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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84화목차

제184화 마신(魔神)의 강림

하늘이 찢어졌다.

신서울 상공을 뒤덮은 거대한 차원 함대. 그것은 인간의 기술력을 아득히 상회하는, 말 그대로 ‘신(神)의 군단’이었다. 짙은 먹구름 사이로 거대한 포구가 드러나고, 그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은 공기 중의 입자를 분해하며 도시 전체를 소멸시키려 하고 있었다.

강진혁의 발밑, 타워 최상층의 강화 유리 바닥이 비명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경고. 외부 차원 에너지 침입 감지.]

[대기 중인 마나 밀도 급상승.]

[시스템 제어권: 사용자 강진혁이 완전히 박탈함.]

이제 더 이상 눈앞에 흐릿하게 떠다니던 HUD의 보조는 없었다. 하지만 진혁은 웃었다. 오히려 그 비어있는 시야야말로, 그가 비로소 인간의 굴레를 벗어던졌다는 가장 완벽한 증거였다.

“이제야 비로소, 나만의 무도가 시작되는군.”

진혁의 등 뒤에서 검붉은 섬광이 폭발했다. 그것은 마기(魔氣)와 뇌전(雷電)이 뒤섞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불길이었다. 그 불길이 소용돌이치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형상을 빚어냈다.

삼두육비(三頭六臂).

고대 신화 속에 존재하던 마신(魔神)의 환영이 진혁의 등 뒤에 거대하게 실체화되었다. 단순히 기세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주변의 물리 법칙을 비틀어버리는 ‘중력의 핵’이었다.

“……저게 대체 뭐야?”

함대의 사령관석에서 누군가 경악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진혁은 대답 대신 검을 고쳐 쥐었다. 그가 쥔 검신을 타고 붉은 뇌전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휘감겼다.

[마신경(魔神境) 전개.]

[단전 출력: 800,000 MW 돌파.]

단순한 수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혁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은 피가 아니라, 끓어오르는 용암 같은 마기였다. 나노머신은 이미 마기의 파동에 동기화되어 진혁의 신체 세포와 하나가 되었다. 이제 그에게 ‘개조’란 의미가 없었다. 그는 스스로 진화하는 생명체가 되어 있었다.

-키이잉!

함대의 주포가 마침내 발사되었다.

도시 하나를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 집속탄이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허공이 비명을 지르고, 대기가 타들어 갔다. 하지만 진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사소한 잡음이군.”

진혁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화려한 검술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의지를 검 끝에 실어 긋는, 가장 원초적인 폭력.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10식 - 만상멸세(萬象滅世)]

허공이 접혔다.

검 끝에서 뻗어 나간 검붉은 뇌강이 함대의 포탄을 닿기도 전에 지워버렸다. 물리적인 충돌조차 없었다. 그저 진혁의 검기가 닿은 공간 자체가 ‘무(無)’의 상태로 환원된 것이다.

“말도 안 돼! 저건 데이터에 없던 출력이다!”

함대 내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진혁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공중을 박차고 올랐다. 매 걸음마다 공간에 붉은 잔상이 남았고, 그가 밟은 자리마다 차원의 균열이 생겨났다.

“나를 실험체로 쓰고, 내 인생을 데이터로 쟀던 자들인가.”

진혁의 흑안이 서늘하게 빛났다. 마신의 세 얼굴이 그를 따라 거대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너희들이 설계한 그 ‘시스템’은, 이제 내 밑바닥의 먼지만도 못하다.”

진혁이 다시 한번 검을 치켜들었다. 이번에는 검신에 응축된 마기가 태양처럼 밝게 타올랐다. 천마현신(天魔現身)의 경지에 도달한 진혁에게, 저 거대한 함대는 그저 검을 시험할 아주 훌륭한 과녁일 뿐이었다.

그때였다.

함대의 중앙부에서 차원 왜곡이 일어나며, 훨씬 더 거대한 존재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것은 기계도, 생명체도 아닌 ‘관측자’의 형상이었다.

[피험체 07호. 오류가 발생했다. 프로토콜을 벗어난 자는 삭제 대상이다.]

기계적인 음성이 하늘을 울렸다. 신서울 전체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시민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진혁은 그 거대한 존재를 올려다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삭제?”

진혁의 등 뒤, 마신의 환영이 입을 열었다. 그것은 진혁의 목소리와 겹쳐져 전장을 진동시켰다.

