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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49화목차

제49화 검의 재제련과 시스템 경고

지하 벙커의 냉기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츠르릉—!

공간을 찢어버릴 듯한 고주파음이 청각을 때렸다.

붉은 불꽃이 튀어 오르는 작업대 위, 투박했던 천마검의 형태가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쇳물이 아니었다. 아수라 부대의 선봉장을 부수고 회수해 온 특수 군수 티타늄 합금, 그리고 핏빛으로 끓어오르는 마기의 결정체가 뒤섞인 기괴한 액화 금속이었다.

"큭…… 이 미친 물건, 열을 올릴수록 반발력이 배가 되는군."

천우진이 한쪽 눈의 안대 너머로 혈선을 세우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사이보그 의수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목에 장착된 플라즈마 토치가 최고 출력을 뿜어내며 섭씨 4,000도의 고열을 난사하고 있었지만,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각 마기는 그 열기를 비웃듯 얼어붙었다 녹기를 반복했다.

쾅! 쿠구구궁-!

지하 벙커의 외벽이 진동했다.

타워 상층부에서 저항군과 잔당들이 벌이는 전투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혁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작업대 앞에 선 채로 양손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의 단전 부근에서 낮고 묵직한 기명이 울리고 있었다.

콰아아아—!

15,000 MW를 돌파한 단전의 출력.

그 엄청난 마기가 혈관을 타고 흘러 손끝을 통해 검에 주입되고 있었다.

"천우진."

"알아, 새끼야. 조금만 더 버텨!"

천우진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섭씨 수천 도의 열판에 닿자마자 기화하여 하얀 연기로 사라졌다.

그는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개조했던 초기형 천마검의 잔해를 베이스로 삼아, 진혁이 가져온 최상급 군사 소재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목표는 단 하나.

고대 마기의 부식성과 현대 군사 기술의 극단적인 고주파 진동 에너지를 동시에 견뎌내는 '완벽한 매개체'의 완성.

지이익-!

검신이 반으로 갈라졌다가 다시 엉겨 붙었다.

그 과정에서 형언할 수 없는 검붉은 광채가 벙커 안의 어둠을 집어삼킬 듯 폭발했다.

바로 그때였다.

[SYSTEM ALERT: 경고.]

[무기 베이스 재구성 프로세스 진입.]

[경로: 사용자 생체 코어(15,000 MW) ➔ 나노머신 회로 ➔ 천마검 프로토타입.]

강진혁의 시야 한구석, 이미 꺼졌어야 할 HUD의 잔재가 홀로그램처럼 번뜩이며 떠올랐다.

그것은 시스템의 강제 차단을 선언했던 3부의 결말 이후, 완전히 소멸한 줄 알았던 푸른빛의 잔상이었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v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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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 동기화율: 80% 달성.

■ 상태: 그릇 적합도 최적화 중…… [████████░░] 80%

■ 경고: 마기와 나노머신의 융합률이 임계점을 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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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혁의 흑안이 가늘어졌다.

완전히 버렸다고 생각했던 프로토콜의 잔해가 여전히 자신의 신경망 구석에 기생하고 있었던 것인가.

[안내: 검의 재제련이 완료됨에 따라, 시스템의 마스터 억세스가 재활성화됩니다.]

[사용자의 육체는 이제 '최종 그릇'으로서의 조건을 80% 충족했습니다.]

'헛소리.'

진혁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뇌까리며 단전에 잠들어 있던 마기를 강하게 역류시켰다.

지직!

신경망을 타고 흐르던 푸른빛의 시스템 로그가 진혁의 칠흑 같은 마기에 밀려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내 몸은 내 의지로 움직인다. 그 어떤 시스템의 찌꺼기도 내 위에서 놀 수 없어."

진혁이 낮게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슈우우우-!

"……됐다!"

천우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토치를 거두어들였다.

작업대 위에서 거친 숨을 내쉬던 검은색의 괴이한 검신이 마침내 그 본모습을 드러냈다.

투박한 철덩어리가 아니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검신 전체에 거미줄처럼 미세한 은빛 회로가 새겨져 있었고, 그 회로 사이로 펄스 맥박처럼 붉은 마기가 은은하게 흘러 다니고 있었다.

[천마검(天魔劍) - 개량형 (Grade: EX)]

- 설명: 고대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최첨단 군사 합금이 융합되어 탄생한 보검. 마기 전도율 99.9%. 고주파 진동 파쇄 기능을 내장하여 어떠한 방어막도 양단할 수 있다.

천우진이 장갑 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픽 웃었다.

"어때? 이 정도면 네 미친 출력도 억지로 받아내 줄 거다. 부러지면 내 손모가지를 걸지."

진혁은 말없이 손을 뻗어 새로 태어난 천마검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스으윽— 탁.

