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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300화목차

제300화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완성]

대륙 연방 북방 설산의 지하 유적.

그 깊은 곳에서 몰아치던 고대의 한기(寒氣)는 더 이상 강진혁의 피부를 스치지 못했다.

화기(火氣)도, 냉기(冷氣)도 아니었다.

그것은 육신의 모든 세포와 핏줄 속에서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절대의 마기(魔氣)였다.

쾅—!

진혁의 부스스한 흑발이 허공에서 가볍게 흩어졌다.

그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펴는 것만으로도, 주변 수십 장(丈)의 공간이 미세하게 뒤틀리며 진동했다.

인공지능의 연산 보조 따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시야를 메우던 푸른빛의 HUD 창은 진무극의 소멸과 함께 완전히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불편하기는커녕, 오히려 눈앞의 세계는 더욱 선명하고 완벽하게 다가왔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만물의 결이 보였다.

대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에너지의 흐름, 지각 아래를 흐르는 마기의 맥동, 그리고 멀리 센트럴 시티 상공을 떠도는 PMC 연합의 군용 정찰 드론의 전자파 진동까지.

모든 것이 진혁의 직관 속에서 낱낱이 해부되고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와 심법만으로 단전을 통제하고, 전신을 지배하는 경지.

그것이 바로 천년의 역사 속에서도 단 한 번도 완성되지 못했던 절대의 경지였다.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

천마 프로토콜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난 진혁은 이제 그 누구의 피조물도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가 새로운 기준이자, 살아있는 천마 그 자체였다.

휘익-.

진혁이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발끝이 대지를 스치는 순간, 음속을 돌파하는 폭음조차 일지 않았다.

[마광신보(魔光神步).]

공간을 지배하는 극초음속의 보법은 이제 진혁의 의지 그 자체와 동기화되어 있었다.

그의 잔상이 설산의 설원을 가로지르는 순간, 지나쳐간 자리의 눈보라가 일시에 반으로 갈라졌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대륙 연방의 심장부, 센트럴 시티 외곽의 황무지.

거기에 진무극이 남긴 데이터 파편을 주워 모으며 마지막 발악을 준비하는 메이저 연합의 잔당과 12대 PMC의 수뇌들이 모여 있었다.

센트럴 시티 외곽, PMC 연합 요새.

"도대체 강진혁 그 괴물 새끼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메이저 연합의 총괄 이사 브래드쇼의 얼굴에 핏발이 섰다.

그의 앞에 놓인 홀로그램 모니터에는 북방 설산 방면으로 향했던 정찰 드론들이 순식간에 신호가 끊어지는 영상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방어막 출력을 최대치로 올려라! 전 세대의 플라즈마 포탑을 전개해! 그 녀석이 오면 이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작정으로 방위선을 구축해!"

브래드쇼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에 벙커 안의 오퍼레이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이 믿는 것은 오직 자본과 기술로 쌓아 올린 철옹성 같은 방어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지금 그들이 상대하려는 존재는 더 이상 '시스템이 제어하는 실험체'가 아니라는 것을.

콰아아앙—!

갑자기 요새 상공의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뭐야?! 적습인가?!"

"방어막 각도 34도, 에너지 차단율 급감합니다! 무언가가… 무언가가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습니다!"

레이다 화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보통의 미사일이나 전투기가 내뿜는 속도가 아니었다.

음속의 수 배에 달하는 속도로 대기, 아니 공간 그 자체를 짓누르며 하강하는 하나의 칠흑빛 섬광.

그것은 강진혁이었다.

"막아라! 모든 화력을 집중해!"

브래드쇼의 명령과 동시에 요새 전역에 배치된 수백 문의 대공 플라즈마포와 중장갑 레이저 포탑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불을 뿜었다.

쿠구구구구궁—!

하늘이 온통 시뻘건 플라즈마 광선으로 뒤덮였다.

그 어떤 초인이라도 그 폭격 속에 휘말리면 분자 단위로 증발해 버릴 터였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리석군."

진혁이 공중에서 허공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짙고 묵직한 마기가 전신을 감싸며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슈우우우욱—!

