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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용병왕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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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용병왕의 몰락

치이이익―!

제프로스의 전신을 감싼 4세대 생체 장갑의 배기 밸브에서 새하얀 과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냉각수가 아니었다. 인공 혈액과 전해액, 그리고 진혁의 마기에 의해 초고온으로 비등해 버린 유기 나노 용액이 뒤섞인 비말이었다.

제프로스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거세게 흔들렸다.

“크, 큭…… 커헉……!”

목구멍을 타고 역류하는 것은 쇳내 섞인 핏덩이였다.

하지만 정작 그의 외형을 둘러싼 거대한 티타늄 합금 장갑 표면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상태였다.

철저하게 계산된 완벽한 외벽.

그 난공불락의 요새 내부에서, 오직 안쪽의 생체 조직과 회로 기판만이 실시간으로 짓이겨지고 있었다.

[경고: 4세대 생체 코어 ‘타이탄-IV’ 공진 주파수 제어 불가]

[내부 온도: 1,400℃ 돌파…… 비정상적 에너지 역류 감지]

[장갑 내부 유기 근육 섬유 78% 소실]

[긴급 차단 프로토콜을 수행…… 치명적 오류. 명령어가 마기에 의해 오염되었습니다.]

제프로스의 망막 HUD에 붉은색 경고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 어떤 에러 메시지도 눈앞에 선 남자를 설명하지 못했다.

강진혁.

시스템의 안내창 따위는 진작에 꺼버린 남자.

오직 칠흑 같은 흑안에 서린 기형적인 침묵만이 제프로스의 영혼을 옥죄고 있었다.

“기계는 정직하지.”

진혁의 입술이 느리게 열렸다.

낮게 울리는 음성은 전자기 펄스조차 아니었으나, 제프로스의 귓속 청각 수신 칩을 타고 뇌간으로 직접 파고들었다.

“입력된 주파수와 정확히 같은 파장을 반대 위상으로 부딪치면, 파동은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꺾여 들어간다. 네 녀석이 자랑하던 그 4세대 코어의 심장 박동…… 아주 듣기 좋은 메트로놈이더군.”

“너…… 네놈은, 도대체……!”

제프로스는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코어는 티타늄 그룹이 수천억 크레딧의 자본과 수백 명의 연구원을 갈아 넣어 만든 최정상급 하이엔드 군사 병기였다. 분당 7만 회의 미세 진동으로 적의 모든 물리력을 튕겨내고 공간마저 분쇄하는 절대적인 방벽.

그런데 이 남자는 그 진동의 중심축을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오직 허공을 타고 흐르는 보이지 않는 기(氣)의 파동만으로 틀어쥐었다.

‘공진(共振).’

진혁이 주입한 마기는 독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프로스의 코어가 내뿜는 출력의 주기를 완벽하게 복제한 뒤, 찰나의 순간에 180도 뒤틀린 역위상의 파동으로 변환된 순수한 의념의 파괴체였다.

우우우웅―!

기괴한 저주파음이 제프로스의 흉곽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수트의 외벽은 멀쩡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티타늄 골격과 연결되어 있던 제프로스의 인공 늑골이 모래성처럼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빠각! 빠지지직!

“아, 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찢겨진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왔다.

생체 코어가 버티지 못하고 안쪽으로 수축하고 있었다.

외벽을 부수지 못한 폭발 압력이 고스란히 제프로스의 흉강 내부로 쏟아져 들어간 것이다.

혈관이 터지고, 인공 장기가 고열에 녹아내렸으며, 척수를 타고 흐르던 신경 케이블이 하얗게 타들어 갔다.

철컥.

진혁은 그 끔찍한 파멸의 과정을 단 한 걸음 물러선 채 건조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의 손끝에서 옅은 흑자색의 연무가 가늘게 피어올랐다.

[신천마신공: 내파(內破) 공진 완료.]

시스템의 알림 따위는 없었다.

오직 진혁 자신의 단전에서 혈관을 거쳐 뻗어 나간 기혈의 감각이, 제프로스의 코어가 완전히 사멸했음을 전해줄 뿐이었다.

쿠웅!

거대한 쇳덩어리가 무릎을 꿇었다.

한때 신서울의 밤을 지배하고, 수많은 기업 전쟁에서 학살자로 군림했던 ‘아이언 윌’의 에이스, 용병왕 제프로스.