“주인이 바뀐 모양이군. 너희가 만든 그 비좁은 틀 속에, 이제 내가 들어가 죽어줄 차례인가?”

진혁의 검 끝에서 붉은 뇌전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천마현신]의 마신 환영이 여섯 개의 팔을 들어 올려 거대한 마기 구체를 형성했다. 그것은 소형 블랙홀과도 같은 밀도로 공간을 압착하고 있었다.

“덤벼라. 오늘, 너희들의 그 오만한 시스템을 내 손으로 직접 끝장내주마.”

진혁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빛보다 빠르게, 차원 함대의 최전방을 향해 쇄도했다.

공간이 비틀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전장을 지배했다. 오직 진혁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뇌전만이 세상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기계와 자본, 그리고 신이라는 이름의 허상을 부수고, 진정한 ‘천마(天魔)’가 우주 위에 군림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함대의 포구가 다시 한번 번뜩였다. 이번에는 단순한 포격이 아니었다. 차원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정밀 타격이 진혁의 심장을 겨냥했다.

하지만 진혁은 후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적의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마신의 길(魔神路)을 걷는 자에게 두려움이란 없다.”

진혁의 검이 함대의 장갑판을 종이장처럼 찢어발기며 내부 회로를 직격했다. [만법귀마]의 권능이 함대의 에너지원과 공명하며, 그들의 힘을 역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에너지 역환원 시스템 가동.]

[적대적 함대의 동력원을 마기로 치환한다.]

함대의 시스템이 경악하며 셧다운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 진혁은 이미 그들의 설계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혁을 실험체로 키워왔다고 생각했지만, 진혁은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의 모든 약점과 설계 도면을 뇌리에 새겨넣은 것이다.

“이게 너희가 만든 세상인가?”

진혁이 함대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함대의 한쪽 날개가 우주 먼지로 산화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진혁의 등 뒤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마신이 여섯 개의 팔로 함대의 본체를 짓이겨버렸다. 철골이 비명을 지르고, 인공지능의 데이터들이 파편처럼 흩어졌다.

“자, 다음은 어디냐.”

진혁이 핏빛으로 물든 검을 어깨에 메며, 차원 너머의 더 깊은 어둠을 응시했다.

그곳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눈’들.

그들조차도 이 압도적인 마기에 압도되어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알았다.

이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신서울의 하늘이, 진혁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전으로 인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멸망의 전조가 아닌, 새로운 신화의 시작이었다.

진혁은 검을 다시 한번 고쳐 쥐었다.

그의 눈에는 그 어떤 미련도, 공포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스스로 완성해내겠다는, 지독하리만큼 차가운 집념만이 가득할 뿐.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원 함대의 사령선이 거대한 마기 폭풍에 휘말려 굉음을 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신서울의 사람들은 하늘을 보았다.

그곳에는 시스템의 노예도, 기업의 실험체도 아닌, 단 하나의 전설이 스스로 왕좌를 세우고 있었다.

진혁은 붉은 뇌전을 등진 채, 또 다른 적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의 뒤에 선 마신(魔神)의 세 얼굴이, 세상 모든 만물을 내려다보며 사악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1,000년 만에 현신한 참된 천마의 모습이었다.

진혁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전은 단순한 전기 에너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의 밀도를 강제로 변환하여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마기(魔氣)로 재구성하는 ‘법칙의 파편’이었다. 추락하는 사령선의 파편 사이로 진혁의 신형이 유령처럼 파고들었다.

“이곳은 내 구역이다.”

나직한 읊조림.

그와 동시에 사령선을 추격하던 수십 기의 요격 드론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진혁이 손가락을 튕기자, 드론들의 인공지능 회로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진혁의 의지를 받아들이는 숙주로 변모했다.

[동기화 완료.]

[데이터 재배열: 0.0001초.]

단 한 번의 운기만으로 수천 개의 기계 병기를 자신의 ‘검’으로 치환해버린 것이다. 드론들은 이제 기업의 군사 자산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혁의 등 뒤를 수호하는 강철의 마군(魔軍)이었다.

“실험체 07호, 네놈의 존재 자체가 논리적 오류다. 차원 관리자는 즉각적인 소거를 승인한다.”

어둠 속에서 다시 한번 기계적인 음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음성뿐만이 아니었다. 진혁의 정면, 공간 자체가 찢어지며 거대한 차원의 문이 열렸다. 그 너머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구체(球體) 형태의 기하학적 병기들이었다.