하늘을 뒤덮으며 밀려오던 플라즈마 광선들이 거짓말처럼 진혁의 손바닥 앞에서 궤도를 틀었다.

사방의 고에너지가 역류하며 진혁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적들이 쏘아 올린 화력은 공격이 아니라, 오히려 진혁의 마기를 더욱 팽창시키는 연료에 불과했다.

"말도 안 돼……!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고?!"

"출력이 역류합니다! 코어가 과부하 상태입니다!"

오퍼레이터들의 비명이 요새 통제실을 채웠다.

진혁은 흡수한 에너지를 육신의 부하 없이 완벽하게 소화하며, 허공에 멈춰 선 채 양팔을 넓게 벌렸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푸른 뇌전과 핏빛 마기가 뒤엉킨, 만물을 압도하는 삼라만상의 기운이었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그 완성을 향한 마지막 조각이 마침내 맞춰지고 있었다.

진혁의 오른손에 한 자루의 검(劍)이 형상화되었다.

나노머신으로 이루어진 검이 아니었다.

오직 진혁의 뼈와 살, 그리고 단전에 뭉쳐진 60년가량의 내공과 마기, 우주 공간의 기운이 압축되어 만들어진 순수한 무형의 검강(劍剛).

[제13식 파천검강(破天劍罡) - 참단(斬斷).]

진혁의 입에서 낮고 무거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끝내마."

휘익—!

가벼운 휘두름이었다.

그러나 그 검기가 향한 곳은 단 하나의 요새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센트럴 시티 외곽의 황무지 대지가 반으로 쩍 갈라졌다.

하늘의 구름이 검풍에 밀려 양쪽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흩어졌다.

지상에 구축된 철옹성 같은 PMC 연합의 요새는 방어막이 켜지기도 전에 진혁의 파천검강에 스쳐 지나가며 소리 소문 없이 두 쪽으로 양단되었다.

지축이 울리고,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쿠구구구궁……!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방어막은 물론이고 요새 전체의 메인 서버, 플라즈마 포탑,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장비와 병력들이 일시에 정적 속에 파묻혔다.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대지에 깊게 파인 거대한 검흔(劍痕)만이 이곳에 무엇이 지나갔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스윽.

진혁이 갈라진 대지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의 발걸음 소리는 고요했다.

먼지 하나 옷자락에 묻히지 않은 채, 진혁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센트럴 시티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더 이상 자본의 권력도, 인간을 억압하는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

삐이익—, 칙-.

진혁의 시야 구석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잔류 주파수와 시스템 백업 서버의 경고등이 완전히 꺼졌다.

가볍고 차가운 전류음마저 완전히 멎으며, 완벽한 침묵이 찾아왔다.

‘……끝났군.’

진혁이 눈을 감았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기혈의 흐름은 막힘이 없었고, 단전에서 요동치는 마기는 바다처럼 깊고 고요했다.

고대 마공의 운기조식과 현대 군사기술의 원리를 스스로의 의지로 융합하여 완성한 궁극의 경지.

그것이 바로 자신이 이룩한 [신천마신공]이었다.

그때, 저 멀리 센트럴 시티의 마천루 너머로 서서히 새벽녘의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디스토피아의 영원할 것 같았던 밤이 깨지고, 햇빛이 대륙 연방의 황무지를 가득 채웠다.

휘익-.

바람이 불어와 진혁의 흑발을 쓸어넘겼다.

그의 뒤편으로, 파괴된 요새의 잔해를 넘어 신서울과 대륙 연방 각지에서 자유를 찾아 모여든 무인들과 저항군의 무리가 먼지를 일으키며 다가오고 있었다.

윤아영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오며 손을 흔들었고, 송수연과 진세린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나 불안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진혁은 그들을 향해 가만히 시선을 던지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시스템의 시대는 저물었다.

핏줄과 자본이 지배하던 세상도 끝났다.

이제부터 이 세상의 기준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진혁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며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갔다.

바람을 가르는 그의 등 뒤로, 완벽하게 완성된 신천마신공의 기운이 대륙 연방의 하늘 높이 묵직하게 뻗어나갔다.

‘……이것으로 진짜 끝이다.’