그의 찬란했던 중장갑 수트는 이제 스스로를 가둔 차가운 관짝이 되어 있었다.

수트의 안면 바이저가 ‘퍽’ 소리와 함께 암전되었다.

바이저 틈새로 검붉게 탄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커헉…… 쿨럭…….”

제프로스는 힘겹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꺼져버린 수트의 인공 망막 너머로, 자신의 육안에 맺힌 강진혁의 실루엣을 보았다.

괴물.

아니, 저것은 괴물이라는 천박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신…… 인가…….”

제프로스의 입술 사이로 부서진 치아 조각과 함께 헐떡이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돈으로 벼려낸 기계도, 최첨단의 나노 군사학도 저 남자의 발끝에 닿지 못했다.

고작 수십 년간 축적된 현대 공학의 정수가, 천 년의 세월을 뚫고 되살아난 한 남자의 무도(武道) 앞에서 장난감처럼 분해되어 버린 것이다.

“신이 아니다.”

진혁이 천천히 제프로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소용돌이치는 검은 마기가 제프로스의 잔여 동력원을 향해 굶주린 이빨을 드러냈다.

“천마(天魔)다.”

콰아아앙―!

[만법귀마(萬法歸魔)]가 발동했다.

제프로스의 파괴된 4세대 생체 코어에 남아 있던 농축 에너지, 그리고 타다 남은 군용 나노머신의 잔해들이 분자 단위로 분해되며 진혁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검은 와류가 허공을 가르자, 제프로스의 거대한 강철 육신이 급속도로 바싹 말라붙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전자기적 잔류 전력, 농축된 플라즈마의 찌꺼기, 심지어 신경망에 각인되어 있던 살인 전투 데이터까지.

모든 것이 진혁의 기혈을 타고 흘러 들어가 단전 속의 거대한 화로로 집어삼켜졌다.

분석(Analysis).

이해(Understanding).

수련(Training).

융합(Fusion).

창조(Creation).

시스템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었다.

진혁의 뇌리에 각인된 5단계 연산 메커니즘은 이미 육체의 본능이 되어 있었다.

흡수된 거친 에너지는 마황(魔皇)의 기운에 의해 순식간에 정제되어, 진혁의 단전 깊은 곳에 칠흑 같은 마공의 연료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털썩.

마지막 에너지를 남김없이 빨아먹힌 제프로스의 육체가 힘없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완벽한 침묵.

제프로스의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다.

외벽은 흠집 하나 없는 강철이었으나, 그 안은 이미 잿가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폐허가 된 제4구역의 무너진 콘크리트 잔해 사이로 스산한 쇳바람이 불어 닥쳤다.

“…….”

정적이 감돌았다.

수백 미터 밖, 진혁을 포위하고 있던 아이언 윌 용병단의 정예 대원들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고주파 레일건과 플라즈마 중화기들이 파들파들 떨렸다.

전술 헬멧의 HUD에는 자신들의 대장이자 불패의 신화였던 제프로스의 바이탈 사인이 'FLATLINE(사망)'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전투 지속 불능]

[위협도 판정: 산출 불가]

[생존 확률: 0.00%]

기계가 내린 결론은 잔인할 정도로 명확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중장갑 전술 차량도, 하늘을 메운 공격 드론 편대도, 저 홀로 폐허의 중심에 서 있는 흑발의 남자를 상대로 1초도 버틸 수 없다는 판정이었다.

“히, 힉……!”

누군가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온 가느다란 비명이 방아쇠가 되었다.

“괴, 괴물이다……!”

“후퇴! 전 부대 후퇴해! 사령부에 증원 요청을―!”

수십 명의 사이보그 용병들이 이성을 잃고 무기를 내던지며 뒤로 달리기 시작했다.

군율도, 계약도, 막대한 의뢰금도 생명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기계로 개조된 다리를 과부하 상태까지 쥐어짜며 필사적으로 폐허를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진혁은 그 비참한 도망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스각.

진혁이 가볍게 허공을 향해 손날을 휘둘렀다.

그것은 눈에 띄는 화려한 검강도, 요란한 폭음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손짓 하나에, 제프로스에게서 흡수한 뒤 자신의 마기로 재구성한 고주파 진동 파쇄의 원리가 실려 있었다.

파아아앗―!

보이지 않는 검은 궤적이 반원형으로 대기를 갈랐다.

수백 미터 밖에서 도주하던 용병들의 발목과 전술 차량의 바퀴 축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제히 절단되었다.

