저 괴물을 태워버려라!]
한 이사가 미쳐버린 목소리로 통제실에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타이탄-01의 하부 무한궤도 쪽에서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쿠궁, 쿠구구궁——!
"총독님! 저항군 녀석들이 타이탄의 하부 궤도에 마그네틱 폭탄을 설치했습니다!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뭐라고……?!"
반(反)기업 저항군 '니르바나'의 총수 송수연이 잔해 속에서 대형 도검을 치켜들며 부하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혁이 타이탄의 상층부를 짓밟는 동안, 목숨을 걸고 요새의 치명적인 하부 궤도를 박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진혁 씨! 요새의 발이 묶였어요! 안으로 들어갈 유일한 통로가 열렸습니다!]
윤아영의 선명한 목소리가 진혁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그녀는 전자기 장막의 잔해를 뚫고 니르바나의 해킹 팀과 함께 타이탄-01의 최상부 관제 해치 잠금장치를 강제로 해제하는 데 성공해 있었다.
진혁은 차갑게 미소 지었다.
"알았다."
그가 들고 있는 EX급 전용 무기, [천마검]의 검신에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얽히며 극도의 진동음을 토해냈다.
[뇌전마강(雷電魔剛)]과 [천마일검]의 융합.
진혁은 그대로 타이탄-01의 가장 두꺼운 장갑을 두르고 있는 최상층 관제탑의 중앙 돔을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아궁——!
세상이 잠시 하얗게 지워지는 듯한 거대한 섬광과 함께, 타이탄-01의 중앙 돔 장갑이 종이짝처럼 찢겨 나갔다.
철판이 녹아내리며 사방으로 튀고, 그 중심에 서 있던 강진혁의 발이 마침내 거대 이동 요새의 내부로 깊숙이 침투했다.
스스스…… 흩날리는 매연 속에서 진혁의 칠흑 같은 흑안이 관제탑 내부를 벌벌 떨며 바라보고 있는 한 이사를 똑바로 직시했다.
"자, 이제 슬슬 게임을 끝내볼까."
진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피비린내 나는 천마검을 한 번 더 가볍게 고쳐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