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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31화목차

제131화 코어 출력 8,000 MW

비릿한 금속성 공기와 타는 듯한 오존 냄새가 신서울 14구역의 폐허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강진혁의 앞에는 방금 전까지 티타늄 그룹의 자랑이었던 전술 기갑대대가 고철 덩어리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불꽃이 튀는 잔해 속에서, 강진혁은 천천히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검은 실타래 같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흡원천공(吸元天功).’

지잉, 지이잉-.

파괴된 기갑병기들의 가슴팍에 박혀 있던 고압 생체 코어들이 강진혁의 마기에 이끌려 기괴한 진동을 일으켰다. 놈들은 이미 작동을 멈춘 상태였으나, 내부에 잔류하던 고출력 에너지는 여전히 강대한 활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우득, 우득득!

코어의 외벽이 뒤틀리며 푸른 빛의 에너지가 강진혁의 손바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는 뜨거웠다. 마치 용암을 혈관에 들이붓는 것 같은 고통이 전신을 휩쓸었으나, 강진혁의 눈빛은 흔들림 하나 없이 차가웠다.

[SYSTEM: 기갑대대 코어 12개 에너지 흡수 완료.]

[SYSTEM: 생체 코어 출력 6,200 MW → 7,500 MW... 7,800 MW... 8,000 MW 돌파.]

시야 한구석에 흐르는 홀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붉게 점멸했다.

[Warning: 생체 코어 출력 한계치 초과.]

[Warning: 나노머신 동기화율 88.5%. 신체 조직 과부하 단계 진입.]

강진혁은 낮게 읊조렸다.

"부족해."

8,000 MW. 현대의 기준으로는 전차 한 대의 출력을 단신으로 감당하는 괴물 같은 수치였다. 일반적인 개조체라면 이 정도 출력에서 이미 자폭하거나, 뇌가 타버려 폐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혁은 달랐다. 그는 시스템이 허락한 수치 안에서만 강해지는 꼭두각시가 아니었다. 그는 마공(魔功)을 익힌 자였다.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기운이 8,000 MW의 출력을 짓눌러 고압축하기 시작했다. 기계적인 에너지와 고대 무림의 마기가 융합되어, 강진혁의 근육과 골격을 미세하게 재구성했다.

[SYSTEM: 3단계 '천마현신(天魔現身)' 적합도 60% 달성.]

[SYSTEM: 마기(魔氣)와 나노머신의 동기화 최적화 진행 중.]

그때였다.

"역시, 07호. 아니, 강진혁이라 불리는 게 편하겠군."

잔해 뒤편에서 매끄러운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티타늄 그룹의 수석 연구원, 이현도가 얇은 태블릿을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는 칠흑 같은 수트를 입은 블랙 가드들이 도열해 있었다.

강진혁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주먹을 쥐었다 펴며 자신의 몸 안에서 요동치는 힘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천마 프로토콜의 실험체로 태어나, 이제는 제 주인의 목을 노리는 맹견이 되었나?"

이현도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 힘은 네 것이 아니다. 내가 설계한 코드, 그리고 진무극 회장님이 제공한 최고급 코어의 부산물이지. 네놈은 그저 그 힘을 담아두기 위한 고급 그릇일 뿐이야."

강진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흑안은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나노머신이 안구의 홍채를 뒤덮으며 검붉은 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릇이라."

강진혁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네가 말하는 그릇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그가 발을 굴렀다.

쾅-!

단순한 도약이었지만, 지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엄청난 폭풍이 일어났다. 강진혁의 몸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이현도의 앞까지 좁혀 들어갔다.

"무슨!"

이현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블랙 가드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고주파 블레이드를 휘둘렀지만, 강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만법귀마(萬法歸魔).'

강진혁의 손바닥이 고주파 블레이드의 궤적을 타고 흘렀다. 나노머신의 진동 주파수를 순식간에 파악하고, 그 공진점을 마기로 타격했다.

챙-!

강철보다 단단했던 블레이드가 마치 유리 조각처럼 박살 났다.

"크아악!"

블랙 가드 한 명의 가슴팍에 강진혁의 손바닥이 박혔다.

흡원천공.

"내 코어는... 내 몸은...!"

블랙 가드의 비명은 곧 잦아들었다. 그의 몸 안을 채우고 있던 생체 코어의 에너지가 강진혁의 손바닥을 통해 모조리 빨려 나갔다. 8,000 MW로도 부족했던 진혁의 에너지가 다시 한 번 팽창하기 시작했다.

[SYSTEM: 생체 코어 출력 8,500 MW.]

[SYSTEM: 3단계 천마현신 적합도 65%.]

이현도는 뒷걸음질 치며 태블릿을 광적으로 두드렸다.