철컥! 콰당탕탕―!

“크아아악!”

“내 다리! 다리가……!”

비명과 함께 장갑차 세 대가 제자리에서 전복되며 불길에 휩싸였다.

달아나던 용병들은 하반신을 잃은 채 진흙탕과 기름 웅덩이를 기어 다녔다.

그 누구도 진혁의 반경 1킬로미터 밖으로 벗어나지 못했다.

살아남은 자들은 무기를 든 손을 바들바들 떨며 폐허 바닥에 이마를 처박았다.

전의(戰意)의 완전한 상실.

그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절대적인 포식자 앞에 내던져진 초식동물의 굴종이었다.

저 멀리 무너진 건물 잔해 뒤편.

숨을 죽인 채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붉은 머리의 여전사, 저항군 ‘니르바나’의 총수 송수연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녀의 손에 쥐어진 군용 대검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슬럼가 제4구역을 피로 물들이며 수많은 동료들을 학살했던 아이언 윌의 최정예 부대였다.

티타늄 그룹의 비호를 받으며 신서울 하층민들에게는 사신(死神)과도 같았던 제프로스가, 단 수 분 만에 흔적도 없이 도륙당했다.

그것도 기계의 지원을 받는 기업의 방식이 아니라, 오직 한 인간의 육신에서 뿜어져 나온 압도적인 ‘무력’ 하나만으로.

“수연 님…… 저, 저자는 대체…….”

니르바나의 대원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송수연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진혁은 구원자가 아니었다.

기업이라는 거대한 악을 집어삼키기 위해 강림한,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흉포한 ‘마왕(魔王)’이었다.

진혁이 고개를 돌렸다.

칠흑 같은 그의 눈동자가 송수연과 니르바나의 잔존 세력을 향했다.

그 찰나의 시선만으로도 송수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고 호흡이 턱 하니 막혔다.

그러나 진혁은 그들에게 살기를 품지 않았다.

그저 메마른 목소리로 담담하게 선언할 뿐이었다.

“제4구역의 청소는 끝났다.”

그 목소리가 폐허의 허공을 울렸다.

“이 땅에 더 이상의 기업 용병은 없다. 흩어진 잔당을 수습하고, 니르바나의 깃발을 세워라.”

송수연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가까스로 떨리는 다리를 곧게 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눈앞의 남자는 티타늄 그룹을 무너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신서울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자체를 다시 쓸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송수연은 고개를 숙였다.

저항군의 수장으로서의 자존심 따위는 없었다.

이것은 새로운 군주를 향한 맹세였다.

“니르바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천마(天魔)시여.”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송수연의 충성을 갈구하지도, 그녀의 복종에 우쭐대지도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티타늄 그룹의 완전한 파멸뿐이었다.

진혁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자신의 내면을 살폈다.

단전 내부에서 회전하는 마력의 바다는 한층 더 깊고 어두워져 있었다.

제프로스의 4세대 코어를 삼킨 덕분에 생체 에너지의 총량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과거 시스템의 HUD가 켜져 있었다면 분명 수천 MW의 출력 상승을 알리는 알림창이 어지럽게 번쩍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진혁에게는 그따위 숫자의 나열은 무의미했다.

자신의 기혈이 어디로 뻗어 나가는지, 나노머신이 뼈와 근육을 어떻게 재배열하고 있는지, 마공의 맥동이 대기의 기운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그는 온몸의 신경망으로 완벽하게 체득하고 있었다.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

기계의 연산을 벗어던진 순수한 인간의 오성(悟性).

그리고 그 오성으로 기계의 기술마저 무공의 하위 개념으로 복속시킨 경지.

진혁은 비로소 1,000년 전의 전대 천마조차 도달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지의 문턱을 완전히 넘어섰음을 실감했다.

그때였다.

치지지직―!

진혁의 관자놀이 부근, 귓속에 내장되어 있던 보안 통신 칩이 날카로운 고주파 소음을 내며 강제로 작동했다.

외부 네트워크를 모조리 차단해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등급의 양자 암호화 프로토콜을 뚫고 들어온 긴급 신호였다.

진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 주파수는…….’

티타늄 그룹 직속, 특수전 후사대만이 사용하는 특수 비상 회선이었다.

잡음 섞인 신호음 너머로, 몹시 거칠고 다급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 하아, 하아…… 강, 진혁……!

진세린이었다.