손바닥에 닿는 감촉은 서늘했다.

하지만 그 순간, 검을 통해 흘러들어온 마기가 진혁의 전신 혈관과 공명하며 온몸의 세포를 짜릿하게 자극했다.

콰아아앙!

진혁이 검을 가볍게 허공으로 휘두르자, 벙커의 공기가 반으로 쪼개지며 날카로운 진음이 공간을 난타했다.

바닥에 깔려 있던 강화 콘크리트 조각들이 충격파에 밀려 먼지처럼 부서져 내렸다.

"좋군."

진혁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이 검이라면, 타워 최상층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티타늄 그룹의 마지막 비밀, 그리고 진무극이 남겨둔 최후의 유산을 완전히 베어버릴 수 있다.

검을 수직으로 세우며 진혁이 단전의 마기를 끌어올렸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흑염의 잔상이 일렁였다.

"나간다, 천우진. 여기서부터는 내 영역이다."

천우진이 픽 웃으며 구석에 처박혀 있던 대구경 중화기를 집어 들었다.

"알아서 해라. 뒤통수나 안 털리게 조심하고."

쾅-!

진혁이 신형 천마검을 거칠게 치켜들며 발을 구르자, 타워 최상층으로 향하는 비밀 승강기의 철문이 종이장처럼 구겨지며 안쪽으로 함몰되었다.

칠흑의 마기가 타워의 어둠을 집어삼키며, 최후의 결전을 향한 진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승강기의 잔해를 짓밟고 올라선 강진혁의 시야가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비밀 승강기의 철문 너머로 펼쳐진 것은 타워의 일반적인 내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기계와 생체 조직이 기괴하게 융합된 지하 신전에 가까웠다.

수십 개의 대형 배양조가 벽면을 따라 도열해 있었고, 그 안에는 푸른빛의 생체 영양액이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영양액 속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제품 인간들의 형체가 일그러진 채 떠다니며 불규칙한 기포를 뿜어내고 있었다.

스으읍, 후우-.

진혁은 가슴을 채우는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공기 중에 가득 찬 인공 호르몬과 화학 약품의 냄새 속에서, 15,000 MW의 출력을 품은 단전이 거칠게 맥동했다.

치이익—!

새로 제련된 천마검의 표면을 따라 흐르던 은빛 회로가 붉은 마기와 반응하며 미세한 진동음을 토해냈다.

고주파 쇄신 기술과 고대 마교의 마기가 결합한 검신은 주변의 공간마저 미세하게 뒤틀어놓고 있었다.

"이런 젠장……."

진혁의 뒤를 이어 승강기 샤프트를 타고 올라온 천우진이 혀를 내둘렀다.

그의 사이보그 의수 센서가 타워 전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데이터 파장을 감지하고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었다.

"진혁아,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타워 전체의 전력이 이 지하 벙커 하나로 집중되고 있어. 리액터 출력만 따져도 아까 그 아마게돈 녀석의 몇 배는 되는 거 같은데?"

천우진의 말대로였다.

벙커 바닥의 철판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발바닥을 통해 짜릿한 전류가 전해져 왔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단전의 코어가 그 전자기파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기혈이 뒤틀려 피를 토했을 환경이다. 하지만 진혁은 초월천마경(제5단계)의 경지에 도달한 육체였다. 그의 세포 하나하나가 고주파와 마기를 동시에 흡수하며 오히려 출력을 끌어올리는 기이한 적응력을 보이고 있었다.

[SYSTEM ALERT: 경고.]

[주변 자기장 수치가 안전 임계점을 300% 초과했습니다.]

[사용자 생체 코어와의 공진 현상 발생. 나노머신 동기화율이 강제로 재조정됩니다.]

또다시 뇌리를 파고드는 시스템의 잔해.

진혁의 눈썹이 미세하게 뜀을 쳤다.

'질기지도 않군.'

시스템의 억세스는 이미 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벙커의 심장부에 도달할수록, 그 뿌리 깊은 프로토콜은 단순한 프로그램을 넘어 육체의 신경망 그 자체에 각인된 낙인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네 놈의 단전은 내 것이다.

환청인지 기계음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뇌리에 스쳤다.

진혁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내 단전은 내가 만든 것이다. 그 누구도, 심지어 이 기계를 빚어낸 천마의 유골조차 내 의지를 꺾을 수 없다.'

마음을 다잡자마자, 신경망을 잠식하려던 푸른빛의 찌꺼기들이 진혁이 뿜어낸 흑염 마기에 밀려 완전히 소멸했다.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궁—!

벙커 정중앙에 위치한 가장 거대한 배양조의 유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푸른빛의 영양액이 사방으로 쏟아지며 바닥을 적셨다. 그 안에서 흘러내린 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온몸이 검은색 군용 나노 합금과 기괴한 생체 회로로 뒤덮인 거구의 존재였다.