"이건 불가능해! 시스템 연산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어떻게 인간의 의지가 이 정도의 마기를 통제한단 말인가!"

강진혁은 무너진 블랙 가드를 밟고 넘어서며 이현도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등 뒤로 마기가 짙은 검은 안개처럼 뭉쳐지며 천마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네 시스템은 연산을 하라고 했지, 이해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강진혁의 검지가 이현도를 향했다.

"그것이 네놈들이 1,000년 동안 마공을 연구하고도 결국 찌꺼기밖에 얻지 못한 이유다."

이현도의 눈동자에 절망이 비쳤다. 그는 마지막 수단인 비상 연락망을 가동했다.

"광마(狂魔) 투입해! 실험체 03호, 뇌 제어 코드 100% 해제! 지금 당장 강진혁을 찢어버려!"

지하 격투장의 지하 500층, 거대한 냉동 캡슐이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열렸다.

그곳에는 뇌의 절반이 노출된 채, 기괴하게 뒤틀린 육체를 가진 괴물이 웅크리고 있었다.

[SYSTEM: 경고. 고농축 마기 반응 감지.]

[SYSTEM: 개체명 '광혈마(狂血魔)' 출현.]

신서울의 지옥이 다시금 열리고 있었다. 강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단순한 복수자가 아닌, 스스로 전설을 써 내려가는 '천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강진혁의 손에 검은 기운이 맺히며, 공간을 가르는 듯한 섬뜩한 참격이 준비되고 있었다.

"오라고 해라. 오늘 신서울의 밤은, 너희들의 비명으로 채워줄 테니."

그의 등 뒤에서 터져 나온 마기가 대기를 검게 물들였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쾅-!

폭음과 함께 이현도가 서 있던 바닥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 강진혁의 발끝에서 터져 나온 충격파가 사방의 철제 구조물들을 종잇장처럼 구겼다. 그러나 이현도는 이미 텔레포트형 이동 장치를 작동시켜 백 미터 밖 안전지대로 물러난 뒤였다. 그는 분노와 경악이 뒤섞인 얼굴로 태블릿을 움켜쥐고 있었다.

"미친 자식! 네놈은 결국 티타늄의 소유물이다! 아무리 발악해봤자 넌 내가 설계한 연산식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어!"

이현도의 손가락이 태블릿의 마스터 키를 입력하자, 신서울 지하 격투장 깊은 곳에서부터 거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131화의 끝에서 예고되었던, 03호 실패작의 진화형.

광혈마(狂血魔)가 해방되었다.

크와아아아-!

콘크리트 벽을 부수고 나타난 광혈마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그 몸은 이미 생체 조직이 아닌 기계와 마기가 엉겨 붙은 괴물이었다. 뇌 회로가 노출된 머리통에서는 푸른 전자기 파동이 지직거렸고, 뼈 대신 이식된 고강도 티타늄 합금 뼈대가 피부를 뚫고 흉측하게 솟아 있었다.

[SYSTEM: 적대 개체 '광혈마' 식별. 위험도: SS등급.]

[SYSTEM: 내부 회로에 흐르는 혈마병의 마기가 나노머신을 부식시키고 있습니다. 직접 접촉을 피하십시오.]

강진혁의 망막 위에 떠오른 붉은 경고창이 쉬지 않고 깜빡였다. 하지만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서늘한 호선을 그렸다.

"부식시킨다고?"

그는 자신의 왼팔에 흐르는 마기를 억제했다. 대신, 흡원천공으로 강탈했던 8,500 MW의 에너지를 전신으로 분산시켜 나노머신과 물리적으로 결합했다.

'마기는 기계의 독이 아니다. 동력원일 뿐이다.'

강진혁이 보법을 밟았다. 마영신보(魔影神步).

그의 잔상이 공기 중에 흩어지기도 전에, 광혈마의 등 뒤로 진혁의 형체가 나타났다. 광혈마가 거대한 손톱을 휘둘러 허공을 갈랐지만, 진혁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느리다."

강진혁의 검지가 광혈마의 뒷목, 나노 회로가 집중된 메인 노드를 정확히 찔렀다.

투욱-.

단순한 손가락질이었으나, 그 안에는 8,500 MW의 출력이 집중된 관통력이 담겨 있었다. 뇌 회로가 박살 난 광혈마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혈마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강진혁의 피부를 파고들려 했다.

"흡(吸)."

진혁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마기를 자신의 혈관으로 받아들였다.

[SYSTEM: 경고! 시스템 내부 허용치를 초과하는 마기 유입.]

[SYSTEM: 3단계 '천마현신' 적합도 급상승... 70%... 75%!]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피 대신 끓어오르는 검은 에너지가 근육을 재구성했다. 이현도가 원했던 것은 강진혁의 파멸이었으나, 진혁은 그 파멸의 문턱에서 도리어 진화를 선택하고 있었다.