언제나 오만할 정도로 냉철함을 유지하던 티타늄 그룹의 후계자, 진세린의 목소리가 짓이겨질 듯 떨리고 있었다.

― 들려……? 내 말 들려, 강진혁?!

“말해라.”

진혁이 담담하게 답했다.

그의 건조한 목소리가 닿자, 통신 너머의 진세린이 안도와 공포가 뒤섞인 숨을 내뱉었다.

― 시간이 없어……! 아버지…… 아니, 진무극 회장이 미쳤어!

치지지직!

통신 너머에서 무언가 거대한 금속이 찢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귀를 찢는 플라즈마 폭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수십 명의 비명과 함께 기계 장갑이 박살 나는 파열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 크아아악! 후사대 제2분대 전멸!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 쏴라! 목표물이 너무 빠르다! 장갑을 관통할 수가 없― 커허억!

비명은 채 1초를 넘기지 못하고 뚝 끊겼다.

진세린의 헐떡이는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 타워 최상층…… 진무극의 비밀 연구동에서…… 봉인되어 있던 ‘무인 살인병기 프로토콜’이 가동됐어! 이건 단순한 사이보그가 아니야…… 천마 프로토콜의 원형 데이터를 기계 육체에 강제로 때려 박은 살인 기계들이야……!

진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네 호위대는?”

― 전멸 직전이야……! 아버지는 이미 날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아.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지우고 있어……! 내 후사대 병력 80%가 이미 몰살당했어. 나도…… 지금 60층 통제실에 고립됐어!

진세린의 목소리에 진득한 절망이 묻어났다.

― 이 병기들은 멈추지 않아. 타워의 메인 방어 체계를 장악하고, 슬럼가 전체를 정화 구역으로 지정해서 플라즈마 궤도 폭격을 준비하고 있어……! 제발……!

그녀는 진혁에게 구걸하고 있었다.

티타늄 그룹의 적통이자 진무극의 피를 이은 냉미녀가, 자신들이 실험체로 쓰고 버렸던 남자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다.

― 네가 필요해, 강진혁……! 너만이…… 저것들을 부술 수 있어!

치직, 삐이이익―

통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진세린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진혁의 통신 칩으로 방대한 용량의 암호화 데이터 팩이 전송되었다.

[데이터 수신 완료: 티타늄 타워 내부 직통 비인가 보안 루트 (루트-오메가)]

[타워 방어 그리드 우회 코드 동기화]

진세린이 목숨을 걸고 빼내어 보낸 최후의 열쇠였다.

외부에서는 그 어떤 미사일로도 뚫을 수 없는 티타늄 타워의 심장부로 단숨에 직행할 수 있는 유일한 침투로.

― 와 줘…… 진혁아…… 제발……!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진세린의 단말기가 완전히 박살 난 듯, 통신이 뚝 끊어졌다.

싸늘한 기계음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

진혁은 통신을 끄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거대한 바벨탑.

신서울의 모든 부와 권력, 그리고 피와 눈물을 빨아먹으며 세워진 불야성의 마천루, ‘티타늄 타워’가 번쩍이는 홀로그램 불빛 속에서 거대한 괴물처럼 서 있었다.

그 최상층에서, 진무극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실험체 07호로 만들고, 기계와 마공의 융합체라는 기괴한 괴물로 키워내어 자신의 새로운 ‘그릇’으로 삼으려 했던 원흉.

“살인병기 프로토콜이라.”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것은 조소가 아니었다.

피 냄새를 맡은 진정한 마왕의 미소였다.

“기계에 천마의 흉내를 내게 만들었다는 건가.”

스스스스……

진혁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검은 코트 자락이 마기의 파동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의 발밑에서 콘크리트 바닥이 둥글게 함몰되며 거대한 분화구처럼 짓눌렸다.

천마 프로토콜.

그것은 티타늄 그룹이 신(神)이 되기 위해 손을 대서는 안 될 금기였다.

그리고 그 금기를 완성한 것은 기계가 아니라, 지옥을 기어 올라온 진혁 자신이었다.

“가짜가 진짜를 흉내 내는 꼴을 보러 가야겠군.”

파아아앗!

공기가 폭발했다.

진혁의 신형이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는 오직 찢겨나간 대기의 파열음과, 밤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진 한 줄기 칠흑 같은 마광(魔光)만이 길게 빗금을 긋고 있을 뿐이었다.

목표는 신서울의 심장.

티타늄 타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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