크아아아아……!

짐승의 울음소리인지, 기계가 비명을 지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저주스런 음성이 벙커를 뒤흔들었다.

그의 가슴팍에 박힌 생체 코어는 무려 25,000 MW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게 진짜 프로토콜의 본체인가."

천우진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티타늄 그룹이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최첨단 군사 기술을 짜깁기해 만든, 강진혁 이전의 완벽한 실패작이자 궁극의 그릇.

프로토콜 00호.

진혁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입꼬리를 길게 말아 올렸다.

그의 흑안에 시리도록 차가운 살기가 어린광채처럼 반짝였다.

"내 이전의 쓰레기 따위가 그릇 행세를 하려 드는군."

지직-!

천마검에 주입된 마기가 폭발적인 뇌전과 함께 검신을 붉게 물들였다.

진혁의 발밑에서 공간이 짓눌리며 사방으로 균열이 뻗어 나갔다.

마광신보 - 극(極).

잔상조차 남지 않는 초고속의 이동.

진혁의 몸이 한 줄기의 검붉은 번개가 되어 25,000 MW의 출력을 뿜어내는 괴물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콰아아앙—!

신서울의 밤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거대한 폭음과 함께, 타워 최상층에서 최후의 격돌이 막을 올렸다.

지하 벙커가 두쪽으로 갈라지는 듯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콰아아앙!

프로토콜 00호의 거대한 주먹이 내리꽂힌 자리에 거대한 진공 지대가 형성되었다.

25,000 MW에 달하는 초고출력 생체 코어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주변의 공기마저 이온화시키며 시퍼런 플라즈마 불꽃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크윽……!"

천우진이 폭풍에 밀려 벽면에 몸을 처박으며 대구경 중화기의 방조제를 움켜쥐었다.

의수의 마찰음이 요란하게 울리며 불꽃이 튀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 광란의 폭풍 속에서, 강진혁의 모습은 오롯이 정지해 있었다.

슈우우우-!

신형 천마검의 검신을 따라 흐르던 붉은 마기와 푸른 뇌전이 융합하여 기괴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괴물의 주먹이 진혁의 코앞까지 밀고 들어왔지만, 천마무상체와 융합된 나노마갑의 표면은 단 1마이크로미터도 밀려나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인가."

진혁의 입가에 묻어난 것은 오만한 미소였다.

15,000 MW의 단전. 그 속에서 끓어오르는 내공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적의 기술과 생체 코어를 흡수하며 스스로 다듬어온, 온전한 자신의 진리였다.

콰직-!

진혁의 손목이 비틀렸다.

새로 제련된 천마검이 괴물의 거대한 주먹 관절을 타고 파고들었다.

고주파 진동 파쇄 능력이 나노 합금의 결합 구조를 정확히 공진 주파수로 타격하자, 철옹성 같던 00호의 외골격이 버터처럼 부드럽게 잘려 나갔다.

- 크아아아아아아악!

프로토콜 00호가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인간의 성대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수많은 실험체들의 비명과 기계 장치의 파열음이 뒤섞인, 찢어지는 듯한 고주파의 노이즈였다.

하지만 진혁은 동정심조차 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지나온 지옥의 폐기장과, 진무극이 이끌었던 악몽 같은 실험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저 괴물 역시 그들이 만든 또 하나의 도구이자 찌꺼기에 불과했다.

"네가 품은 그 데이터의 주인은, 이미 1,000년 전에 썩어 사라졌다."

진혁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SYSTEM ALERT: 경고.]

[사용자 오버클럭 비율 150% 돌파.]

[경로: 단전 ➔ 마검기·개(開) ➔ 천마일검 준비.]

시야 한구석에 다시금 떠오른 시스템의 경고창.

하지만 이번에는 진혁이 그것을 지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푸른빛의 찌꺼기를 자신의 의지로 붙잡아, 단전의 흑염 마기와 억지로 융합시켜 버렸다.

지직- 지지직-!

"내 몸은 내가 지배한다. 시스템 따위가 아니라."

진혁이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의 등 뒤로 일렁이던 흑염의 잔상이 수십 장(丈)에 달하는 거대한 검강(劍剛)으로 응축되었다.

고주파 진동과 마기, 그리고 뇌전이 하나로 압축된 궁극의 참격.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량(改).

"사라져라."

쾅-!

진혁의 검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순간, 벙커 전체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시공간마저 찌그러뜨릴 듯한 칠흑의 빛이 프로토콜 00호의 거대한 몸체를 정중앙에서부터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기계의 코어가 과부하로 인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신서울 타워의 최상층부가 찬란한 불꽃 속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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