"이현도, 잘 봐라."

진혁이 고개를 돌려 멀리서 떨고 있는 수석 연구원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안개처럼 번져나가, 지반을 짓눌렀다.

"네놈들이 만든 이 광혈마는, 내 마공의 좋은 거름이 될 뿐이다."

강진혁은 광혈마의 가슴팍에 박힌 코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광혈마가 발악하며 전자기장을 폭발시켰지만, 진혁은 만법귀마의 원리로 그 주파수를 상쇄시켰다.

우득, 지지직-.

광혈마의 가슴에서 코어가 뜯겨 나왔다. 놈의 몸이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놈이 품고 있던 모든 마기와 전력이 강진혁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SYSTEM: 생체 코어 출력 9,200 MW 돌파.]

[SYSTEM: 새로운 기술 습득 - [혈마전송(血魔電送)].]

[SYSTEM: 3단계 '천마현신' 최종 단계 진입 완료.]

공기 중의 오존이 짙어졌다. 진혁의 발밑으로 짙은 마기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펼쳐졌다. 그것은 더 이상 실험체가 뿜어내는 기운이 아니었다. 1,000년 전 마교를 호령하던 천마가 현대의 기술을 제물로 삼아 부활한 것 같은 압도적인 기백이었다.

"어, 어떻게..."

이현도는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태블릿 속의 데이터들은 모두 '오류'를 알리며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강진혁의 수치는 시스템의 통제 범위를 넘어, '측정 불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강진혁은 천천히 이현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마다 지면이 푹 꺼지고, 주변의 나노머신 기기들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질문이 하나 있다, 연구원."

강진혁의 목소리가 이현도의 귓가에 닿았다.

"천마 프로토콜의 설계도에는, 이 힘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적혀 있나?"

이현도는 대답 대신 벌벌 떨며 자신의 방어 기제를 가동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수트도, 블랙 가드의 무기도 이미 강진혁의 마기 앞에 굴복한 상태였다. 진혁이 가볍게 손을 젓자,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블랙 가드들의 무기가 자석에 이끌리듯 진혁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그것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려 강진혁의 손바닥 위에서 검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없겠지."

진혁이 피식 웃었다.

"너희는 창조주를 흉내 냈지만, 나는 내 운명을 직접 개척했다."

강진혁이 검을 휘두르기도 전이었다. 이현도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마기의 칼날이 꽂혔다. 이현도는 간신히 텔레포트 장치를 한 번 더 작동시켜 목숨을 건졌지만, 그의 오른팔은 이미 강진혁의 마기에 침식되어 형체 없이 녹아내린 상태였다.

"으아아악! 내 팔! 내 팔이!"

이현도의 비명이 폐허 속에 울려 퍼졌다.

강진혁은 다시 한번 심호흡했다. 10,000 MW에 육박하는 출력이 그의 단전에서 마치 심장처럼 고동쳤다. 이제는 시스템의 보조 따위 필요 없었다. 나노머신은 오직 그의 의지에 따라 혈관을 타고 흐르며 마기를 증폭시키는 매개체일 뿐이었다.

[SYSTEM: 천마 프로토콜 메인 서버와 연결이 끊겼습니다.]

[SYSTEM: 사용자 강진혁, 시스템 제어권 완전 장악.]

드디어, 족쇄가 풀렸다.

진혁의 눈에 비친 세상이 변했다. 모든 기계의 회로, 모든 인간의 기혈, 심지어 공간을 구성하는 에너지의 흐름까지 실시간으로 파악되었다. 3단계 천마현신의 완성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신서울의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높은 곳, 티타늄 그룹의 본사 옥상에서 자신을 관조하고 있을 진무극의 눈길이 느껴졌다.

"기다려라."

진혁의 목소리는 신서울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그릇을 깨뜨리고, 그 안의 진리를 가져가겠다."

그가 다시 한번 도약했다. 이번에는 슬럼가의 바닥이 아니라, 신서울의 상층부 마천루를 향한 수직 비상이었다.

강진혁의 뒤로 검은 마기가 폭발하며 거대한 천마의 날개 형상을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신서울의 심장에 꽂히는 검은 낙뢰와도 같았다.

이현도는 바닥에 엎드린 채, 그 웅장하고도 공포스러운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했던 천마 프로토콜은, 이제 인간의 손을 떠나 신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SYSTEM: 경고. 강진혁의 에너지가 '아폴론 요새'의 주전력망과 공명하고 있습니다.]

[SYSTEM: 30분 내로 신서울 전역의 전력 공급이 차단될 가능성 98%.]

강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신서울의 모든 전력을 흡수하며, 신(神)의 영역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 끝에는 1,000년 전 천마의 의념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천마가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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