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과거 티타늄 그룹의 지하 실험실에서 차가운 단말기를 품고 벌벌 떨던 실험체 07호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천년의 마공을 재해석하고, 현대의 기술과 자본이 빚어낸 모든 족쇄를 도려낸 절대자.

참된 의미의 ‘천마(天魔)’뿐이었다.

“강진혁!”

멀리서부터 달려온 윤아영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진혁의 앞에 멈춰 섰다.

그녀의 숏컷 분홍 머리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호오, 생각보다 빨랐네? 센트럴 시티 외곽의 방위망이 통째로 날아간 거, 네 짓이지?”

“보면 몰라?”

진혁이 낮게 웃으며 대답하자, 윤아영은 픽 웃으며 자신의 태블릿 화면을 들이밀었다.

화면 속에는 대륙 연방 전역에 흩어져 있던 메이저 기업들의 잔류 서버와 블랙 마켓의 주파수들이 도미노처럼 붕괴하는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찍혀 있었다.

“기분 최고야. 전 세계 메이저 기업들의 중앙 네트워크가 네가 뿜어낸 마기 여파로 전부 쇼트 나버렸어. 이제 그 누구도 인간을 코어로 강제 이식하거나 데이터로 통제할 수 없어.”

“당연한 귀결이다.”

진혁의 뒤를 이어 송수연과 진세린이 다가왔다.

특히 진세린은 3세대 생체 코어의 과부하로 인한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듯,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진혁을 응시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더 이상 복수심이나 의무감이 아닌, 온전한 해방감이 담겨 있었다.

“진혁 씨.”

진세린이 입술을 달싹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말 끝난 거겠지? 아버지…… 진무극이 남긴 그 지독한 유산들이 전부.”

“시작이 될 거다.”

진혁이 고개를 돌려 대륙 연방의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시원하게 트인 하늘 위로, 억압과 통제의 상징이었던 마천루들의 잔해가 아침 안개 속에 묻혀가고 있었다.

“그동안 자본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해 온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 법을 배워야겠지.”

진혁의 말에 주변의 동료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단순히 한 세력의 몰락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힘을 가진 자가 법이고, 돈이 곧 신이었던 디스토피아의 철옹성에 구멍을 내고, 새로운 질서의 서막을 열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럼 앞으로는 어쩔 거야? 대륙 연방의 중심부까지 다 뚫어버렸는데, 갈 데라도 있어?”

윤아영이 툭 던지듯 물었다.

진혁은 픽 소리 내어 웃으며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갈 곳이야 널렸지. 기계가 삼키지 못한 땅, 여전히 억압받는 이들이 숨어 있는 슬럼가의 구석구석, 그리고…… 무도의 진정한 의미를 잊어버린 채 헤매는 이들에게 진짜 ‘힘’의 원리를 가르쳐줘야지.”

진혁의 가슴속 단전에서 [신천마신공]의 묵직한 마기가 파도처럼 너울거렸다.

그것은 폭력을 위한 힘이 아니었다.

누구도 다시는 인간의 존엄을 짓밟지 못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방패이자 창이었다.

문득, 진혁의 머릿속 스크린을 스치듯 옛 기억이 지나갔다.

처음 천마 프로토콜의 차가운 인공지능 목소리를 들으며 몸부림치던 날들, 그리고 수많은 적들과의 사투.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스스로가 진짜 ‘천마’로 거듭나기 위한 뼈를 깎는 연단에 불과했다.

‘시스템은 필요 없다. 나노머신도 보조 도구일 뿐이다. 인간의 의지와 육신,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기운만이 진정한 무(武)를 완성한다.’

진혁은 주먹을 단단히 쥐었다.

그의 손끝에서 칠흑빛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다 이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가자.”

진혁이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를 이어 윤아영, 송수연, 진세린, 그리고 수많은 저항군과 새로운 무도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뒤따랐다.

황무지 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아침 햇살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누구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철과 자본의 밤이 지나고, 마침내 인간의 의지로 밝아오는 새로운 시대의 여명 속에서 강진혁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앞으로 향했다.

그것은 꺾이지 않는 의지이자, 낡은 세계를 부수고 영원히 기록될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었다.

마지막 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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