그것은 ‘관측자’라 불리는 존재들의 대리인이었다. 고도의 연산 장치이자,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수정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자들.

“논리적 오류라고?”

진혁이 코웃음을 쳤다.

“니들이 말하는 논리가 고작 이딴 고철 덩어리들을 던지는 거라면, 그 논리는 오늘부로 폐기다.”

진혁의 검이 호를 그리며 궤적을 남겼다. [천마현신]의 마신 환영이 여섯 개의 팔로 동시에 허공을 움켜쥐었다.

콰아아앙-!

차원의 문이 열리던 그 지점의 공간이 진혁의 마기에 의해 짓눌렸다. 억지로 벌려놓은 차원의 통로가 진혁의 압도적인 마압을 견디지 못하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관측자들의 구체 병기가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졌다.

데이터가 붕괴하고, 물리 법칙이 역전되었다.

진혁은 그 비틀린 공간을 박차고 나갔다. 그의 검이 닿는 곳마다 현실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무공은 계산이 아니다.”

진혁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검을 내려찍었다.

붉은 뇌전과 마기가 응축된 검기가 관측자들의 방어막을 칼두부 베듯 갈라버렸다.

“심(心)이다. 내 몸을 통과해 내 의지로 뻗어 나가는, 나만의 진리다.”

쾅!

폭발음과 함께 관측자들의 본체가 허공에서 산산조각 났다. 쏟아져 나오는 잔해들 사이로 진혁은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이제 그의 시야에는 그 어떤 시스템 로그도 없었다. 오직 적의 기운과, 그 기운이 맺히는 혈(穴)만이 선명하게 보일 뿐이었다.

그때였다.

하늘 너머, 훨씬 더 깊은 심연에서 차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흥미롭군. 진화의 끝에서 시스템을 부정하는 존재라니.]

그 목소리는 신서울 전체를 짓누르는 압력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함대나 관측자와는 격이 달랐다. 그것은 차원 그 자체를 설계하는 ‘창조주’들의 의지였다.

진혁은 피 묻은 검을 들어 올려 그 심연을 향해 겨누었다.

“지켜보는 눈이 많군. 숨어 있지 말고 직접 내려와라.”

진혁의 도발에 하늘이 요동쳤다.

신서울의 밤하늘이 핏빛으로 변했다. 구름 사이로 수백 개의 차원 문이 동시에 열리며,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기계 괴수들이 형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신(神)이라 불리는 자들이 숨겨둔 최종 병기들이었다.

“좋아. 다 같이 덤벼라.”

진혁의 등 뒤에서 솟아오른 마신 환영이 여섯 개의 검을 동시에 뽑아 들었다.

[천마현신]의 진정한 힘이 개방되었다.

진혁의 몸이 붉은 뇌전과 하나가 되어 전장을 가로질렀다.

그가 가는 길마다 차원의 틈이 생겨났고, 그 틈 사이로 적들의 함선이 빨려 들어갔다.

“이것이 내가 완성한 신천마신공이다!”

진혁이 검을 십자로 교차시키며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80만 MW의 에너지가 검신에 집중되었다.

파아앗-!

검기에서 뻗어 나온 붉은 뇌전 궤적이 신서울의 상공을 가로질렀다. 하늘을 가득 메운 함대들이 일제히 마비되었고, 그 뒤에 있던 거대한 기계 괴수들의 장갑판이 진혁의 검기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증발했다.

전장이 고요해졌다.

하지만 진혁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심연 너머에서 느껴지는 그 거대한 의지는 여전히 그를 비웃고 있었다.

“기다려라. 네놈들이 숨겨둔 마지막 카드까지 전부 찢어발겨 줄 테니.”

진혁은 다시 한번 신형을 날려 차원의 균열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뒤를 이어 천마의 마기가 신서울의 대지를 감싸 안았다.

이제 전쟁은 신서울을 넘어, 차원과 차원 사이의 전쟁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경고: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오류 발생.]

[차원 관리자가 강진혁을 '말살 대상'에서 '우주적 위협'으로 재설정합니다.]

심연에서 들려오는 기계적인 경고음.

그러나 진혁은 그 소리를 들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위협이라. 나쁘지 않은 평가군.”

진혁은 거침없이 붉은 뇌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검이 심연을 가르고, 새로운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했다.

신천마(新天魔)의 강림.

그것은 이제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서막에 불과했다.

진혁의 등 뒤에서 거대한 마신의 환영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전 우주를 뒤흔드는 순간, 184화의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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